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불완전함까지 품는 탄탄한 연기력
공감할 수는 없어도 이해시키는 섬세한 연기력
캐릭터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배우의 힘

배우 안은진이 불완전함까지 품는 연기로 캐릭터를 완성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KBS2 토일극 ‘너 말고 다른 연애’(극본 유수지, 연출 황승기)의 이미도 역이다. 복잡한 상황과 감정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인물을 그리는 중인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어쩌면 안은진이 미움받을 용기로 나서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너 말고 다른 연애’는 10년차 커플이 뜻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오랜 신뢰와 사랑의 감정에 균열이 생기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지난 4일 방송된 6회에서는 이미도가 한태승(이주안)과 키스한 사실을 연인 남궁호(서강준)에게 감추었던 게 탄로가 나면서 둘의 관계는 물론 드라마 역시 분수령에 이르렀다. 앞으로 어떤 다이내믹한 상황이 펼쳐지든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일곱 살 때부터 친구였다가 어렵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인정한 뒤 연인으로 10년을 함께 한 그 모든 시간의 총합이 아니면 설명하기 힘들다. 극초반 이미도가 남궁호에게 짐이 되기 싫은 마음에, 서로를 미워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이별을 결심했던 이유도 그들의 특별한 사랑을 가늠하게 한다.

그런데 이미도가 한태승에게 흔들렸다. 남궁호에게는 물론 이미도에게도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다. 특히 장편 데뷔가 요원한 영화감독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는 이미도를 물심양면으로 챙기는 남궁호의 편에서 바라보면 이미도를 아무리 질책해도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서강준의 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이미도는 남궁호에게 첫사랑이면서 ‘히어로’다. 둘 사이에 수많은 굴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궁호가 늘 이미도를 특별하게 대한 이유다. 이미도야말로 남궁호가 위기에 처하거나 궁지에 몰리는 순간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남궁호를 구하러 나선 영웅이었다는 사실이 6회에서 생생히 그려졌다. 그러니 남궁호가 느낄 실망감에 팬들 역시 쉽게 속을 달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매정하게 이미도에게서 등을 돌릴 수 없는 건 안은진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안은진은 남궁호에게 진심이면서도 한태승에게 끌리는 복잡다단한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가만히 이미도를 지켜보게 만든다. 한태승과 키스 후 당혹감과 죄책감, 그러면서 동시에 얼핏 엿보이는 욕망과 미련 등을 섬세한 눈빛 연기로 보여주며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면서도 그 순간의 감정까지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는 모습에 공감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설득력이다. 그런 현실적인 인간의 모순을 예민하게 포착한 안은진의 연기에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고, 차마 이미도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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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안은진의 진짜 힘이 발견된다. 이미도는 단순히 여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받고 응원받는 캐릭터가 아니다.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이기적이다. 안은진은 그런 캐릭터를 호감형으로 보이려 애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불완전함을 담담히 표현한다.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상반된 마음을 끝까지 밀고 가는 모습인데, 안은진의 담대함과 섬세한 균형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은진의 연기가 늘 상대 배우의 매력까지 끌어올린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 2021), ‘연인’(2023), ‘키스는 괜히 해서!’(2025) 등에서 안은진은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통해 남자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선명하게 드러냈다.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하는 능력까지 안은진이라는 배우가 가진 중요한 자산인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미도의 흔들림이 선명해질수록 남궁호의 일편단심은 더욱 애틋하고 찬란하게 빛난다. 이미도가 완벽한 연인이 아니기에 오히려 남궁호의 순정이 더욱 귀하게 다가오게 된다. 이것 역시 안은진이 만들어낸 앙상블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안은진은 캐릭터의 복합성을 선택하는 용기와 함께, 호감이라는 안전지대에 머물지 않으면서도 배우로서 사랑받을 수 있는 자신의 진가를 ‘너 말고 다른 연애’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여주인공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완성하는 동시에, 상대 배역까지 강렬하게 부상시키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캐릭터의 선택을 이해하는 것과 잘못을 용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충분히 안다. 그 선택을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만들고, 밉지만 그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건 배우의 몫이라는 점도 안다. 그리고 안은진이 그 역할을 정확하게 해내고 있다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