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업계 '국세 납부 딜레마'

[기자수첩]카드업계 '국세 납부 딜레마'

오수현 기자
2008.10.07 08:18

이달부터 신용카드로 국세를 납부할 수 있게 됐다. 카드사로서는 취급액과 함께 수수료 이익도 늘어 반길 만한데 막상 그렇지 않은 표정이다. 카드사들은 관련 마케팅에 거의 나서지 않고 있다. S카드만 수수료 캐시백 이벤트와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카드사들이 소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국세 납부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수료율이 1.5%에 불과해 제반 비용을 상쇄하기 어려운 데다 이중 일부를 금융결제원과 위탁은행에 분배하게 돼 있다.

국세청은 그러나 "업계의 불만은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여유만만한 모습이다. 마치 업계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퍼스트카드'(first card) 전략을 간파한 듯 느긋하다.

통상 직장인들은 신용카드 3~4장을 소지하지만 그중에서도 손이 자주 가는 카드가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손이 자주 가는 카드가 바로 '퍼스트카드'다.

신용카드사들은 자사 카드가 '퍼스트카드'가 되길 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이미지 마케팅에 전력을 쏟아붓는다. 포인트 혜택과 무이자 할부 서비스 제공, 결제 취급 범위 확대 등은 모두 '퍼스트카드'가 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인 셈이다.

여기에 옛 LG카드가 지방세 카드납부 도입 초기 시장을 선점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퍼스트카드'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성공한 기억이 생생한 카드업계로서는 이번 카드의 국세 납부 마케팅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S카드가 지금처럼 적극적인 마케팅을 지속한다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회원들이 우리 카드가 S카드에 밀린다는 생각을 하게 해선 안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카드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자사 카드가 '세컨드카드'로 전락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는 시간이 흐르면 '수수료 캐시백'과 같은 국세 납부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고, 결국 업계 전반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울상이다. 국세청이 이를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