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에 ‘소나무형 성장’이라는 말이 있다면 킥플립(KickFlip)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오랜만에 내놓은 보이그룹 킥플립은 1집의 뚜렷한 가능성을 2집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며 빠르진 않아도 똑바르게 자라고 있다. 빨리 크진 않지만 한 번 뿌리내리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그런 팀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번 앨범 ‘Kick Out, Flip Now!(킥 아웃, 플립 나우!)’는 그 푸르게 돋은 잎사귀를 보여주는 두 번째 성장기다.
요즘 대형 기획사 신인들은 데뷔와 동시에 ‘톱 티어’를 향한 엘리베이터를 탄다. 선주문 50~100만 장, 음악방송 1위 등 성과도 좋다. 그런 점에서 킥플립의 커리어는 어쩌면 더디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전체로 보면 결코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1집 초동 27만 장, 2집 선주문 35만 장. 4개월 만에 이뤄낸 성장 폭은 1.3배. 이것은 단지 'JYP 신인치곤’이 아니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간 성과다. 게다가 이들은 지금 성공보다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시기에 음악과 무대 실력으로 진짜를 증명 중이다.
‘Kick Out, Flip Now!’는 타이틀부터 기세가 당당하다. "틀을 박차고, 뒤집자!"는 외침이 청량한 사운드와 함께 폭발한다. 타이틀 곡 ‘FREEZE(프리즈)’는 90년대 기타 리프에 하이퍼팝, 글리치합을 섞어 만든 팝 펑크 기반의 댄스곡이다. 도입부부터 후렴까지 이어지는 직선적인 에너지, “오늘 하루는 Vacation” 같은 위트 있는 가사, 터질 듯한 후반부 떼창은 무대 위에서 더 살아난다.

수록곡도 고르게 빛난다. ‘제끼자’와 ‘Complicated!!(컴플리케이티드!!)’는 Z세대의 혼란과 해방감을 가사에 담았고, ‘언젠가 태양은 폭발해’는 우주급 메타포로 현재를 긍정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Electricity(일렉트리시티)’, ‘Code Red(코드 레드)’, ‘How We KickFlip(하우 위 킥플립)’까지 각각의 감정선을 달리한 7트랙은 킥플립만의 밝고도 동적인 청춘 정서를 공유한다.
킥플립은 퍼포먼스에서도 음악성에서도 ‘JYP 출신’다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앨범은 멤버들이 다수의 곡에서 작사·작곡 크레디트를 쌓으며 자가발전을 보여줬다. 아마루가 단독 작사·작곡한 ‘Complicated!!’는 기타 연주와 가사가 모두 개성 강하고, 동현이 참여한 ‘FREEZE’의 작곡 역시 팀 사운드의 정체성을 분명히 만든다.

지난 26일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연달아 두 곡을 라이브로 소화한 것도 인상 깊었다. 격한 안무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소화한 무대는 단순한 가능성이 아닌 준비된 기본기를 증명했다.
킥플립은 이번 앨범을 기반으로 글로벌 무대에도 본격 착지한다. ‘롤라팔루자 시카고’와 ‘서머소닉 방콕 2025’라는 초대형 페스티벌에 이름을 올린 것은 눈여겨볼 행보다. 음악성과 실력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색을 증명해 나가는 팀이기에 세계의 주목도 따라붙는다.
킥플립은 아직 대중적으로 완성된 팀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2집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꾸준히 가볍지 않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Kick Out, Flip Now!’는 제목처럼 킥플립이 조금씩 틀을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은 ‘프리즈’한 채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킥’을 날리며 날아오를 이 팀을 기억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