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 차희, 두 얼굴의 현빈 여동생 [인터뷰]

'메이드 인 코리아 ' 차희, 두 얼굴의 현빈 여동생 [인터뷰]

최재욱 ize 기자
2026.10.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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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의 여동생 백소영 역으로 강렬한 눈도장 꽝
순박한 여동생서 마약중독자로 변신 완벽소화
수많은 무대와 드라마, 영화서 쌓은 연기내공 발산

배우 차희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현빈의 여동생 백소영 역을 맡아 순박한 소녀에서 마약중독자로 변신하는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우민호 감독의 전작 '남산의 부장들'에서 통편집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이를 계기로 이번 작품에 발탁되어 현빈, 우도환과 호흡을 맞추며 호평을 받았다. 차희는 증조할머니의 성함을 예명으로 택하고 남편인 배우 유정호의 조언을 밑거름 삼아 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차희,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차희,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도대체 저 사람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거야?”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연기 고수’들을 마주하곤 한다. 얼굴은 낯선데 연기 스펙트럼은 평야처럼 넓고, 그 깊이는 호수처럼 깊다. 그 내공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땀과 눈물을 흘렸을지 가늠조차 어렵게 만드는 고수들을 만날 때의 전율은 긴 잔상을 남긴다.

배우 차희가 바로 그런 경우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시쳇말로 “씹어 먹었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압도적인 연기력을 과시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권력을 향한 야망으로 질주하는 주인공 백기태(현빈)의 헌신적인 여동생 백소영 역을 맡아, 순박한 소녀에서 마약중독자로 추락하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소름 끼치도록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범상치 않은 고수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차희를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공개 후 서울 종로구 아이즈(IZE) 편집국에서 만났다. ‘공개 이후 유명세를 실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뇨, 아직까지 알아보시는 분은 없어요.(웃음) 시대극 분장을 한 모습과 실제 제 모습이 많이 달라서인지 몰라보시더라고요. 대신 SNS에서 제 연기를 호평해 주시는 댓글들을 보며 ‘이제 조금씩 알아봐 주시는구나’ 실감하고 있어요. ‘시즌1의 백소영과 시즌2의 백소영을 연기한 배우가 교체된 거냐’는 질문에 ‘같은 배우다, 연기를 너무 잘한다’는 답글이 달린 걸 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죠. 세월의 풍파에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소영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치열하게 고민했는데, 그걸 알아봐 주시니 의도가 잘 전달됐구나 싶었어요.”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를 졸업한 후 ‘전설의 극단’ 차이무의 마지막 기수로 입단해 시작한 연기 생활. 무대와 안방극장, 스크린을 오가며 묵묵히 제 길을 걸어왔지만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작은 역할을 맡아 혼신의 열연을 펼쳤으나 극 흐름상 통편집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처럼, 그때의 시련은 차희를 다시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이끄는 복선이 됐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병헌 선배님이 연기한 김규평의 내연녀인 술집 마담 역할이었는데 편집됐다고 해서 아쉬움은 있었어요. 하지만 이병헌 선배님과 호흡을 맞춘 것만으로도 귀한 경험이었기에 서운한 마음은 없었죠. 그런데 몇 년 뒤 감독님이 그때의 저를 좋게 기억해 주셨는지 백소영 역을 제안해 주셨어요. 일찍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께서 ‘연기가 더 늘었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캐릭터가 정말 탐이 났어요. 나중에 여담으로 감독님이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저를 염두에 두고 백소영을 썼다고 말씀해 주셨을 땐 정말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죠. 시즌2 공개 후 좋은 반응을 얻어 감사 인사를 드렸더니 ‘연기를 잘해줘서 내가 더 고맙다’고 답해 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겐 평생의 은인이세요.”

‘메이드 인 코리아’를 정주행하다 보면 조연임에도 차희가 보여주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에 감탄하는 순간이 거듭 찾아온다. 육사에 수석 입학한 동생 기현(우도환)이 집을 떠나기 전 누나 소영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장면에서, 동생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불현듯 밀려드는 소외감과 쓸쓸함을 복합적으로 표현해 낸 ‘그 시절 누나’의 눈빛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오빠로 인해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뒤 마약에 중독되어 피폐해진 시즌2의 모습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제공=디즈니
사진제공=디즈니

“한 작품 안에서 두 인물을 연기한 기분이었어요. 오빠 역의 현빈 선배님과 동생 역의 우도환 씨가 큰 힘이 돼 주셨죠. 두 분 다 워낙 대스타라 처음엔 긴장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현빈 선배님은 현장에서 늘 친오빠처럼 살뜰히 챙겨주셨어요.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셨지만 늘 제 컨디션을 확인하며 배려해 주셨죠. 도환 씨도 친동생처럼 먼저 다가와 편하게 말 놓으라며 살갑게 굴어줬고요. 든든한 ‘츤데레 오빠’와 ‘다정한 남동생’이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마약중독자 연기는 철저한 조사가 필수였어요. 관련 영화는 물론 실제 체포 영상, 전문 논문까지 찾아보며 캐릭터의 윤곽을 잡았죠. 현빈 선배님과 도환씨도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백기태가 입원한 소영을 찾아오는 장면에서는 현빈 선배님이 워낙 몰입감 넘치게 연기해 주셔서 저 역시 절로 감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약 금단 증상에 섬망증세를 보이는 장면에서 도환씨가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큰 도움을 줬어요.”

사진제공=디즈니
사진제공=디즈니

차희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마친 뒤 곧장 이병헌·한지민 주연의 디즈니 시리즈 ‘코리언즈’에 투입돼 지난 여름 촬영을 끝마쳤다. 비로소 대중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지만, 배우란 여전히 기다림을 견뎌야 하는 직업이다. 그 긴 외로움을 버티게 해 준 든든한 버팀목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남편이자 동료 배우인 유정호다. 7년 열애 끝에 2021년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연습 상대, 냉철한 조언자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다.

“각자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서로의 연습 상대가 돼 줘요. 절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얼버무리지 않죠. 남편은 언제나 가장 솔직하게 피드백을 해줘요. 어색하거나 이상한 부분이 보이면 가차 없이 짚어주곤 하죠. 그런 냉정한 조언들이 이번 ‘메이드 인 코리아’를 촬영할 때도 정말 큰 밑거름이 됐어요. 1988년생이라 내년이면 마흔을 바라보는데, 연기의 깊이와 폭을 더 넓혀갈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의 갈증은 여전히 큽니다. 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3는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백소영으로 치열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웃음)”

차희. 소박하면서도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름. 오랜 시간 본명인 ‘김명선’으로 무대에 섰던 그는 새 출발을 다짐하며 돌아가신 증조할머니의 성함을 예명으로 택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활동명을 바꿀까 고민이 깊었어요. 작명소도 찾아가 보고 여러 이름을 두고 고민하던 중에 문득 증조할머니 성함이 떠올랐죠. 어린 시절 절 끔찍이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분이거든요. 성함이 ‘조차희’이셨는데, 그 이름을 써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할머니의 이름에 결코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치열하게 연기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늘 최선을 다할 테니, 배우 ‘차희’라는 이름 두 글자를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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