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이현이 오랜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빅히트 1호 가수라는 수식어에 어울리게 남다른 애사심을 자랑했다. 그 애사심은 별다를 것이 없었다. 본연의 역할인 가수로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어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현은 16일 오후 세 번째 미니앨범 'A(E)ND'를 발매한다. 앨범 발매를 앞둔 12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이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번 앨범은 2021년 싱글 '바닷속의 달' 이후 4년 만의 신곡이다. 앨범 단위로는 2012년 1월 발매한 정규 1집 'The Healing Echo' 이후 약 13년 8개월 만이다. 오랜 만에 돌아오는 이현은 "떨린다"는 소감과 함께 앨범과 자신의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렇게 오래됐는지 몰라서 좀 놀랐어요. 처음에는 미안하더라고요. 또 오래 걸렸다 보니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떨리기도 해요. 음악적으로는 다른 문법으로 채운 곡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해요. 최선을 다해서 만든 미니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앨범 발매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음악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7년 전부터 미디를 공부하고, 그중 3년 동안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음악에만 몰두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부터 새 앨범에 대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드디어 음악을 선보이게 됐다.
"저는 제 음악이나 콘서트에 대한 갈망이 컸어요. 이번에 싱글이 아니라 앨범 형태인 이유도 콘서트를 하고 싶어서예요. 한 2년 간은 '뭘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장르적, 메시지적으로 어떤 걸 해야 통상적이지 않으면서도 기다려주신 분들이 좋아하실까 싶더라고요. 사실 제가 만든 곡으로 내보이고 싶다는 곤조도 있었어요. 그런데 깜냥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걸 내려놓고 회사 A&R팀을 통해 노래를 받았어요. 너무 많은 곡이 들어와 선별하는 데 오래 걸리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여러 장르로 해봤는데, 결론은 잘하는 것 중에서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결정했어요.

'A(E)ND'는 사랑과 이별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관계의 시작과 끝에 대한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다. 발음은 비슷하지만 의미는 상반되는 AND와 END를 결합해 관계의 양면성과 감정의 복합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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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생각했던 사랑과 지금의 사랑이 동일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모든 영화나 음악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지금의 사랑 노래는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을까 고민이 있었어요."
타이틀곡 '이쯤에서 널'은 지키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한 시간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침내 놓아주기로 결심한 순간과 아픔을 담은 곡이다.
"나름 설정한 상황이 있어요. 서로의 관계에 대해 힘들다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서 지켜봐주고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렇다면 이쯤에서 널 놓아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하는 노래에요."
음악적으로는 브리티시 록에 기반한 팝 발라드 장르의 노래로 섬세한 피아노 연주 위에 이현의 절제된 감성과 세련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제가 좋아하는 발라드는 어쩔 수 없이 빅히트스러운 발라드인 것 같아요. 록이나 R&B장르를 기반으로 멜로디가 있는 거죠. 가이드를 해주신 분의 목소리가 독특했어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있었고, 안 살리기에는 그 느낌이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조금 다른 형태로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밖에도 'Day & Dream', 'What's On Your Mind', '우리의 중력', 'Tree of Life, '너에게 (마중 pt.2)' 등 총 6곡이 담겼다. 정통 발라더 색채가 강한 이현은 향수를 자극하는 R&B부터 진한 여운을 남기는 발라드 까지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특히 이현은 '이쯤에서 널', 'Day & Dream', 'What's On Your Mind', 'Tree of Life, '너에게 (마중 pt.2)'의 작사에 참여했다.

이현을 설명하는 수식어 중 하나는 '빅히트 1호 가수'다. 그 '방탄소년단'보다도 먼저 빅히트에 소속되어 있었던 이현은 과거와 지금을 되돌아보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사실 빅히트는 회사가 작을 때부터 까탈스러웠던 회사예요. 그 컨펌라인이 커졌을 따름인거죠. 다만, 회사가 커지다 보니 좋은 곡들이 더 많이 들어와서 수월했어요. 사실 저는 애사심이 큰 편이라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가장 먼저, 후배들이 봤을 때 이 나이에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그 다음으로는 회사가 커지는 과정에서 간과할 수 있는 부분들을 기회가 될 때 말씀드리고 있어요."
앨범을 발매하는 방식이나 회사의 규모뿐만 아니라 발라드라는 장르의 표현 방식 역시 변화했다. 이현 역시 이번 앨범에 그 변화를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절절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이제는 조금 감추는 게 미덕인 것 같아요. 스스로는 이번 앨범에 예전보다 다양한 톤과 표현을 했다고 생각해요. 1년 전부터 발성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그래서 더 다양한 표현방식과 다른 톤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앨범을 들으시면 변화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최근 발라드 장르는 K팝 시장에 비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솔로는 물론 에이트, 옴므 등 다양한 그룹 활동으로도 활동했던 이현은 최근 발라드의 부진에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더 많은 시도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장의 변화도 있고, 대중예술이잖아요. 다른 장르와 결합이 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조금은 다른 느낌의 발라드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장르에 비해 정체된 것이 있지 않나 싶어요."

이현 스스로도 이러한 음악적인 확장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특히 라디오 '친한친구 이현입니다'를 진행하며 만난 K팝 아이돌을 통해 더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꾸준한 발전을 예고했다.
"스스로도 너무 오래 머물렀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난해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도 그런 자극이 있었어요. 어린 친구들의 음악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너무 시간을 느리게 쓰고 있는 것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욕심이 생겼어요. 다음 앨범은 어떤 장르로 해보고 싶다는 구상이 떠올랐어요. 또 이번에는 피독 프로듀서와 함께 했지만 다음에는 다른 프로듀서와도 해보고 싶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이현은 단기적인 목표보다는 장기적으로 사랑받고 싶은 노래가 되고 싶다는 목표와 함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음원차트가 의미가 있나 싶긴 해요. 프로모션 자체도 멀리 봤으면 좋겠어요. 언제 어디서든 어떻게든 들렸으면 좋겠어요. 제가 오래 활동을 했지만, 따라 부르고 싶은 노래가 없는 것 같아요. 이 노래가 그럴지 안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불러보고 싶은데'라는 욕망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어린 친구들도 있겠지만, 특히 제 세대의 남자분들에게 그런 노래가 한동안 가뭄이었는데 마이크를 잡고 싶게 만드는 욕망이 충족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