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공공이 관리…갭투자 수단 대신 생산적 금융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공적기구가 관리하는 전세신탁제도가 '안심신탁사업'으로 진일보하면서 전세보증금이 주거 안정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생산적 금융'으로 거듭 난다. 안심신탁사업을 통해 전세보증금이 갭투자 수단이나 묶여 있는 돈이 아닌 주택자금으로 건설시장에 재투입되는 구조다.
2일 국토교통부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부 대출을 통해 수익을 내고 이를 임대인에 지급하는 내용의 안심신탁사업이 이달 중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안심신탁사업은 상반기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하반기 전세신탁제도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숙의 과정에서 안심신탁사업으로 확장됐다.
전세신탁제도는 전세사기 방지책 중 하나로 출발했다.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HUG 등의 공적 기관이 보증금 일부를 맡아두고 임대사업자를 포함한 임대인에게 운용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안심신탁사업과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실제 운용구조 등이 모호해 시장에서는 제도 도입 논의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상반기 법령 개정 및 하반기 시행 계획이 흐지부지 되는 듯했던 안심신탁사업이 하반기 들어 다시 본격화 하는 이유는 최근의 전월세 시장 상황과 관련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실거주 의무 및 다주택자 규제 기조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 물량이 급감하는 동시에 월세화 흐름이 강화되는 중이다. 이에 전세는 물론 월세 시세도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31일 기준 서울과 경기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각각 2만1200건, 1만237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45.2% 각각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27일 기준 서울이 올해 들어 6.27%, 경기는 4.15%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 1.22%, 경기 0.45% 올랐던 것에 비해 상승세가 가파르다.
안심신탁사업은 전세 물량을 늘릴 수 있는 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록 임대인 본인이 직접 운용하지는 않지만 공적 기구인 HUG가 보증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연 4~5%의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HUG 전세보증의 보증료 면제 혜택도 거론되고 있다.
또 전세보증금이 PF 보증부 대출금으로 탈바꿈해 주택공급이라는 생산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전세를 일종의 사금융으로 규정하고 과도한 전세대출 등이 집값을 더 자극시킨 측면이 있다고 본다. 안심신탁사업을 이용하면 전세금이 갭투자 등 투자목적이 아닌 주택공급 확대에 사용되는 만큼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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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전세를 원하는 수요도 꾸준히 존재한다"면서 "안심신탁사업이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임대인들의 요구와 맞물리며 전세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