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글로벌 헌터스]④GS건설 싱가포르 빌딩형 차량 기지 T301 프로젝트

싱가포르 남동부 창이 공항 인근, 열대기후 특유의 국지성 호우 스콜과 함께 방문한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 내부에 들어서자 울림 없는 정적이 감돈다. 끝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규모는 아이러니하게도 공간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었다. 총 면적 48만㎡, 연면적 87만㎡. 각 층고 14m. 최대 지상 5층의 싱가포르 'East Coast Integrated Depot', 이른바 T301 빌딩형 차량기지의 내부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한화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는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를 총괄하는 LTA가 발주한 공사중 역대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공사비 뿐 아니라 현장규모도 역대급이다. 토목 사업부터 진행한 만큼 수영장 2000개 분량의 토지 굴착, 연면적은 국내 최고층 랜드마크인 롯데타워를 2.7개 붙여 놓은 것과 맞먹는다. 또 총 면적은 국제표준 축구장 120개 규모, 내부에 사용된 철근만 30만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42개를 지을 수 있다.
T301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빌딩형 차량 기지 건설사업으로 지난 2016년 GS건설(22,400원 ▼1,000 -4.27%)이 단독 수주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18개월 가량의 공기가 연장되기는 했지만 2025년 장기 프로젝트에 성공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기자가 찾은 11월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모든 공정을 마무리하고 전동차 운영사가 시범운영을 진행 중이었다. 12월 시범운행을 마치면 싱가포르의 상징적 인프라로 새 역사를 시작한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지하철 차량기지와 지상 1~5층 규모 버스 차량기지로 구성됐다. 총 3개 노선의 지하철 985량, 버스 760대가 운행을 마치고 들어와 세차, 정비 등을 받는 차고지다. 전동차와 버스가 각각의 기지 안에서' 진입·정비·주차·세척을 모두 끝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전동차 진입로인 '바이덕' 고가에서 내려오는 전동차는 건물 진입 직전 두 갈래로 자동 분기된다. 4량~6량의 전동차는 모두 자동으로 2층 규모의 레일데포 안에서 길을 찾도록 설계됐다. 발주사인 LTA가 요구에 맞춰 모든 선로는 100% 전수 검사 대상이었고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통과한 상태다. 기계세차는 물론 필요시 손세차까지 가능한 공간도 마련됐다. 레일데포의 외벽에는 어쿠스틱 패널이 촘촘히 박혀있다. 서쪽에 위치한 주택가에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설계다.
다시 1층으로 내려오자 이번에는 버스가 주인공이다. 버스데포 입구에서 주유, 세차를 거쳐 정비홀을 지나면 5층 규모 차량기지 내부에 주차 라인이 이어진다. 특히 눈을 사로잡는 건 정비홀의 규모다. 2층 버스 운행이 일반적인 싱가포르 버스는 최대 5m가 넘는다. 이를 감안해 정비홀 층고는 7.5m로 2층 버스가 작아 보일 정도다. 직선 구간은 50m 넘게 뻗어 있고 회전 반경은 대형 버스 넓이를 감안해 곡선이 완만하게 설계돼 있다.
2016년 공사 시작 당시엔 없었던 전기차 충전소도 공사 과정에서 새로운 설계를 반영해 갖췄고 배터리 화재를 대비해 버스 한 대가 통째로 들어갈 수 있는 냉각 수조도 완비했다. 일반 화재를 대비한 '스프링클러 파이프'와 버스 시동 같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흡음판을 천장에 붙였다.

외벽으로 나오자 시선을 가장 먼저 잡아끈 것은 촘촘히 박힌 '파사드'였다. 멀리서 봤을 땐 한국의 기왓장 같은 크기의 느낌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성인 한 뼘을 넘는 두께의 대형 금속 패널이다. 무게는 개당 1.7~3.7톤에 이른다. 하나마다 12mm 볼트가 정확한 간격으로 고정돼 있다. 하중 검증을 위해 패널 50개 중 1개(5%)는 랜덤 테스트를 거쳤고 전동차 선로 상부는 100% 전수 검사다. 실제로 GS건설은 파사드 제작과정에서 실질적인 아이디어로 공기 단축, 공사비용 절감을 이끌어내는 등 공을 들였다.
3D 구조의 파사드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기후와 차량기자라는 건물의 특성을 정교하게 결합한 결과물이다. 싱가포르는 26도에서 34도에 이르는 더위에 국지성 호우가 매일같이 내린다. 여기에 전동차와 버스가 이동하면서 내뿜는 열기 등을 고려하면 내부 공기 순환이 필수적이다. 환기를 위해 50%이상 외벽을 개방하면서 비가 올때는 빗물 유입을 최소화하고 배수는 원활하도록 밖으로 튀어나온 형태를 택했다. 따뜻한 파스텔 톤의 주황색과 살구색, 노란색과 베이지색 등이 섞여 있는데 압도적인 규모에 사람들이 위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도 녹아있다.

싱가포르의 면적은 서울의 약 1.2배, 인구는 약 600만명. 가장 부족한 자원은 땅이다. 전동차 한 편성을 유지보수하려면 최소 1km 직선이 필요한데 싱가포르에는 그런 땅이 없다.
독자들의 PICK!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빌딩형 차량기지. 일반적인 차량기지는 대부분 단층에 건물 내부라기 보다는 차고지에 지붕을 씌운 정도의 설계지만 T301은 고층 주차장처럼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다. 싱가포르라는 특수한 도시 환경의 산물임과 동시에 미래 도시 인프라의 모델일 수도 있다.
GS건설에도 T301 프로젝트는 단순한 하나의 공사가 아니다. 해외 단일 프로젝트 최대 규모. 10년간의 기술·품질·안전의 녹아든 현장이다. 웅장한 지상 5층 버스데포 끝에서 내려다본 정비동·램프·바이덕·파사드 패널이 이어진 이 현장은 '한국 K건설의 기술력의 총체'임을 증명하는 듯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