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자 '위기'(危機)에 담긴 뜻

[기자수첩]한자 '위기'(危機)에 담긴 뜻

반준환 기자
2008.09.25 08:44

서양인들이 한자를 배울 때 가장 흥미를 느끼는 단어가 '위기'(危機)라고 한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결합돼 생겼다고 하는데 서양문화권에는 적절한 용어가 없다고 하니 관심을 끌 만하다.

최근 중국과 일본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새로운 도약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면 '위기는 곧 기회'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법인에 이어 유럽과 중동지역 사업부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미쓰비시UFJ와 중국투자공사(CIC)도 모간스탠리 지분 인수를 위한 막후협상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덩치는 크지만 세계적 경쟁력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중국도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말이 많았던 터. 우리 금융권의 반응이 궁금했다.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들었는데, 잘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 가운데 한 은행 임원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리먼브러더스 인수비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많지만 그야말로 우문(愚問)이다. 본질은 아시아 금융권에도 세계 1, 2위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사업성보다는 세계적 IB들이 쌓은 명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HSBC도 한국 진출 초기 인지도가 떨어져 고민이 많았다. 씨티은행이나 ABN암로, JP모간도 사정은 같았다"면서 "중국이나 일본은 글로벌 확장의 토대를 만드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한국은…"이라며 말을 흐렸다.

리먼브러더스 인수 9부능선에서 내려온 후 비판대에 오른 산업은행을 최근 일본계 금융회사들이 받는 환대와 비교해 보면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고사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상황은 계속 변해가는데, 우리는 지나치게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닐까. 평소 과감한 투자를 강조해놓고 정작 기회가 오면 몸을 사리는 금융권 풍토는 아직도 위기에서 배우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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