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자리에 안주하기를 거부하는 '배우', 이민호

'스타' 자리에 안주하기를 거부하는 '배우', 이민호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9.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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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서 비중 작지만 남다른 아우라로 강렬한 존재감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에서 신입 기자 영일 역을 맡은 배우 이민호가 비중과 상관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류스타로 20년 가까이 정상을 지켜온 그는 최근 파친코와 암살자(들)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청춘 스타를 넘어 배우로서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파친코 출연을 위해 오디션까지 거치는 등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인 그는 이번 시대극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영일 역은 생각보다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이민호가 관심을 보인 후 대본에 분량이 더 들어간 것 같습니다."

오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23일 개봉하는 영화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은 극 중 배우 이민호가 맡은 신입 기자 영일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해진과 박해일, 두 쟁쟁한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이민호가 스스로 돌파구를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게다가 ‘암살자(들)’은 시대극이다. 1987년생 배우가, 1974년의 공기에 어울리는 연기를 뽐내며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그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앞서 영화 ‘서울의 봄’과 ‘남산의 부장들’,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등 굴곡진 한국사에 렌즈를 들이밀었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다음 행보다.

영부인 암살이라는 역사의 아픔을 다뤘지만, 그 중심에는 한 신문사가 있다. 도무지 납득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그 진실을 파헤쳐가는 기자들의 이야기가 가장 큰 줄기다. 동성일보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분)은 외압에 굴하지 않고 서슬 퍼런 군부 독재와 검열에 맞서고,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분)은 재환을 보좌하며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이민호는 ‘스타’와 ‘배우’, 두 가지 수식어의 교집합 위에 있다. 그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한류스타의 반열에 오른 뒤 20년 가까이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민호 캐스팅=편성’이라는 등식도 여전히 성립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3349만 명에 이른다. 오랜 기간 철저한 자기 관리로 스타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어느덧 40대를 향해 가는 그는 배우의 영역으로 한발씩 걸음을 옮기고 있다. 특히 보다 디테일한 연기가 요구되는 스크린은 그가 끊임없이 두드리는 장르다. ‘강남 1970’(2015)에 이어 10년 만인 지난해 ‘전지적 독자 시점’에 참여했고, 올해는 ‘암살자(들)’로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 분량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원톱 주연이 아니라 좋은 작품 안에서 썩 잘 어울리는 조각이 되길 더욱 바라는 모양새다.

‘이민호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애플TV플러스 ‘파친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해방 전후 한반도를 떠나 일본과 미국에 정착한 한인 이민 가족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이민호는 오로지 성공하겠다는 야망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 고한수를 연기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아내와 결혼해 세 딸을 뒀으나 부산 영도에 사는 시골 처녀 선자(김민하 분)를 만나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인물이다. 비중이 크지 않았고, 선역 보다는 악역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뿜어내며 ‘쓰랑꾼’(쓰레기 사랑꾼)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당시 그의 인상적인 연기에 미국 포브스는 "이민호의 직관적인 연기는 고한수의 영혼 속 어두운 혼란과 권력을 키워나가고자 하는 고뇌, 그리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좌절을 아름답게 포착해냈다"라고 평가했으며, 기존에 선보인 출연작들과 비교해 "이민호가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고 평했다.

이런 끊임없는 도전은 이민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파친코’를 본 허진호 감독은 ‘암살자(들)’을 준비하며 이민호라는 배우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부단한 노크가 허 감독의 마음을 두드린 셈이다. 허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민호는 드라마를 통해 많이 봤고, 그 배우가 가진 매력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해봤다"면서 "‘파친코’에서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다. 좀 더 현실적인 인물로 들어왔을 때 또 다른 매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허 감독은 "‘영일’ 역은 처음에는 생각보다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이민호가 관심을 보였고, 그 시기에 젊은 기자 캐릭터가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대본에 관련 부분이 조금 더 들어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시대극 역시 이민호에게는 낯설지 않다. ‘암살자(들)’의 배경인 1974년은 그가 태어나기 전이다. 하지만 이미 ‘파친코’와 ‘강남 1970’을 통해 시대극을 경험한 그에게 ‘암살자(들)’의 시대는 익숙했을 법하다.

이 작품은 이민호가 스스로 더 이상 청춘 스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웅변과도 같다. 그리고 스스로 이같은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파친코’ 때는 일부러 오디션 과정까지 거쳤다. 당시 그는 ""한국에 있으면 ‘내가 굳이 오디션을 봐야 하나’ 생각하게 되는데 완벽한 작품을 위해서는 오디션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선택을 받기 위해서 준비하고 시간을 쏟고 태우는 것이 귀중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렇게 쟁취한 ‘파친코’의 고한수를 겪은 후 ‘암살자(들)’의 영일로 돌아온 이민호는 더욱 여물었다. 스타와 배우, 두 가지 수식어 나이에서 배우 쪽으로 균형추로 조금 더 기울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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