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에 퇴직자 단체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LH가 개발사업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옥에 입주해 있는 퇴직자 단체가 전현직의 유착고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에 따르면 한국주택공사 출신 모임인 '주우회'와 한국토지공사 출신 모임인 '토우회'는 LH 경기지역본부 사옥에 입주해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LH 경기지역본부는 2015년 5월 LH가 경남 진주로 이전하기 전까지 본사로 활용된 곳이다.
사단법인 형태인 주우회와 토우회는 각각 1400여 명, 110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전·현직 친목모임을 표방하고 있다. 실제 LH 경기지역본부를 찾아가 보니 이들 단체는 LH 사옥 별관 3층에 입주해 있었다. 과거에는 본관에 있었지만 감사원 지적을 받은 후 별관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LH 사옥 별관 3층에는 주우회·토우회와 함께 LH군시설 사업부와 주거복지재단이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LH군시설 사업부는 기밀한 정보를 다루고 있어 공무 외 출입이 금지된 '제한구역'이다.
퇴직자 모임에는 퇴직자는 물론 현직 임원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토우회 관계자는 "퇴직자는 물론 2급 이상 임원들을 자발적 가입형태로 받고 있다"며 "현재도 일부 현직자가 가입돼 있다"고 말했다. 주우회와 토우회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총회를 열고 현직자들이 퇴직자들을 회사로 초청하는 '홈커밍데이' 등의 행사를 갖고 있다.
공공개발의 80%를 수행하고 있고 개발정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LH의 중요성으로 봤을 때 LH가 퇴직자 단체에 사옥의 일부를 내주고 현직들과 언제든지 접촉할 수 있게 한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전관예우와 정보유출 등을 막기 위해 현직 직원이 퇴직자와 만나거나 통화할 때는 신고토록 하는 등 접촉을 제한하고 있다.
LH 투기 의혹 사건에는 퇴직자들이 상당수 연루돼 있다. 경찰이 지난주부터 소환조사를 하고 있는 LH직원 투기혐의자 15명 가운데 2명은 퇴직자 출신이다. 또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 20명은 대부분 60년대생으로 퇴직을 앞두고 있는 고참급 직원들이다. LH 퇴직자 A씨는 퇴직 후 주요 국책사업을 수주해 '전관예우' 의혹을 받기도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7월 말 LH 레드휘슬(부조리신고)에 퇴직 직원이 현직으로 있을 때 개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부인 혹은 제3자의 이름으로 토지를 사들였다는 구체적 제보가 있었으나 LH는 퇴직 직원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보를 묵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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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주우회와 토우회에 시세의 4분의 1 수준의 임대료를 받고 있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주우회·토우회는 각각 20016년 7월부터 66㎡(약 20평)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맺고 1년 단위로 갱신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7000만원, 관리비 30만원을 내고 있으며 2016년 이후 보증금은 한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현재 LH경기지역본부가 위치한 구미동 일대의 20평 오피스텔의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 수준이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LH 사옥 자리에 20평 사무실이 전세 7000만원이면 주변 시세의 4분의 1, 5분의 1 수준"이라며 "게다가 전세매물은 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퇴직자 단체가 LH사옥에 입주해 있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며 "현직 직원들이 OB(퇴직자)들과 유착할 가능성이 큰 여건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