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도 괴물도 없다, 오직 생존 어드벤처로 승부
-군인과 군견의 유대를 다룬 영화 중에서도 돋보이는 작품

'하트 오브 비스트'(10월 28일 국내 개봉)가 11월 극장가에서 선전 중이다. 개봉 이튿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개봉 2주 차에도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누적 관객 수 30만 명을 넘어섰다. 비수기인 11월 극장가에서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신작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지만, 이 영화가 어떤 매력과 특별함을 지녔기에 관객 호평이 이어지는 것일까.

전직 육군 특수부대원 제임스 벨몬트(브래드 피트)와 은퇴한 전투 수색견 오딘은 경비행기를 타고 알래스카로 캠핑을 떠난다. 전장을 함께 누빈 둘은 끈끈한 전우애로 맺어진 사이다. 전역한 뒤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의지한다. 제임스는 전우들을 잃은 상실감에 잠겨 있고, 오딘 역시 악몽을 꾸며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야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제임스와 오딘은 알래스카의 깊은 오지에 고립된다.
이때부터 영화는 제임스와 오딘의 생존 여정을 따라간다.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은 둘은 혹독한 추위와 위험이 도사리는 오지에서 또 한 번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 요즘 생존 스릴러의 추세를 따른다면 예상치 못한 적들이 출몰할 법하다. 혹시 좀비가 나오려나? 아니면 괴생명체나 외계인이 등장하는 건 아닐까? 천만의 말씀. 이 영화는 정직할 정도로 생존 어드벤처 스릴러의 고전 공식을 밟는다.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건 극한의 자연환경과 그곳에서 맞닥뜨리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뿐이다.

군인과 군견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 '하트 오브 비스트'가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채닝 테이텀이 공동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 '도그'(2022)는 전직 미 육군 레인저와 군견의 동행을 로드무비 코미디로 풀었다. 영화 '맥스'(2015)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다 핸들러를 잃은 군견이 그의 가족에게 입양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메건 리비'(2017)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미 해병대 상병 메건 리비와 군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하트 오브 비스트'는 전역한 군인과 은퇴한 군견이 오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어드벤처 스릴러라는 점에서 이전 영화들과 차별화된다.
이 영화는 신인 각본가 캐머런 알렉산더의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반려견을 잃은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시나리오에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관심을 보이면서 제작에 동력을 얻었다. 알렉산더는 각본과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셔젤도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제임스 역에 브래드 피트가 적격이라고 판단해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보냈고, 두 사람은 전쟁 영화 '퓨리'(2014) 이후 12년 만에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재회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과 브래드 피트는 최고의 군견 영화를 완성했다. 미 해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과 군인, 거친 남성성을 다룬 영화를 만들어왔다. 여기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맡은 역할마다 최대치의 연기를 펼치는 브래드 피트의 역량이 더해진 결과다. 자칫 익숙한 생존극에 머무를 수 있는 이야기가 베테랑 감독과 배우의 협업 덕분에 탄탄한 기본기와 생생한 캐릭터를 갖춘 모험물로 거듭났다. 위기 상황마다 관객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마지막까지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드는 영화,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게 만드는 영화, 요즘 정말 흔치 않다.
영화에서 제임스와 오딘의 관계는 최고의 동반자에 가깝다. 전쟁과 시련을 함께 겪은 둘은 알래스카 여정에서도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절대적 존재다. 극한 상황에서 상대를 구하고 보살피며 함께 살아남으려는 모습을 신파라 폄하할 수 없다. 이들의 관계를 인간과 동물로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감독의 해석대로 부자 관계로 볼 수도 있고, 영화가 마지막에 강조하는 것처럼 인간과 군견의 유대를 떠올릴 수도 있다.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존재가 인간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끔찍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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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오브 비스트'에서 브래드 피트와 나란히 주연급으로 활약한 오딘은 네 마리의 독일 셰퍼드가 나눠서 연기했다. 주연견 우버와 그의 세 아들이 각자의 특성에 맞춰 역할을 나눴다. 유심히 보면 장면마다 오딘의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아챌 수도 있는데, 각자의 장기를 살린 연기를 보면 기꺼이 눈감아 줄 만하다. 극 중 브래드 피트처럼 배우견들에게 "Such a good boy"를 외쳐주고 싶다. 브래드 피트가 여전히 대배우인 이유와 배우견들의 기특한 활약,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생존 여정을 지켜보는 데 기꺼이 101분을 내어줄 만하다.
정유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