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은 확실한데 개연성은 상실된 헐거운 서사의 108분

한소희와 전종서, 말 그대로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조합이다. 그냥 예쁘기만 한가. 둘 다 남다른 분위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는 배우들 아닌가. ‘프로젝트 Y’는 지금 가장 핫한 두 여배우의 만남이란 점에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영화다. 문제는 그 시선을 러닝타임 108분 내내 집중시킬 수 있는지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가진 거라곤 서로뿐인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이 밑바닥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은 돈과 숨겨진 금괴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낮에는 꽃가게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밤에는 화류계 에이스로 일하는 미선과 유흥업 종사자들을 태우는 콜택시 기사 겸 소소한 심부름일로 돈을 버는 도경은 이 바닥 청산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남들처럼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생활을 꿈꿨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모든 걸 잃는다.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유흥가 실세 토 사장(김성철)의 검은 돈이 숨겨진 장소. 심지어 그 토 사장이 자신들이 돈을 잃게 된 배후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렇다면 그 돈을 훔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인생을 바꾸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 만큼 두 여자를 쫓는 이들이 생기고, 충돌도 생기고, 묘한 연대도 생긴다. 눈에 띄는 건 ‘프로젝트 Y’에서 이런 서사를 맡은 이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것. 최종 빌런은 토 사장이지만 미선과 도경을 쫓는 인물은 토 사장의 오른팔 황소(정영주)이고, 과거 유흥계의 전설이자 도경의 엄마인 최가영(김신록)은 미선과 도경의 도주에 결정적 혼선을 준다. 분량은 미미하지만 이 이야기의 발단도 토 사장의 아내 하경(유아)에게서 비롯되고, 유흥업소 매니저 상옥(박환희)을 비롯한 업소 아가씨들도 이후 미선과 도경을 돕는 조력자로 나선다. 요즘 대중문화 트렌드가 여성 서사이긴 하지만 여성들이 주축이 된 장르물은 여전히 귀하기에, ‘프로젝트 Y’의 존재는 인상적이다.
‘프로젝트 Y’의 장점을 또 꼽자면, 스타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누아르 영화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는 점. 한마디로 ‘폼이 난다’. 화려하면서도 정형적이지 않은 미모로 묘한 퇴폐적 매력을 드러내는 한소희와 전종서의 비주얼 합이 큰 역할을 하는 가운데, 재즈부터 시티팝까지 아우른 음악감독 그레이의 감각적인 음악과 강렬한 패션이 어우러지면서 잘 만든 화보집이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미선과 도경의 도주 장면에 화사가 부른 재즈풍의 ‘Fool For You’를 얹힌 오프닝부터 이런 무드를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

문제는 폼은 확실한데, 그를 뒷받침할 이야기의 얼개가 무척 빈약하고 헐겁다는 거다. 기존 범죄물의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진부한 서사는 그렇다 쳐도, 남발하는 우연과 뒤떨어지는 개연성이 더해지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 캐릭터들도 마찬가지. 특히 김신록의 압도적인 연기력과는 별개로 최가영이란 캐릭터의 행보는 공감은커녕 빈축을 살 것임이 분명해 안타깝다. 김성철이 ‘역대급 악역’이라 장담한 토 사장 또한 초반 깔끔하고 예민한 빌런으로 차별화를 꾀했으나 후반 들어 어이없이 무너지며 아쉬운 요소로 남는다.
‘프로젝트 Y’는 독립영화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로 비행청소년들의 삶을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그려냈던 이환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인 만큼, 감독이 그려내는 세계관이 어떻게 확장되고 변주되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 작품이다. 이 또한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주인공들의 결핍과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는 가운데 외형적인 확장을 꾀하지만, 리얼리즘에서 누아르로 장르가 바뀌면서 전작들이 보여준 날 것의 생생한 진정성을 좋아했던 팬들은 진정성은 휘발되고 그 위에 덧입혀진 세련된 미장센에 당혹할 것으로 보인다. 유흥업소 등 화류계 밑바닥 인생을 대변하는 영화의 배경인 화중시장이, 반복적으로 소비했던 기존의 밑바닥 인생 영화들을 어느 정도 답습하면서 그리 신선하지 못하다는 것도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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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Y’는 이미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마쳤고, 작년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도 초청돼 주목받았다. 여기에 영화 속 금괴를 모티브로 하여 N차 관람 관객 대상으로 24K 순금을 증정하는 ‘황금 타이틀 미션’ 이벤트를 메가박스와 함께 진행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물론 한소희와 전종서의 황홀한 비주얼을 즐기면서 순금까지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108분짜리 뮤직비디오를 여러 차례 관람하는 건 일종의 벌칙이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 그러면서도 매혹적인 배우들의 버디물이라는 보기 드문 기회라는 점에서 폼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은 봐도 괜찮다는 생각도 드니,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15세 관람가, 1월 21일 개봉.
정수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