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갈 때 갖는 가장 큰 기대는 영화적인 체험이다. 올여름 1,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대한민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바로 그런 경우다. 오랜 시간 관객들이 영화라는 매체에 기대해 온 시네마틱한 경험을 선사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압도적인 스펙터클과 광대한 서사, 화려한 볼거리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구교환 주연의 영화 ‘부활남: 더 레드’는 어찌 보면 ‘오디세이’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오디세이’ 같은 대작이 A급이라면, 이 영화는 빈틈이 엿보이는 B급 영화의 재미를 선사한다. 엄숙함, 비장함 따위는 상종치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분명 또 다른 종류의 영화적 체험을 안겨준다. 만화책에서나 허용될 법한 황당한 세계관과 클리셰를 비트는 ‘병맛’ 유머, 현란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배꼽을 잡게 만든다 아무리 코미디라 해도 일정한 논리를 갖추고 ‘개연성’이 탄탄해야 한다고 믿는 관객이라면 피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팝콘과 콜라를 곁들여 다른 관객들과 함께 긴장하고 웃으며 열광하는 ‘팝콘 무비’를 찾는다면 제대로 찾아왓다. '팝콘무비' 본연의 역할을 101분 동안 톡톡히 해낸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부활남: 더 레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유일한 스펙인 취준생 석환(구교환)이 죽은 뒤 72시간 만에 부활하는 능력을 자각한 후, 정체불명의 추격을 당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물이다. 올해 상반기 영화 ‘만약에 우리’와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로 주가를 한껏 올린 배우 구교환이 말 그대로 북 치고 장구 치고 꽹과리까지 치는 원톱 주연작이다.

물론 ‘부활남: 더 레드’에 몰입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진입장벽이 분명히 존재한다. 수많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섭렵한 관객이라도 선뜻 납득하기 힘든 세계관, 동네의 약간 모자라 보이는 이상한 형 같은 구교환만의 독특한 유머 감각, 촬영이 끝난 지 오래된 탓인지 제작비 문제 때문인지 다소 조악하게 느껴지는 CG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진입장벽을 단번에 뛰어넘게 만드는 매력 또한 확실하다. 바로 전 연령층 관객이 함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감대다. 죽어도 72시간 이내에 다시 깨어나는 석환의 설정은, 수많은 인생의 위기 앞에서 좌절해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우리네 청춘의 현실을 은유한다. 죽었다 살아날 때마다 힘이 더 세지는 석환의 모습은 숱한 위기와 좌절을 딛고 성장해가는 청춘의 투혼을 연상시켜 저절로 응원하게 만든다.

구교환은 괴상하고 엉뚱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 석환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아무리 힘들어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고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현실적인 면모는 관객들의 무장을 해제시킨다. 실없는 동네 삼촌 같은 ‘구교환식 유머’에 마음을 열고 피식 웃는 순간, 관객은 이 지극히 만화적인 체험에 기꺼이 동행하게 된다. 죽을수록 힘이 세지는 석환의 활약은 통쾌한 대리만족과 함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초반부터 이어지는 액션의 향연은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기시감이 드는 액션 시퀀스와 반복되는 패턴에 다소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구교환의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유머가 쉼표 역할을 하며 다시 극에 몰입하게 이끈다. 여기에 빌런 ‘블루’ 역의 신승호, 절친한 선배 역의 강기영, 동생 역의 김시아 등과의 차지면서도 차진 연기 호흡이 극적 재미를 한층 배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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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을 염두에 둔 듯한 후반부 대규모 액션 신은 다소 황당하게 다가오지만 관람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CG를 넘어 AI 기술로 구현해낸 듯한 만화적 비주얼도 'B급 정서'를 위한 영화적 장치라고 느껴지며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부활남: 더 레드’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 있는 영화다. 특유의 ‘B급 정서’나 ‘병맛 코드’에 거부감이 있다면 몰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진입장벽만 가볍게 넘는다면 어떤 영화보다 짜릿한 도파민을 선사한다. 명절이나 연휴 기간에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제격인 오락 영화다. 15세 관람가. 10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