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연프로 볼 수 없는 감동...3회 만에 1% 시청률 돌파

SBS 예능 ‘내 남은 연애’가 엔딩을 맞이한다.
지난 3일 시작된 4부작 연애 프로그램 ‘내 남은 연애’는 24일 마지막회를 방송한다.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은 3회 들어서야 간신히 1%를 넘어설 만큼 낮지만 이 프로그램을 한 번이라도 본 시청자들에게는 그 어떤 히트작보다도 마무리가 궁금하고 기다려질 듯하다. 이 프로그램의 연애가 죽음 문턱에 다녀온 2030 청춘들의 짝 찾기라 그렇다.
가장 화려하게 꽃피는 생의 정점에 시한부 선고를 받았거나 생사를 오가는 투병 경험으로 극한의 절망을 겪은 이들의 연애다.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3인과 ‘나중에 밖에 모여 꼭 한 잔 하자’며 투병 의지를 다졌지만 혼자만 살아남은 이도 있다.
아직 항암 등 투병 중인 이도 있다.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다 잊고 건강하기만 한 이들과 똑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에서는 벗어났지만 생사를 건 싸움을 견뎌낸 몸은 노인이 된 느낌이 들만큼 만신창이다.

삶이 끝이 있다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이들이라 내 앞의 시간들은 절박하고 소중하다. 연애는 삶의 정수 중 하나이기에 당연히 해보고 싶지만 조심스럽다. 병을 알게 된 시점에 만나던 상대방으로부터 ‘결혼하게 될 경우 자식의 유전자를 고려한다’는 말로 이별 통보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설령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또래 청춘들처럼 체력적으로 맘껏 연애할 수도 없다. 제약 많은 몸 상태라 미안해서 연애를 시도하기 주저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서 같은 처지인 상대를 만나더라도 나와 같은 아픔을 겪어 돌봄이 필요한 상대를 그 고통에서 갓 나온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지 자신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연애를 꼭 해보고 싶은 간절함은 모두의 가슴 속 깊이 뜨겁게 존재하기에 ‘내 남은 연애’를 통해 만남을 시작해 본다. 처음 모두 모여 각자 어떻게 아팠는지를 말하는 처절한 시간만 지나면 이들의 연애도 다른 청춘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이 순간순간 예쁘고 반짝인다.

조심하고 살아왔지만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라 관심 가는 상대를 마주치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 보기도 한다. 비슷해서 끌리고 달라서 관심도 가는 연애의 본질은 여기서도 그대로다. 상대를 교차해가며 데이트를 해보는 상황은 출연자들의 어두운 병력이 조금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선남선녀들의 꽁냥꽁냥으로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하고 설레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문득 병마의 그늘은 이들의 연애에 어쩔 수 없이 드리워진다. 조금씩 상대와 가까워질수록 갑자기 쓰러질 때가 있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부담될까 걱정된다. 데이트 후 숙소로 돌아오면 항암 후유증으로 안 나오는 눈물 때문에 특별한 안약을 챙겨 넣어줘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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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버킷리스트 해보기 에피소드에서는 애틋함이 절정에 달한다. ‘함께 떡볶이 먹기’ ‘탁구 치기’처럼 너무도 소박하고 평이하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특별한 시간이 되기에 부족한 듯한 평범하고 흔한 일상이지만 이들에게는 꿈같았다.

‘내 남은 연애’는 연애 프로그램인데 만남 시작 전 자기소개가 없었다. 그 자기소개는 마지막회인 24일 방송되는 것으로 예고편에 소개된다. 건강한 이들이 만날 때 가장 중요한 체크사항이 돼 버린 직업 나이 성장배경 같은 자기소개 항목은 ‘내 남은 연애’ 출연진들에게는 절대적이지 않다.
자기소개 내용들은 연애의 미래와 관련이 깊다. 만남을 지속할 만한 상대인지 파악하기 위해, 결혼 같은 더 깊어질 상황을 위해 미리 확인해 보는 근거들이다. ‘내 남은 연애’는 지나온 시간의 어둠 속에서 함께 빠져나오는 일이 연애의 근간이다. 미래가 없을 뻔했던 이들에게는 미래를 따지는 일보다는 어둠을 벗어나 공감과 위로라는 빛이 있는 이 순간의 소중함이 연애다.
‘내 남은 연애’는 삐딱한 시선과 함께 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니 차별화를 위해 ‘시한부’라는 조심해야할 소재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출연자들의 고통이 방송으로 소비되는 상황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내 남은 연애’는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여겨진다. 여느 청춘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연애에 몰입할 때 전해지는 설렘과 삶의 활력은 출연자들에게 방송 출연이 분명 긍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이라 믿게 만든다.
이들의 연애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청춘들의 예쁜 연애를 보는 즐거움과 함께 삶에 깊은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 ‘내 남은 연애’는 어쩌면 가장 폭 넓은 세대가 볼 수 있는 연애 프로그램이었는지도 모른다.
삶의 소중함을 점점 더 느끼는 30대 이후 세대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연애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남은 연애’에 전하는 응원은 시청률과 상관없이 크고 뜨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