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측 "당초 사추위 예정 없었지만 의견일치돼 사추위로 전환"

대우건설 차기 사장 최종 후보가 결정됐지만 마지막까지 그 과정이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돼 '밀실 인선'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관련 회의 일정과 장소 등을 극비에 부친 데다, 여론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금요일 늦은 오후 시간에 '날치기'식으로 대형 건설사의 수장을 결정하자 건설업계에서는 밀실 인선의 '백미'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5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추위 회의와 이사회 일정·장소는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아침부터 사추위가 열릴 것이란 소문이 돌았지만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대주주인 산업은행(산은) 측 임직원들에게까지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하루 종일 사추위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오전까지만 해도 사추위 회의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것도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었다"며 "오후엔 사추위가 취소돼 사장 후보 결정은 나중으로 미뤄진 것으로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밀실 인선은 이날 뿐만이 아니다. 지난 두 달여간 공모 과정에서 설득력 없는 일정 변경과 투명성 없는 밀실 추천이 계속돼 왔다.
지난 5월 진행한 첫 공모에서 박영식 대우건설 현 사장과 이훈복 대우건설 전무가 최종후보로 선정돼 프레젠테이션까지 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연 재공모가 발표됐다.
사추위는 "사내 인사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까지 범위를 확대해 유능한 경영인을 선임하기 위함"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낙하산 인사 선임에 무게가 쏠렸다. 산은 측이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재공모를 지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박 고문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유명 정치인의 외압 의혹도 불거졌다.
급기야 지난 13일 최종 후보 2인으로 압축하는 사추위 회의에서 위원들 간 갈등이 폭발했다. 한 사추위원은 회의 도중 박 고문을 지지하는 산은 측 입장에 불만을 품고 사퇴의사까지 밝혔다.
지난달 20일 단독 후보 결정을 위한 사추위 회의에서도 산은측 사추위원들과 나머지 사추위원들간 이견으로 결정은 미뤄졌다. 이어 지난달 27일 사추위가 '비밀회동'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혹을 증폭시키더니 결국 또다시 이날도 완벽하게 '보안유지'를 한 채 회의가 진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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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사장 공모 절차를 통해 후보자들을 추리는데도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의혹만 증폭시키고 예상대로 산은 측에서 미는 인사로 낙점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오늘 사추위 회의는 예정에 없었으나 비공식적으로 사추위원들이 모여 간담회를 하다 의견 일치가 이뤄져 (회의 성격을)사추위 회의로 전환해 박 고문을 단독 후보로 추천한 것"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았다.
이같은 결정에 대우건설 내부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사추위원들을 어떻게 회유했는지는 몰라도 공모 조건에도 미달하는 자가 신임 사장이 된다면 끝까지 반대하겠다"며 "1인 시위나 산은 앞 집회,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