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사람의 힘으로 쌓아올린 또 한편의 '신화' [시네마 리포트]

'오디세이', 사람의 힘으로 쌓아올린 또 한편의 '신화' [시네마 리포트]

윤지훈(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8.24 11:06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진정한 영화적 체험 선사하며 700만 관객 돌파! 1000만 향해 GO

영화 오디세이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 완성한 신화적 서사로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감독은 18m 높이의 기계식 인형과 원근법 촬영 등 아날로그 방식을 통해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여정과 참회를 생생하게 구현했다. 이러한 시도는 물신의 시대에 사람의 힘으로 쌓아 올린 방대한 이야기가 또 한 편의 신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디세이' 멧 데이먼(왼쪽)과 젠데이아,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오디세이' 멧 데이먼(왼쪽)과 젠데이아,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당신은 신도 아니면서, 왜 모든 걸 짊어지려 하는가.”

‘아직 마법이 존재했던 시대’에 여신 아테나는 전쟁영웅으로 비쳤던 인간 오디세우스에게 물었다. 자신의 지략으로 거대한 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우스는 전승의 성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참회와 깊은 회한으로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참이었다. 그 여정은 그악하게 험난했다. 오디세우스는 오로지 참회와 깊은 회한으로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시작은 신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거스르는 것, 또는 자신이 거슬렀다고 생각하는 데서부터였다. 트로이와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로 위장한 거대한 목마 속에 몸을 숨긴 채 트로이의 성 안으로 침투한 뒤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오디세우스는 이것이야말로 ‘환대’라는 ‘제우스의 법’을 어긴 것이라 여겼다. 그 과정에서 병사 시논을 희생양 삼기도 했다.

승리의 대가는 참혹했다. 오디세우스는 전쟁을 끝내고 자신의 고향 이타카로 향하지만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10년의 세월 동안 세상을 집어삼킬 듯 닥쳐오는 고난의 파도를 견뎌내야 했다. 아니, 그에 맞서기로 했다.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그때 그에게 돌아온 것, 바로 참혹한 전장에서 벌어진 살육에 대한 참회와 깊은 회한이다. 그가 맞닥뜨리는 숱한 전사자들과 시논의 영혼은 오디세우스가 전쟁영웅이 아닌 오롯한 한 사람으로서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참회의 표상이다.

오로지 신만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시대에, 그것도 신들의 다툼에서 시작된 인간 세상의 전쟁이 남긴 상처를 오디세우스는 오로지 바로 그 사람의 마음으로 감당해내려 했다.

23일 전국 누적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여전히 흥행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오디세이’는 그렇게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오펜하이머’ ‘다크 나이트’를 시작으로 한 일련의 ‘배트맨’ 시리즈 등을 통해 할리우드의 ‘명장’이라는 이름에 값해온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영화는 신들의 세상을, “아직 마법이 존재했던 시대”의 이야기라는 신화적 토대를 묘사하는 데 사람의 힘만을 들였다. 거대한 신화의 시대를 그리면서도 한 인간이 마주하고 겪어내고 이겨내려 했던 온갖 험난한 풍파를 오로지 사람의 힘만으로 구현해냈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무려 640km(서울과 부산의 왕복 거리)에 달하는 필름으로 감독은 그야말로 스펙터클의 장대한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영상테크놀로지의 오랜 대명사로 받아들여져온 컴퓨터그래픽(CG)의 힘을 거의 빌리지 않았다.

험난한 여정에 나선 오디세우스가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의 거대한 몸체와 움직임은 18m 높이의 기계식 인형에 토니상을 수상한 연기자의 연기를 덧입혀 형상화했다. 은색 갑옷의 위압감으로 다가오는 라이스트뤼고네스족의 거인 병사들은 장단신의 대역 연기자들이 드러내는 키의 차이를 극대화하는 원근법 촬영 방식으로 그려냈다. 배고픔의 고통 속에서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이 마녀 키르케에 의해 돼지로 변해가는 장면에서조차 감독은 직접 손으로 만지며 그 형질의 변화를 담아내는 고무 재질의 애니매트로닉스를 활용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처럼 끈질긴 사람의 힘을 향한 신념은 오디세우스와 그가 이끈 트로이전쟁의 상징과도 같은 목마를 직접 만들어 촬영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매복한 그리스 연합군 병사들의 사투에 가까운 모습을 담아내는 데에도 이어졌다. 목마 속에 숨은 오디세우스와 병사들은 며칠 동안 자신들의 배설물까지 삼켜야 할 만큼 고난의 시간을 견뎌냈다. 전쟁 승리로만 빛났던 오디세우스와 병사들의 영웅담은 실상 인간들이 참고 이겨내야 했던 고난의 연속이었다. 감독과 배우들, 제작진은 그 속에서 실제로 한 데 뒤엉켜 촬영을 이어갔다.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CG는 너무 안전하다”는 자신만의 생각과 감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거대한 성채와 목마를 사람의 땅 위에 짓고 만들며, 상상하기 쉽지 않은 신화적 인물들의 몸짓을 기계의 힘이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에만 기대 그려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구현해낸 스펙터클의 거대한 서사는 그래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가 아이맥스(IMAX)라는 최첨단의 영상 기술력에 이를 담아내려 했던 것 역시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방대한 신화적 세계를 형상화해 그대로 내어 보여주려 한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무언가가 사람의 자리, 사람의 일, 사람의 힘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을 강요하는 ‘물신(物神)’의 시대. 정말 사람의 자리, 사람의 일, 사람의 힘은 사라지는 것일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라는 사람이 사람의 힘으로만 쌓아 올린 방대한 이야기는 또 한 편의 ‘신화’가 되는 것일까.

윤지훈(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