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여수세계박람회 관문, 100% 자립기술 이순신대교 현장을 가보니

"우와~ 360도 파노라마 전경이 따로없네."
지난 28일 오후 전남 광양시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내 '이순신대교' 공사현장. 12인용 공사용 승강기가 거대한 H형 콘크리트 주탑 벽을 타고 끝없이 올라가는 듯 하더니 '덜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멈춰섰다. 이곳이 해발 270m 높이의 이순신대교 제2주탑 꼭대기였다. 서울 남산(262m)과 여의도 63빌딩(249m)보다 높은 곳에서 펼쳐진 전경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푸른 빛을 띠는 남해 바다와 동쪽편에 병풍처럼 우뚝 솟아 있는 지리산이 눈앞에 펼져진 가운데 포스코 광양제철소, 여수국가산단, 컨테이너선 부두 등이 주탑 주변 지역에 둘러싸여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 상징물들을 한번에 보여 줄 수 있는 절경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명물이 추가됐다. 바로 우리나라 최장(最長)·최고(最高) 현수교인 이순신대교다. 여수시 월내동∼묘도∼광양시 중마동 사이 9.58㎞를 왕복 4차로로 연결하는 여수산단 진입도로에 이순신대교가 길이 2.26㎞의 초장대교로 건설되고 있다.
특히 현수교 기술력의 척도인 주경간장 길이가 1545m로 일본의 아카시대교(1991m) 등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길다. 지금까지 주경간장 길이가 가장 긴 국내 교량은 현수교인 광안대교(500m)와 사장교인 인천대교(800m)였는데, 이 기록을 훨씬 앞질러 깬 것이다. 특히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해(1545년)와 같은 길이로 맞춰 이순신대교라는 상징성을 더했다.
무엇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이 모든 것을 100% 국내 자립기술로 해 냈다는데 의미가 크다. 주탑과 연결된 케이블과 강선의 힘으로 도로 상판을 매달아 놓는 현수교는 교량 가운데 가장 높은 기술력과 고도의 구조역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덴마크 등 5개국 만이 자립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간건설사인대림산업(62,900원 ▲2,500 +4.14%)이 설계부터 장비, 자재, 기술력 등 모든 부문을 국산화하고 자체기술력으로 해 냄으로써 자립기술 '톱6' 대열에 오르게 됐다.
대림산업은 이순신대교 건설을 위해 많은 신기술과 신공법을 적용했다. 직선거리 2260m에 달하는 케이블설치 작업에는 에어 스피닝(Air Spinning)공법을 적용했다. 이 공법은 스키장의 리프트와 같은 원리로 자동차 바퀴 모양의 활차가 주탑과 주탑 사이를 왕복하면서 5.35mm 짜리 강선을 1만2800가닥으로 굵게 만들어 2개의 케이블로 연결한 것이다. 이 강선의 길이만 7만2000km로 지구를(약 4만km) 약 2바퀴 도는 거리에 해당한다.
또 유압잭을 이용, 거푸집을 자동 상승시켜 공기(工期)를 절반 가량 단축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슬립 폼(Slip Form)' 공법과 초속 44m의 초강력 태풍 두개가 한꺼번에 몰려와도 견딜 수 있도록 유선형 트윈강박스 보강 거더(girder·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를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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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화 대림산업 현장소장은 "케이블 인장강도가 1860MPa(메가파스칼)로 리히터 규모 7, 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1등급으로 설계됐다"면서 "바다에서 상판까지 높이도 최대 85m, 평균 71m나 돼 다리 밑으로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2척이 동시에 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률은 94% 정도. 주탑과 메인케이블 작업은 모두 끝났고 초대형 여객기인 에어버스사의 A380 42대에 해당하는 2만3773톤에 이르는 90개 상판도 이미 주케이블에 연결됐다.
도로 평탄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에폭시 특수포장이 진행중이고, 케이블과 상판을 잇는 행어 로프의 도장작업도 한창이다.
이 다리는 당초 올 10월 개통을 목표였지만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93일 동안 개최되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의 관문이자 랜드마크의 역할을 맡기 위해 다음달 10일 임시개통을 앞두고 있다. 윤태섭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 상무는 "이 교량을 통해 여수와 광양 두 국가산단간 이동거리가 종전 60km에서 10km로, 이동시간도 종전 80분에서 10분으로 대폭 단축돼 연간 6300억원의 물류비용 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초장대교의 해외시장 진출도 밝다. 김동수 대림산업 사장은 "지난해부터 터키, 중동 등에서 해외 수주를 위한 입찰참여를 시작했다"면서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이 충분히 있는 만큼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