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힙합, '마음의 숲'으로 보여준 AI 음악의 가능성

조선힙합, '마음의 숲'으로 보여준 AI 음악의 가능성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ize 기자
2026.09.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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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힙합이 생성형 AI 수노로 만든 노래 마음의 숲이 멜론 톱 100 차트 89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전문 음악가가 아닌 조선힙합은 직접 쓴 가사와 AI 기술을 결합해 40대 청취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사례는 아이디어와 감각만으로 누구나 창작이 가능한 AI 음악의 현실적인 가능성과 저작권 논의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사진제공=조선힙합 
사진제공=조선힙합 

최근 같은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조선힙합이 생성형 AI로 만든 노래 ‘마음의 숲’으로 음원 플랫폼인 멜론 ‘톱 100’ 차트에서 최고 89위까지 오르며 화제가 됐다. 국내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살필 수 있는 유력한 차트에 덜컥 낯선 이름이 들어선 것도 이례적이지만, 세상이 주목한 건 그 음악이 100퍼센트 AI를 통한 작업이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 결과가 별도 의미를 갖는 이유는 AI 음악이 갈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마음의 숲’은 조선힙합이 AI 뮤직비디오 공모전에 출품하려 만든 곡으로, 실제 이 곡을 찾아가 보면 생성형 영상 AI ‘시댄스 2.5’로 만든 일본 판타지 애니메이션풍 이미지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마음의 숲’은 그 따뜻한 환상 속에 최소한의 악기(기타, 피아노, 우쿨렐레, 프로그래밍된 드럼 등)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법한 여성 보컬, 멋을 뺀 쉬운 언어를 심어 듣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늘 남들을 의식하게 만들고 스스로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숨 가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든 버티며 사는 이들에게 ‘마음의 숲’은 그렇게 울컥한 휴식을 건넸다.

조선힙합은 ‘마음의 숲’ 가사를 직접 썼다. 곡은 생성형 음악 AI 수노(SUNO)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완성한 것이다. 그런 그의 가사에선 단 하나 원칙이 보인다. 현란한 수사(修辭) 대신 사람 마음에 직접 닿는 단어들을 쓸 것. 그렇게 한 땀 한 땀 써 내려간 노랫말은 모셔야 할 부모님과 키워야 할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고 있을 40대 멜론 청취자들의 마음을 얻어 앞선 성적까지 치달았다. 고로 ‘마음의 숲’이 거둔 성공 비결은 케이팝 기획사 식의 거창한 마케팅이 아니었다. 사람 사이에서만 가능한 공감이었다.

나는 지난 7월 본지에 ‘피할 수 없다면 인간 음악가들이 AI를 품어야 한다’는 논지의 글을 썼다. 그 글의 몇몇 내용은 흥미롭게도 조선힙합의 사례에도 적용되는 것들이다. 가령 인간이 AI를 곁에 두면 음악 제작 비용을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은 저비용으로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만한 여러 시도를 한 끝에 ‘마음의 숲’을 만들 수 있었다는 조선힙합의 설명과 일치한다.

사진제공=조선힙합 
사진제공=조선힙합 

또 같은 글에서 나는 AI 덕분에 크리에이터가 장비 조작 같은 데 시간을 뺏기지 않고 작품의 디테일과 품질을 챙기는 창작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하며, ‘누구나 만들 수 있다’라는 모토를 내세운 AI 음악 제작 프로그램이 창작의 민주화를 불러온 덕에 이젠 아이디어와 감각만으로 누구나 자신의 음악 재능을 탐색해 볼 수 있게 되었다고도 썼다. 조선힙합은 이 경우에도 대입할 수 있다. 즉 요식업을 생업으로 해온 그는 비록 전문 음악가가 아니지만, 시대를 읽는 감각과 그것을 구현시킬 아이디어로 프로 뮤지션들도 들기 어렵다는 멜론 톱 100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어디 그뿐인가. 조선힙합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전문 음악가, 그것도 케이팝 업계 최고 자리에 있는 지드래곤의 세 차례 ‘좋아요’를 받아내면서 끝내 비범한 “누구나”가 될 수 있었다.

이름이 알려주듯 조선힙합의 음악 취향은 힙합이다. 그 앞에 붙인 ‘조선’은 그의 네이밍 감각을 엿보게 한다. 조선힙합은 ‘마음의 숲’ 이후 음악 작업을 30∼40퍼센트 정도만 수노에 의존하고 나머지 악기 톤이나 비트, 편곡 및 마스터링은 사람이 직접 한다고 밝혔다. 요컨대 멜로디와 어깨동무할 좋은 이야기를 위한 기획력과 직관, 방향을 제시하는 아이디어, 그리고 어느 정도 사람의 손이 바탕이 되어야만 AI 음악 세계에서도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으리라는 걸 조선힙합의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다만 현재 한국에선 AI 활용 음악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조선힙합에게 가는 수익은 저작권료가 아닌, 음원 제작자로서 받는 저작 인접권료다. 이에 당사자는 AI가 인간 뮤지션으로부터 배운 소스에 대한 ‘학습료’ 정도를 원저작자에게 정산하고 나머지 인간이 창작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나에게 조선힙합의 말은 프롬프트 한 줄에 1만 곡을 덜컥 내놓는 ‘딸깍’ 음악과 ‘마음의 숲’은 근본부터 다르다는 뜻으로 들렸다.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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