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박경희 役으로 또 증명한 이름값
3주 연속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새롭지 않은데 새로워"
"나만 잘한다고 좋은 장면 나올 수 없어…작품은 함께하는 것"

배우 김혜수가 오랜만에 출연작의 뜨거운 반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평소 작품을 공개해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던 주변 사람들이 이번에는 먼저 연락해 다음 이야기를 물을 정도다.
"이제는 작품을 해도 주변에서 별 반응이 없는데 이번에는 문자가 좀 많이 왔어요. '직장의 신'이나 '도둑들'을 했을 때처럼요. '다들 재미있게 보고 있구나' 싶었죠. 다른 방법으로는 반응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자꾸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요."
김혜수가 주연으로 출연 중인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행복한 가정을 팔아온 인기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비밀로 얽히며 폭주하는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다. 3주 연속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를 지키고 있고, 현재 5화까지 공개됐다.
김혜수는 철거촌에서 출발해 100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테리어 회사 대표이자 인플루언서 박경희를 연기한다. 촬영을 마친 지 불과 두 달 반 만에 작품이 공개된 덕분에 아직 현장의 여운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공개되기까지의 시간이 아주 짧았다. 여운이 채 지워지기 전에 오픈돼서 현장감이 그대로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가 김혜수의 시선을 가장 먼저 붙든 건 바로 도발적인 제목이다. '대체 불륜보다 더 큰 문제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대본을 펼친 그는 당시 받은 4부까지 화장실도 가지 않고 단숨에 읽었다. 익숙한 사건들을 낯설게 전개하는 정은경·박수린 작가의 서사에 매료돼 곧바로 이름을 검색해 봤을 정도다.
"블랙 코미디나 부모와 자식의 갈등처럼 각각의 요소가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사건을 다루고 전환하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했어요. 새로운 요소는 없는데 새로움이 있었죠. 제가 가장 선호하는 지점이에요. 대본 자체에 힘이 있었고, 이창희 감독님을 만났을 때는 겸손하고 편안한 모습 안에서 자신감이 느껴졌어요. 놓치지 않고 잘하면 정말 좋은 현장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혜수는 화려한 성공을 거둔 인플루언서보다 치열하게 가족을 지켜온 가장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경희에게 불륜은 파국의 시작을 알리는 장치일 뿐이다. 남편의 배신과 자녀의 뺑소니 사고를 차례로 마주한 뒤 극한으로 내몰리면서 드러나는 욕망과 이기심, 유약함이 캐릭터의 본질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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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는 보이는 것을 계속 파는 사람이에요. 의도적이고 작위적인 삶에 익숙한 거죠. 하지만 저에게는 이 사람이 가장이라는 사실이 중요했어요. 치열하게 지켜온 가정에서 남편의 배신을 겪었을 때 굉장한 비현실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성공 뒤에 감춰진 진짜 얼굴을 언제, 얼마나 드러내고 감출지 고민했어요. 내밀한 민낯과 익숙한 가면의 수위를 조율하는 게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박경희의 화려한 패션 역시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삶을 드러내는 장치다. 김혜수는 인테리어 콘텐츠로 성공한 실제 인플루언서들을 살피고, 킴 카다시안 패밀리처럼 개성 강한 셀럽들의 표현 방식도 참고했다. 다만 "김혜수가 마음껏 꾸미는 역할"로만 보이지 않도록 개인적인 취향은 최대한 배제했다.
"꾸미는 재미는 있었죠. 여러 브랜드의 옷도 입어볼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인플루언서 경희로 접근해야 했기 때문에 저를 배제하려고 했어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인 만큼 시각적으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고, 사람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헤어스타일을 특히 신경 썼어요. 정말 많은 스타일을 합성하며 연구한 끝에 긴 머리를 선택했습니다."
앞집에 처음 초대받은 경희가 커다란 리본을 달고 남편에게 슈트를, 딸에게 소공녀 같은 옷을 입힌 장면에도 명확한 욕망이 담겼다. 상류층의 환심을 사고 싶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태도와 배려까지는 갖추지 못한 경희의 결핍이다. 의상팀은 상류층 여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트위드 소재를 활용해 세련되게 거절하는 수정(조여정)과 끊임없이 틈을 노리는 경희의 차이도 시각화했다.
조여정과는 오랜만에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났다. KBS2 드라마 '장희빈'(2002~2003) 이후 무려 24년 만의 재회다. 김혜수는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며 성장해 온, 늘 응원했던 배우"라며 "안주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배우와 다시 작업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남편 재홍 역의 김지훈에게는 배우 고유의 순수함이 캐릭터의 설득력을 만들어줬다는 칭찬을 건넸다. 재홍은 경제적으로 가정을 이끌지는 않지만 경희의 치열함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주는 인물이다. 김혜수는 경희가 더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면서도 재홍의 해맑음과 진심에 만족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준비했는지가 느껴졌어요. 준비되지 않은 배우는 새로운 것을 해낼 수 없거든요. 재홍은 바람을 피우면서도 순수하고 해맑은 면으로 사람을 집중하게 해야 해요. 그 순수함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 건 김지훈 배우 고유의 장점이에요. 상황을 받아들이고 전환하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요."
김혜수는 긴 경력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것으로 함께의 가치를 꼽았다. 주연 한 사람의 힘만으로 작품이 완성될 수 없고, 연기는 철저한 주고받기라는 설명이다.
"나를 위해 다른 캐릭터를 발판으로 삼는 건 가장 나쁜 태도예요. 나만 잘한다고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없어요. 선배라고 해서 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상대가 불안함 속에서 방향을 찾았을 때 '맞았어, 좋았어'라고 표현해 줘야 함께 갈 수 있어요. 지훈 씨가 제게 의지했듯 저도 지훈 씨에게 의지했습니다. 언제나 현장은 쌍방이에요."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의 남은 회차 역시 앞선 전개처럼 시청자의 예상을 비껴갈 전망이다. 김혜수는 "보통의 드라마라면 '이제 불륜보다 큰 사건이 있다'는 식으로 흘러가겠지만 우리 작품은 일반적인 기대와 다르게 움직인다. 계속 무언가가 튀어나온다. 그게 이 드라마가 지닌 신선한 재미"라고 관전 요소를 짚었다.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그는 작품을 둘러싼 평가보다 촬영하는 순간의 책임에 집중한다고 했다. 좋은 평가는 스스로를 깨우는 힘으로 삼되 현장을 떠난 뒤에는 결과에 매달리지 않는다.
"남들이 아는 것 이상으로 제 부족함을 제가 잘 알잖아요. 그걸 메우려는 이기적인 심리가 있어요.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뇌가 각성하도록 되뇌고, 좋은 부분을 곱씹으면서 더 잘하려고 해요. 하지만 작품이 나온 뒤의 평가는 생각하지 않아요. 촬영이 끝나면 끝이에요. 촬영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고 제 책임을 다하는 것,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