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공룡이라는 치트키, 가족애라는 한방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공룡이라는 치트키, 가족애라는 한방

권구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8.2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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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앞마당에 공룡이 나타났다는 기발한 설정이 주는 쾌감
명배우 앤 헤서웨이와 이완 맥그리거의 존재감이 주는 안정감

영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평범한 마을에 공룡이 나타난 상황에서 가족의 관계 회복을 다룬 작품이다. 이완 맥그리거와 앤 해서웨이가 부부로 출연하여 일상의 균열과 위기 속 유대감을 연기했다. 데이빗 로버트 미첼 감독은 일상의 공포를 서스펜스와 유머로 풀어내며 가족애의 소중함을 전달했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우리 동네에 ‘쥬라기 공원’이 개장했다. 누가 보면 아파트 단지를 찾은 야시장 축제 같겠지만, 진짜 공룡이 집 앞마당에 용변을 보고,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린다. 해고 후 미래를 향한 아빠의 고민도, 소설 작가를 향한 꿈을 숨긴 채 가정에 충실하던 엄마의 불만도, 명문대 진학이라는 딸의 바람도, 친구의 팔을 부러뜨려 그 보복을 두려워했던 아들의 불안도, 심지어 밤사이 강아지가 짖었다는 사소한 이유로 티격댔던 이웃과 갈등도 중요치 않다. 그저 절대적인 포식자를 피해 살아남는 것이 숙제가 됐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보금자리였던 오크 스트리트가 하루아침에 중생대로 전이한다. ‘1982년 미국의 작은 마을’이라는 테마파크를 즐기던 관객들은 순식간에 공룡 테마파크로 입장한다.

허나 공룡 영화의 바이블인 ‘쥬라기 공원’ 같은 크리처 블록버스터를 떠올리면 안 된다. 영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의 세계는 보다 작고 소중하며 따뜻하다. 분명 포식자의 공포는 생생하게 살아있는데, 그저 공룡이라는 치트키에 기대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 제목에 ‘XX사우르스’ 같은 공룡 이름이 아닌, ‘오크 스트리트’를 내세운 건 다 이유가 있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오크 스트리트는 단어 하나로 세계관을 완성한다. 누가 봐도 살기 좋은 마을에서, 행복한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엔 타인은 모를 잡음도 있기 마련이다. ‘그렉’(이완 맥그리거)과 ‘드니스’(앤 해서웨이)도 그랬다. 모든 부부가 가지고 있을 작은 균열을 안고 있었고, 이에 자녀들도 부모의 눈치를 살폈다. 이런 문제는 공룡과 마주한 후에도 이어진다. 직접적으로 삶을 위협하는 건 공룡이었지만, 진짜 불안 요소는 가족의 붕괴라는 걸 보여준다.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였던 오크 스트리트가 파괴될 때마다 그렉-드니스 가족은 조금씩 관계를 회복해 나간다.

영화의 재미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당연하게도 공룡이다. 분명 무자비한데 어딘가 친근한 구석이 있다. 멸종한 생명체이지만, 우리 동네를 활보한다는 설정 덕분이다. 특히 메가폰을 잡은 데이빗 로버트 미첼은 평범한 일상을 서서히 공포로 물들이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한다. 공룡들이 간이 수영장에서 물을 마시고, 먹거리를 찾아 뒷마당의 쓰레기통을 뒤진다. 심장 떨리는 상황 속에서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또 하나의 재미는 가족들의 관계성이다. 아마 MBTI를 잘 아는 관객이라면 그렉과 드니스의 성향을 명확하게 눈치챌 수 있다. 그렉은 공룡의 공포에 자녀들이 겁을 먹자, 결국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위로한다. 또한 수비적인 방법으로 생존을 도모하면 원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격려한다. 반면 드니스는 현실의 위험한 상황을 아이들에게 인지시킨다. 또한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닌 확실한 타개책을 찾아 현재를 돌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가 맞고 틀린 것이 아닌, 그저 다른 성향의 인물들이다. 이에 따라 서로 충돌할 때도 있지만, 서로의 빈 구석을 채워줄 수 있음을 우리는 안다.

공룡의 짝짓기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헛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다. 이때 그렉과 드니스의 태도 역시 절묘하게 교차한다. 그토록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던 부부는 이 순간에 서로의 성향을 맞바꾼다. 평소 매사 긍정으로 일관하던 그렉이 도망쳐야 할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매 순간 냉철한 현실주의를 고수하던 드니스는 공룡들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남기자는 감성적인 제안을 던진다. 이 유쾌한 역전은 공룡의 위협 속에서 위태롭던 부부가 다시 서로를 바라보게 만드는 순간이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마을에 공룡이 들이닥친 재난 속에서도, 지극히 평범한 그렉-드니스 가족의 일상은 낯설지 않다. 관객은 스크린 너머의 그들에게서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의 얼굴을 본다. 그렇게 그들의 생존을 기도하고, 일상이 다시 돌아오기를 응원하며, 서로 어긋났던 관계가 회복되기를 소망한다. 덕분에 자칫 잔인해 보일 수 있던 공룡 서스펜스는 온 가족이 함께 봐야 할 영화가 된다.

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는 데에는 두 배우의 공도 크다. 이 따뜻하고 기괴한 소동극의 중심에는 앤 해서웨이와 이완 맥그리거라는 명배우가 있다. 수많은 작품을 거쳐온 두 배우지만, 부부로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처음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두 사람은 오랜 세월 갈등과 권태를 겪어온 현실 부부의 미세한 균열부터 극한의 위기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애틋한 유대감까지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거대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가 주는 스펙터클에 지쳤다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가족의 온기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을 만나보길 권한다. 무더위의 끝자락, 온 가족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함께 웃고 조마조마해하며 그 소중한 가치를 나누기에 더없이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영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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