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정상 보이그룹 에이티즈의 네 번째 '황금기' [K-POP 리포트]

빌보드 정상 보이그룹 에이티즈의 네 번째 '황금기' [K-POP 리포트]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기자
2026.02.11 16:52
에이티즈는 BTS와 유사한 해외 인지도, 온오프라인 소통, 프로듀싱 능력, 작사/작곡 가능 멤버, 퍼포먼스, 명확한 주제의 시리즈 음악 등으로 글로벌 성공을 이룬 그룹이다. 이들은 MAP OF THE SOUL 연작과 달리 GOLDEN HOUR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며 시리즈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으며, 13번째 미니앨범에서는 팬들을 위한 팬송을 수록해 팬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에이티즈,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에이티즈,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에이티즈는 여러모로 BTS를 닮았다. 해외가 먼저 알아본 가능성, 그 반응에 적극 응한 온오프라인 소통과 현지화,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리더, 작사/작곡을 할 수 있는 멤버들, 압도적인 퍼포먼스, 명확한 주제와 서사로 무장한 시리즈 음악, 무엇보다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니어도 글로벌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점에서 그렇다. 심지어 이들은 남다른 근면까지 갖추어 데뷔 후 7년 동안 국내에서만 정규작 2장에 미니 앨범 13장을 선보였다. 초심에 바탕을 둔 성실함까지 BTS를 빼닮은 셈이다.

이 모든 게 후배 에이티즈가 공공연히 선배 BTS에 대한 흠모를 밝혀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마냥 그랬다면 아류에 머물 수도 있었을 테지만 에이티즈는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흔한 격언을 본인들의 한결같은 콘텐츠로 소화했다. 가령 ‘MAP OF THE SOUL’ 연작을 접고 오는 3월 컴백 주제를 ‘아리랑’으로 잡은 BTS와 달리, 에이티즈는 아직 덜 끝낸 ‘GOLDEN HOUR’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를 13번째 미니 앨범에 담으며 앞으로도 ‘연작 음악’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한 식이다. 하긴 BTS도 군백기 이후 첫 작품이어서 그런 것이지, 다시 특정 주제로 시리즈를 펼쳐 나갈 수 있을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건 그들이 돌아오고 난 뒤 더 구체적으로 설명, 진단될 일이다.

‘GOLDEN HOUR’ 시리즈는 이전 모험과 투쟁에 이어 그룹이 당면할 미래에 대한 예견이자 누려갈 현실의 묘사였다. 즉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과 코첼라 무대를 계기로 들어선 그룹의 ‘황금기’를 시리즈는 결과적으로 그려나가게 된 것이다. 단순히 표면만이 아니라 음악에서의 성장도 함께 밝히리란 점에서 이 콘셉트는 다분히 입체적이다. 예컨대 두 번째 파트의 ‘Ice on My Teeth’가 들려주었듯 과거’ Guerrilla’나 ‘BOUNCY (K-HOT CHILLI PEPPERS)’와 거의 상극에 있는 절제된 분위기는 분명 아티스트로서 다다른 성숙미였다. 아울러 2025년 초여름에 내놓은 세 번째 파트의 타이틀 트랙 ‘Lemon Drop’은 이들의 정체성이던 ‘마라맛’ 군무를 잠시 밀쳐두리라는 느낌마저 주었다. 작품 퀄리티 차원에서 자신들의 목표일 ‘Masterpiece’를 곡 제목으로 쓰며 이들은 여유와 자신감까지 동시에 내비쳤다. 비슷한 형식을 주제만 변주해 나가는 방식은 자칫 늘어지거나 질릴 법도 한데, 에이티즈는 스스로를 한계로 몰아붙일 각오라도 한 듯 데뷔 때부터 줄곧 그 실험을 고수해 왔다. 결국 이들은 미니멀과 반복의 미학 속에서 길을 찾았고, 들어선 길은 실력의 결정체로 맺혔다.

에이티즈,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에이티즈,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전작의 마지막 곡 ‘Bridge : The Edge of Reality’를 떠올려보면 자욱한 EDM 풍 첫 곡을 예상하게 되지만, 이번 ’GOLDEN HOUR’의 네 번째 파트는 의외로 침착한 트랩 알앤비 곡(’Ghost’)으로 문을 연다. 그리곤 타이틀 곡 ‘Adrenaline’으로 그룹은 데뷔 초기 강렬한 분위기로 냉큼 집입하는데, 이 전략이 재계약 이후 첫 복귀 차원에서 마음을 다잡는 모양새라는 건 다소 일차원적인 분석일지언정 그럼에도 그 분석은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인다. 때로 진실이나 본질은 사안을 단순화시킬 때 드러나는 법. 이들의 팬덤 에이티니(ATINY)라면 금세 찾아낼 수 있을 지난 시리즈의 상징들을 숨겨놓은 뮤직비디오는 그런 그룹의 ‘회귀’ 의지를 더 분명히 해준다.

타이틀 트랙의 맵고 거친 퍼포먼스가 지닌 에너지는 신스 힙합 비트를 앞세운 다음 곡 ‘NASA’의 긴장을 지나 허심탄회한 여유로 접어든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에이티니들에게 바쳐온 팬송의 연장 ‘On the Road’와 ‘Choose’이다. 특히 팬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또는 러브레터에 가까운 ‘Choose’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펼치는 수수한 보컬 퍼포먼스는 전 세계 에이티니들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하다. 이처럼 다섯 곡을 수록한 미니앨범 안에 팬송만 두 곡이란 것에서 지난 치밀한 스토리텔링보단 한숨 돌리며 팬들을 돌아보겠다는 멤버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렇게 에이티즈의 13번째 미니앨범은 “내면의 투쟁과 폭풍을 뚫고 더 단단해질” 그룹의 응축된 각오가 곡들마다에 잠든 역동, 침잠으로 조용히 뒤챈다. ‘GOLDEN HOUR : Part.4’는 이들의 다음 행보를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얼마 전 그래미 시상식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의 관심은 당연히 행사 오프닝 무대에서 ‘Apt.’를 부를 로제와 지구촌 10대들의 맹렬한 ‘다시 보기’에 힘입어 신드롬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삽입된 ’Golden’의 수상 여부였다. 결국 로제는 받지 못했지만 ‘Golden’은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라는 상을 받아 ‘케이팝 최초 그래미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한국인들이 ‘케데헌’과 ‘Golden’에 열광한 건 비록 한국 자본이 아니어도 영화가 한국 문화를 다룬 콘텐츠였기 때문이며, 한국 작곡가가 참여한 영화 삽입곡을 ‘한국계’ 미국인이 불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국 자본이 아니어도 되고, 한국 기획사 연습생을 거쳤으면 미국인이어도 상관없다는 관대함도 역설적으로 모두 ‘한국’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부차적으로 여긴 셈이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한국인들의 진심은 자본도 퍼포머도, 크리에이터도 모두 ‘K’에 수렴되는 팀이 그래미상을 거머쥘 날을 내심 더 바라는 쪽일지 모른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바로 그날을 케이팝의 전통 개념(한국인이 만들고 한국말로 부르는 음악)과 현대적 해석에 두루 부합하는, 케이팝이 쟁취한 진짜 승리요 자리매김으로 여기리란 추측이다. 속칭 ‘중소돌’ 출신으로 빌보드 200 정상을 찍은 에이티즈가 그 강력한 후보라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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