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오프의 모범 ‘더 펭귄’, 시즌2 제작이 시급한 시간순삭 시리즈

스핀오프의 모범 ‘더 펭귄’, 시즌2 제작이 시급한 시간순삭 시리즈

정명화(칼럼니스트) 기자
2025.08.16 08:30
'더 펭귄' 스틸/사진=2025 WarnerMedia Direct, LLC. All Rights Reserved. HBO Max™ is used under license.
'더 펭귄' 스틸/사진=2025 WarnerMedia Direct, LLC. All Rights Reserved. HBO Max™ is used under license.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비대한 몸, 지나치게 높이 솟아오른 코가 어딘가 새 부리를 연상시키는 남자. 거친 피부와 반쯤 사라진 머리숱, 어울리지 않는 수트로 치장했지만 품위란 찾아 볼 수 없는 비루한 인상으로 ‘펭귄’이라 불리던 그는 어떻게 고담 암흑가의 1인자가 됐을까.

거대한 방파제의 붕괴로 물에 잠긴 고담시의 위기를 그린 ‘더 배트맨’의 음울함을 그대로 가져온 HBO시리즈 ‘더 펭귄’은 권력 공백기 혼란에 빠진 암흑가를 파고든다. 배트맨이 아닌 범죄 세계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세력을 키우던 오스왈드 콥, 즉 ‘펭귄’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DC코믹스의 대표작 ‘배트맨’에서 조커와 더불어 가장 널리 알려진 빌런인 ‘펭귄’만을 위한 8화의 묵직한 서사는 고담의 정점에 오르려는 야망가의 탄생과 배경에 오롯이 집중한다.

'더 펭귄' 스틸/ 사진=2025 WarnerMedia Direct, LLC. All Rights Reserved. HBO Max™ is used under license.
'더 펭귄' 스틸/ 사진=2025 WarnerMedia Direct, LLC. All Rights Reserved. HBO Max™ is used under license.

방파제 붕괴로 수몰돼 혼란과 슬픔, 빈곤으로 무질서하게 굴러가는 고담에서 펭귄(콜린 파렐)은 자신이 모시던 갱 두목 카르미네 팔코네가 암살당하자, 그 공백을 틈 타 권력을 잡으려 한다. 죽은 보스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알베르토 팔코네마저 충동적으로 죽여버린 후 곤궁에 빠진 오즈. 마침 자신의 차 부품을 훔치려던 소년 빅터(렌지 펠리즈)를 부하로 삼아 함께 시체를 처리한다. 알베르토의 누나인 소피아(크리스틴 밀리오티)는 오즈를 의심하지만, 오즈는 갖은 술수로 용케 빠져나가는 한편, 점차 경쟁자들을 처리하며 야망을 키워간다,

콜린 패럴의 변신은 그야말로 놀랍다. 비대한 특수분장과 뉴욕 사투리를 얹은 목소리, 절뚝거리는 걸음과 무심한 듯 날카로운 눈빛까지, 오즈를 보며 한순간도 콜린 패럴이라는 배우를 떠올리지 못할 정도다. 배우의 얼굴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교활하고 추악한 범죄자만 남는다. 콜린 파렐은 ‘펭귄’을 통해 자신의 배우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매혹적인 범죄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는 ‘배트맨’ 최고의 빌런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에 필적하는 열연으로, 결핍과 피해의식, 비루한 욕망에 사로잡힌 악당 ‘펭귄’을 창조했다.

태어날때부터 굽은 발로 뒤뚱거리던 몸을 가진 오즈는 자신의 장애로 인한 좌절의 크기만큼 비정상적인 인정욕구와 성공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됐다. 비열한 배신과 거짓말을 일삼는 영악하고 잔인한 인물이 어떻게 암흑가의 제왕이 되는지, ‘더 펭귄’은 충실한 ‘악의 연대기’를 담고 있다.

'더 펭귄' 스틸/ 사진=2025 WarnerMedia Direct, LLC. All Rights Reserved. HBO Max™ is used under license.
'더 펭귄' 스틸/ 사진=2025 WarnerMedia Direct, LLC. All Rights Reserved. HBO Max™ is used under license.

오즈의 야망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소피아’ 역시 결핍과 뒤틀린 복수심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고담을 장악한 막강한 범죄조직 보스의 딸로, 애초 선량하고 순수했던 성정은 아버지로 인해 철저히 짓밟혔다. 조직의 후계자로 거론됐으나 아버지의 역린을 건드린 소피아는 연쇄살인마 ‘헹맨’이라는 누명을 쓰고 악명높은 정신병동 ‘아캄’에 수감된다. 재판도 없이 10년을 보낸 소피아는 아버지가 암살당하자 비로소 풀려나지만, 그녀의 정신은 이미 파괴됐다.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던 동생이 살해당하자 소피아는 내면을 가득 채운 분노를 복수심으로 피워올린다.

크리스틴 밀리오티는 소피아 팔코네 역을 맡아 펭귄의 독주를 가로막는 라이벌을 연기,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한때 자신의 운전기사였던 오즈에게 소피아는 “다들 당신을 하찮게 생각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라며 아버지에게 자신을 밀고한 오즈에 대한 경멸의 시선을 보낸다.

이 둘의 대립은 작품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과 함께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양분되지 않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권력과 생존을 건 게임이자 심리전으로 확장되며 팽팽한 대립의 묘미를 전달한다.

'더 펭귄' 스틸/ 사진=2025 WarnerMedia Direct, LLC. All Rights Reserved. HBO Max™ is used under license.
'더 펭귄' 스틸/ 사진=2025 WarnerMedia Direct, LLC. All Rights Reserved. HBO Max™ is used under license.

두 주연 배우들의 호연을 비롯해 탄탄한 서사와 드라마틱한 각색, 묵직한 갱스터 누아르의 영상미 등 ‘더 펭귄’은 스핀오프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히어로물에서 기인했으나 과장된 액션이나 초능혁이 아닌 암투와 배신 등 현실적인 요소와 연출로 리얼리티를 불어넣었다. ‘소프라노스’와 ‘대부’를 연상케 하는 권력의 공방, 비 내린 고담의 습한 공기, 음습한 골목에서 주고받는 시선과 대사들이 스핀오프임을 떠나 한편의 독립적인 범죄 느와르로 손색이 없다.

‘배트맨’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배트맨’ 계보의 악당 이야기 ‘더 펭귄’. 높은 완성도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HBO는 아직 후속 시리즈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수의 ‘배트맨’ 시리즈와 ‘조커’, ‘캣우먼’ 등 스핀오프 작품들 가운데서도 고담을 응시하는 새로운 시선과 위험한 범죄자의 캐릭터라는 치명적인 매력을 창조한 ‘더 펭귄’이 시즌2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더 펭귄'은 국내에서는 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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