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이 기사는 10월26일(08:55)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접전 끝에 막을 내렸다. 7차전 9회에 터진 홈런 한방이 승(勝)과 패(敗)를 결정지었다. 투수가 던진 마지막 공이 실투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6구째 타자가 기다리던 몸쪽 높은 직구가 들어왔고, 이게 홈런으로 이어졌다. 기아 타이거즈의 타자 나지완은 이 한방으로 한국시리즈 승부를 갈랐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막을 내렸지만 건설업계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한창이다. 야구처럼 승패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지만 어느 한 순간의 선택이 기업을 살리고,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데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최근 부실 사업장 인수를 두고 대형 건설사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건설업계 맏형으로 통하는현대건설(168,600원 ▲1,500 +0.9%)의 조심스런 투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워크아웃 중인 삼호의 서울 광장동 화이자 부지 시공권을 인수하면서 건설업계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자금난에 봉착한 건설사 대부분이 현대건설에 사업장 매각을 의뢰했다. 우발채무 현실화를 우려한 금융권의 구애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 달리 시공권 인수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사업장이 현대건설의 깐깐한 수주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수도권 알짜 택지지구로 꼽히는 고양 삼송지구의 경우 투자심의 막판에 협상이 결렬됐다. 청라지구 시공권은 채권단과 공사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포스코건설에 돌아갔고, 우림건설의 용인 동진원 사업도 롯데건설에 협상권을 넘겼다.
최근에는 용인 동천동 등 금호산업이 내놓은 매물도 수주가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봐도 시평능력 1위에 걸맞지 않는 행보다. 건설업계 구원투수라는 시장의 기대가 무색할 정도다.
현대건설의 까다로운 수주심의 배경에는 무분별한 시공권 인수가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채권단은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책임준공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야만 건물을 담보로 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이를 인수한 시공사는 분양률이 떨어질 경우 공사비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눈앞에서 알짜 사업장을 놓치더라도 실투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바꾸어 말하면 채권단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시 않는다면(머리를 숙이지 않는다면) 결코 사업장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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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의 이같은 움직임이 호투인지, 악투인지 아직 단정 짓기는 이르다. 지금도 경쟁사들은 현대건설이 미적거리는 사이 주요 사업장을 속속 인수하고 있다. 분명한 건 오늘날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가 어디서 왔는지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