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가격 공시업무등 800억 업무 단독수행…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마저 감정원에

국토교통부가 낙하산 자리보전과 전관예우를 위해 한국감정원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난이 감정평가업계 내에서 일고 있다. 국토부가 감정평가사의 표준지조사평가 업무마저 예산절감을 이유로 감정원으로 몰아주려고 해서다.
지난 25일부터 국토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정종익 평가사(새길 감정평가사 사무소)는 "국토부와 대표적 '국피아(국토부+마피아)'로 꼽히는 감정원간 업무유착은 이미 도를 넘었다"며 "최근의 유착관계는 국정과 국가예산을 농단하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돼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거리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업무는 1990년부터 감정평가협회에서 수행하고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이와 관련된 부대 업무는 감정원에서 맡고 있다. 여기에 감정원은 내년도 표준지조사평가 업무를 기본조사지역과 정밀조사지역으로 구분해 줄 것을 국토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국토부는 감정원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사실상 결정지었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기본조사지역의 기초조사를 감정원이 수행하면 그동안 감정평가업계가 수행해 오던 표준지 조사 예산을 130억원 줄일 수 있고 개별지가 검증 예산도 22억원 가량 축소할 수 있는 등 총 152억원의 국가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와 감정원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 같은 예산 절감액 만큼 감정원이 수행하는 지가조사 예산안이 늘어난다는데 있다. 실제 △기본조사평가 상시관리체계 구축 △지가변동률 조사 △임대사례조사 등 감정원의 증액된 예산은 152억원으로, 표준지 조사 및 개별지가 검증 예산 감소액과 일치한다.
이에 대해 감정평가업계는 국토부가 '예산 절감'을 내세워 감정원을 밀어주기 위한 일종의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명분도 없는 제도개선을 내세우면서 감정원을 살리기 위해 국가 토지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기본조사제도를 철회할 때까지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일정에 일체 참여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감정원 '일감 몰아주기' 어디까지?
앞서 감정원은 정부의 감정평가 선진화란 정책적 명분을 등에 업고 공적 역할론을 강조하며 민간업체들이 맡았던 업무를 하나둘씩 가져왔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공동주택가격 조사·공시업무, 보상평가, 국·공유재산 평가, 부담금·택지비 평가 등은 공적영역이란 이유로 감정원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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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변동률 조사나 표준지공시지가·표준주택가격 조사·평가에 따른 부대업무 등 국토부 위탁업무도 사실상 민간 감정평가업체들이 수행하던 업무였다. 실제로 감정원이 현재 관련법이나 공공기관 내규에 따라 단독으로 참여하는 사업은 △공동주택가격 공시업무 △보상수탁업무 △국토부 위탁업무 △기업은행 10억원 이상의 담보평가 등으로, 이를 통한 매출만 약 8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감정원의 업무 자체가 민간 감정평가업체와 사실상 같고 민간업체들과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위치에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감정평가란 업무 자체가 국민 개개인의 재산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공적'이나 '사적' 영역으로 나눌지는 모호한 측면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국피아'가 장악한 감정원의 현실을 감안하면 '밥그릇 챙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감정원은 2002년 말부터 국토부 출신들이 원장 자리를 장악해왔고 국토부 공무원들의 재취업 무대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공기업 중 국토부 퇴직 관료들의 집합소로 잘 알려진 감정원이 국토부를 등에 업고 새롭게 감정평가 업계를 재단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국토부 전직 관료를 계속 영입하며 감정평가협회의 업무를 하나씩 가져갔지만 그에 상응하는 공익성 강화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감정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체계 개선은 IT발전과 실거래가 자료 등의 축적에도 25년간 현실과 괴리돼 온 공시지가 조사방법의 정확성을 높이고 비용은 절감하는 합리적 개선방안"이라며 "감정원 지원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