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아시안 팝' 신설 속 방탄소년단·스트레이 키즈 미출품
내년 2월 첫 시상 '아시안 팝'…분류 논란에 퇴색한 수상의 영광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스트레이 키즈도 그래미 어워즈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는다. 아시아 음악을 더 폭넓게 인정하겠다며 신설한 '아시안 팝' 부문이 정작 이 상의 유력 수상 후보로 꼽히던 가수들의 불참 속에 첫 시상을 치르게 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JYP엔터테인먼트는 스트레이 키즈가 내년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출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에 이은 미출품은 글로벌 팝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는 음악을 '아시아 음악'으로 따로 구분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선택으로 보인다.
스트레이 키즈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9개 앨범을 연속으로 1위에 올린 팀이다. 멤버 8명 모두 올해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투표 회원으로 초청받았다. 이런 팀의 불참은 아시아 음악을 더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새 부문의 취지부터 흔든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6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 신설을 발표했다. 아시아 팝의 성장과 영향력을 인정하고 더 많은 음악가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아시아 음악을 별도 부문으로 분리하는 것이 오히려 차별적이라는 반발을 샀고, 방탄소년단은 이에 항의하며 지난 7월 그래미 미출품 의사를 밝혔다. 당시 멤버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도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는 지난 1일 아시아 음악계의 의견을 들은 결과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며 예정대로 시상하겠다고 밝혔다. 충분한 출품작이 접수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출품작은 충분하겠지만 새 부문의 취지를 뚜렷하게 보여줄 유력 후보들은 빠진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방탄소년단과 스트레이 키즈는 아시아 팝의 성장과 세계적 영향력을 설명할 때 빼놓기 어려운 팀들이다. 이들의 작품 없이도 시상은 진행할 수 있겠지만 아시아 음악을 포용하겠다는 명분을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빌보드 200'에서 세 차례나 1위에 오른 그룹 에이티즈의 홍중도 최근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방탄소년단의 행보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나 역시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안 팝'의 분류 기준도 모호하다. 그래미는 K팝과 J팝, C팝 등을 아우르는 이 부문의 특징으로 음악과 퍼포먼스의 결합, 장르 혼합, 역동적인 곡 구성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아시아 밖의 팝에서도 발견된다. 아시아의 음악을 기존 팝과 구분할 만큼 고유한 특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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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는 아시안 팝 출품작도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주요 부문에서 심사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출품 자격이 열려 있다는 것과 실제로 동등한 평가를 받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아시아 음악을 별도 부문에서 소개하는 것으로 포용의 성과를 대신한다면, 주요 부문에서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얻기 어렵다.
두 팀의 미출품을 단순히 호기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래미가 아시아 음악의 영향력을 인정하겠다며 만든 부문에서, 그 영향력을 키운 음악가들이 심사받기를 거부했다. 새 부문을 운영할 출품작은 확보했지만 그 분류를 납득시키는 데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분류의 근거와 평가의 공정성에 답하지 않은 채 시상만 강행한다면, '아시안 팝'은 포용을 약속하고도 당사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유명무실한 상으로 남게 될 것이다.
내년 2월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이 상의 첫 주인공이 누가 될지, 분류 논란이 남긴 찜찜함 속에서도 수상의 영광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