'모텔 캘리', 클리셰 피하는 이세영-나인우의 첫사랑 [드라마 쪼개보기]

'모텔 캘리', 클리셰 피하는 이세영-나인우의 첫사랑 [드라마 쪼개보기]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5.01.22 11:15

한번 보기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어! 폐인 양산 예감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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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상으로 맨 앞을 의미하는 명사인 ‘처음’은 단어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 ‘사랑’이 더해지면 그 특별함은 한층 강렬해진다. 첫사랑, 첫 연애, 첫 키스, 첫 경험처럼 ‘처음’이라는 타이틀은 오직 한 번뿐이라는 희소성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경험은 종종 이상화되거나 낭만적인 기억으로 자리 잡으며, 드라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로도 사랑받는다. 첫사랑에 얽힌 이야기는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감정을 자극하며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2025년의 시작과 함께 막을 올린 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는 이처럼 익숙한 첫사랑 이야기를 독특한 캐릭터와 배경 속에 녹여내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불어 차별과 성장이라는 무게감 있는 주제를 결합해 깊이 있는 서사를 펼치며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MBC 금토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극본 이서윤, 연출 김형민 이재진)는 시골 모텔에서 태어나 모텔에서 자란 지강희(이세영)가 12년 전 도망친 고향에서 첫사랑 천연수(나인우)와 재회하며 겪는 우여곡절 첫사랑 리모델링 로맨스를 그린다. 2019년 심윤서 작가의 인기 소설 ‘홈, 비터 홈’을 원작으로 한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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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어린 시절부터 ‘튀기’(혼혈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라고 놀림받지만 굴하지 않는 지강희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성인이 된 지강희는 자신의 고향이자 이야기의 배경이기도 한 시골 마을 하나읍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하나읍에서의 마지막 날 밤, 제가 좋아하고 저를 좋아하는 천연수에게 “나랑 잘래? 네 처음이 나였으면 좋겠어”라는 말로 마음을 전한다. 함께 추억을 만들었지만, 이들의 사랑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지강희는 자신을 얽매던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하고, 천연수는 지강희를 붙잡을 수 없는 제 현실을 받아들인다.

10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지강희는 서울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그럴듯한 직업을 가졌지만, 낮은 학력 탓에 공사 현장(노가다)을 전전해야 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차별과 불이익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꿋꿋하고 꺾이지 않는, 자신의 가치를 당당히 주장하는 인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수의사라는 꿈을 이룬 천연수는 하나읍에서도 손에 꼽히는 훈남이다. 겉보기엔 그럴듯하게 성공했지만, 지강희에 대한 그리움을 여전히 간직한 채 살아간다. 지강희가 보고 싶어 서울로 찾아갔지만, 저를 모르는 척하는 지강희에게 자극받은 천연수는 “안경도 벗지 말고 살도 빼지 마”라던 그의 부탁을 저버리고 훤칠한 외모로 변모한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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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주인공 지강희라는 캐릭터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모텔 집 딸이면 어릴 때부터 뭘 보고 컸겠냐”는 주변의 수근거림 속에 자란 이 인물은 첫사랑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형적인 드라마 속 주인공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마치 순정만화 속 인물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길 기다리기보다 날카롭고, 예민하며,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다 제 꿈에서 크게 밀려나도 좌절하지 않고, 꿈의 근처에서 굳건히 버틴다. 또 저를 밀어내려는 상사에게 “내가 B급이면 당신은 폐급”이라거나 “당신이야말로 해고야. 내 인생에서 완전히 아웃”이라는 지강희의 일갈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천연수 역시 기존 로맨스 드라마 주인공의 틀을 깬다. “난 항상 너만 본다”며 첫사랑을 향한 직진 로맨스를 펼치지만, 무례하지 않고 묵묵히 제 사랑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줄 아는 남자라는 점이 그렇다.

극중 ‘시골 모텔이 곧 집’이라는 평범치 않은 배경과 튀는 외모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인테리어 디자이너 지강희 역은 배우 이세영이 연기한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열녀박씨 계약 결혼뎐’에 이어 한일 합작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까지, 연속 흥행을 기록하며 ‘믿고 보는 로맨스 장인’으로 자리매김한 이세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변신을 시도한다. 옅은 다갈색 눈동자와 이국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밝은 갈색 웨이브 헤어로, 한층 더 매력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며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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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읍 농장주들이 꼽은 ‘사윗감 1순위’ 훈남 수의사 천연수 역은 배우 나인우가 맡아 첫사랑의 설렘을 그린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묵묵히 곁에서 지켜보던 듬직한 남자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나인우는 이번 작품에서도 오직 첫사랑만을 바라보는 순애보로 설렘을 선사한다. 특히 극 중 120kg의 ‘곰탱이 시절’에서 다이어트에 성공해 변신한 현재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분장을 활용하며 캐릭터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10년 넘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남의 모습은 요즘 현실 속 이야기와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대중에게 익숙한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모텔 주인 지춘필 캐릭터로 돌아온 최민수는 극에 깊이와 무게감을 더하며 이야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시청률 5%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텔 캘리포니아’는 첫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차별화된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첫사랑 스토리와 로맨스의 문법을 투박하면서도 솔직한 캐릭터들로 새롭게 풀어낸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단숨에 빠져들게 할 폐인 드라마의 탄생, 그러니까 ‘모탤켈리 폐인’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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