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새 목요 예능 ‘한 탕 프로젝트-마이턴’(이하 ‘마이턴’)은 반갑다.
한때 유행하다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포맷이라 그렇다. ‘한 탕을 노리는 일곱 남자들의 페이크 리얼리티쇼’라는 설명만 봤을 때는 프로그램에 대해 감이 잘 오지 않는데 방송을 보면 바로 줄줄이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첫 번째는 한 때 유행했던 올스타 캐스팅이다. 한 프로그램에 모으기 힘들 것 같은 예능 거물이나 관심 집중 중인 블루칩들을 대거 등장시키는 방식이다. ‘마이턴’에는 예능 레전드 급으로 이경규와 탁재훈, 그리고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이수지 김원훈이 함께 하고 여기에 추성훈과 트로트 가수 박지현과 배우 남윤수가 출연한다.
이런 화려한 캐스팅은 2000년대 중후반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 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한동안 흥하다 최근에는 자주 보기 힘들어졌다. 페이크 리얼리티쇼도 뜨겁게 예능가를 흔들었던 포맷이다.
연예인 실제 이름과 캐릭터, 즉 본캐로 등장하되 상황은 가상인 예능 형식으로, 케이블 채널 m.net의 2012년 ‘음악의 신’이 대표작이다. 최근에는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의 'SNL' 정도가 페이크 리얼리티를 만날 수 있는 예능이다.

‘마이턴’은 이경규가 탁재훈 추성훈 등 여러 연예인을 모아 트로트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면 최근 떨어진(?) 자신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괘를 받고 실행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이수지는 무당인 대갈장군 그리고 트로트 그룹 래퍼인 MC 한라 등 가상의 캐릭터들을 연기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본캐로 등장해 가상의 트로트 그룹 만들기 활동에 들어간다.
올스타 캐스팅과 페이크 리얼리티쇼는 유행을 거쳐 간 콘셉트라 새롭지 않다. 하지만 오랜 만에 다시 만나니 반갑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더욱이 페이크 다큐를 지상파에서 다룬다는 사실은 새롭고 기대를 갖게 만든다.
페이크 리얼리티쇼는 실명으로 출연하는 등장인물들이 대본의 가상과 본캐의 현실을 오가며 제4의 벽(현실과 작품 속 세계를 나누는 가상의 벽)을 넘나드는데서 발생하는 혼란이 주는 재미를 추구한다.

페이크 리얼리티쇼는 블랙 유머적인 웃음 유발 장치들이 많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의 불편한 개인사나 사적 영역들을 개그 소재로 잘 쓴다. 현실과 가상을 오갈 때 스스로가 풍자하는 어두운 사적 영역은 웃음 폭발력이 크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금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성적인 소재들도 블랙 유머 대상으로 페이크 리얼리티쇼에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음악의 신’ 사례처럼 페이크 리얼리티쇼는 케이블이나 OTT의 전유물이었다. 불편하고 어두운 영역을 웃음의 소재로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병맛스러움이 지상파에서는 많은 제약으로 제대로 펼쳐지기 어려워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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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페이크 리얼리티쇼는 출연진이 덜 화려해도 괜찮았다. ‘음악의 신’의 이상민 탁재훈이나 ‘SLL'의 신동엽 같은 핵심은 블랙 유머를 유발하는 어두운 개인사 소재가 확실하거나 성적인 소재들을 맛깔나게 풀어나갈 개그력이 출중해야 하지만 다른 출연진들은 무명이거나 스타가 아니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블랙유머는 핵심의 폭발력이 나머지 멤버의 개그 상황까지도 잘 유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턴’은 좀 다르다. 지상파에서는 블랙 유머로 케이블이나 OTT처럼 막나가기는 힘들다 보니 병맛은 낮추고 개그력 높은 핵심 멤버의 수를 대폭 늘려 웃음의 집단화를 추구했다.
이경규 탁재훈 투톱 외에도 김원훈 이수지는 모두 웃음 유발이 필요한 상황에서 엔진 역할이 가능한 최상급 예능인들이다. 추성훈도 전문 예능인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다. ‘마이턴’의 올스타 캐스팅은 지상파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 같아 보인다.
결국 ‘마이턴’은 지상파의 페이크 리얼리티쇼 한계점 찾기가 된다. 1회 탁재훈과 추성훈의 베드신(?)이나 2회 이후 등장하는 탁재훈과 원로 배우 김용림의 러브라인 같은 에피소드들은 지상파임에도 페이크 리얼리티쇼의 병맛스러움을 잘 구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악의 신’이나 ‘SLL'처럼 약 빤 듯 막나가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마이턴’이 자신만의 ‘지상파 병맛’을 잘 찾아 올스타 캐스팅의 화려함과 페이크 리얼리티쇼의 병맛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의 최애 예능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