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이 시장·감독기능을 모두 가지는 건 잘못"

"감정원이 시장·감독기능을 모두 가지는 건 잘못"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6.07.07 07:30

[이코 인터뷰]감정평가협회 국기호 회장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 등의 관심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국기호 한국감정평가협회장/사진=홍봉진 기자
국기호 한국감정평가협회장/사진=홍봉진 기자

“수익사업을 하는 한국감정원이 감독업무까지 수행한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입니다.”

올해 감정평가 관련 3개 법률이 제·개정되고 국토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감정평가협회(감평협)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감정평가사들은 감정평가 관련 3법(‘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한국감정원법’)의 시행령·시행규칙이 감정평가사 자격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국민재산권 보호를 저해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1000여명이 모여 총궐기대회를 가진데 이어, 6월엔 5000여명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부당한 감정평가 시행령·시행규칙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국기호 감평협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삭발식을 거행했다.

국 회장은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감정평가 관련 3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감정평가사 자격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국민재산권 보호를 저해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특히 전문가인 감정평가사가 수행한 담보감정평가를 비전문가인 한국감정원이 검토하도록 하는 것은 순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객관성과 전문성이 핵심인 감정평가의 질이 심각히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정평가제도의 존재 이유는 ‘국민재산권 보호’

국 회장은 무엇보다도 감정평가제도의 존재 이유가 '국민재산권 보호'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보상평가, 담보평가, 과세평가 등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정평가는 국민재산권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감정평가제도의 존재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감정평가 의뢰인, 관계기관, 국가 등이 심사, 감사, 검토의 이름을 빌어 감정평가사의 업무에 개입한다면 공정한 감정평가를 저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민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게 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공정한 감정평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감정평가에 대한 외부의 영향력 행사”라고 못박았다.

일각에서 부실감정 문제를 빌미로 감독기능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실감정 문제는 자율규제와, 국토부의 징계, 손해배상 등 현재의 제도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 회장은 "2015년 전체 감정평가건수 약 50만 건 중 국토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건은 전체의 약 0.006%에 불과"하다며 감정평가사의 부실감정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잘못 부풀려져 있다고 항변했다.

또한 현재 국토부가 추진하는 법률 시행령에는 무작위 추출방식의 표본조사를 거쳐 감정평가의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감정평가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비전문가가 감정평가사의 평가를 재검토?

나아가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사가 한 담보평가나 보상평가를 재검토한다는 것은 비전문가가 전문가가 수행한 업무를 검토하는 것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판사가 내린 판결을 법률가도 아닌 일반인이 그 판결의 타당성을 따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국 회장은 “한국감정원이 담보감정평가서를 검토한다는 것은 비전문가가 감정평가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국민재산권 보호를 저해하는 것으로서 법리적으로도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현재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감정평가 관련 3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한국감정원이 수익사업도 하고 감독도 하고?

현재 한국감정원은 주식회사인 공기업으로서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수익사업을 하는 한국감정원에 감독기능마저 부여된다면 마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민간 건설업체를 감독하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모양새가 돼버린다고 국 회장은 말했다.

나아가 “한국감정원이 금융감독원은 될 수 없다”며 공기업이 수익사업도 하고 감독기능도 수행하는 경우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금융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 아래 감독업무만을 수행한다.

◇한국감정원과 감정평가사의 분명한 업무 분장 필요

이번 감정평가 관련 3법과 이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개정의 중요한 목적은 감정평가의 공정성과 선진화이다. 그러나 국 회장은 국토부의 지나친 한국감정원 편애가 한국감정원과 감정평가사간의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 회장은 “한국감정원과 감정평가사간의 업무 분장은 법률의 취지와 규정에 맞게 공적·사적평가 기준에 따라 분명히 나뉘어져야 한다”며 국토부가 추진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이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감정원의 업무를 법이나 시행령이 아닌 감정원 정관에 위임해 감정원 정관에 기재하기만 하면 감정원의 업무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감정원 업무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허용하고 있는 시행령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6월2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감정평가사 5000여명이 감정평가 관련 3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국기호 한국감정평가협회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집행부가 삭발식을 거행했다. / 사진제공=한국감정평가협회
6월2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감정평가사 5000여명이 감정평가 관련 3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국기호 한국감정평가협회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집행부가 삭발식을 거행했다. / 사진제공=한국감정평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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