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과 기업의 신뢰는

[기자수첩] 은행과 기업의 신뢰는

이새누리 기자
2009.06.08 07:23

건설·조선사부터 내로라하는 대기업까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돈줄을 쥔 채권은행과 기업간 신뢰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우선 대우건설을 놓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호간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다음달 말까지 새로운 전략적투자자(FI)를 찾아야 하는 금호와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는 산은은 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엔 입을 다문 채 상대방의 행동만 예의주시하고 있다.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양측 줄다리기는 수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대우건설을 내놓을 의지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해온 금호는 새 FI 유치가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산은의 시각은 다르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던 2006년부터 금호의 몸집이 눈에 띄게 불어났다는 점을 우려해온 터. 매물로 나온 지 오래된 금호생명 매각 메리트도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양측의 평행선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이 체결된 후에도 좁혀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불신의 골이 그만큼 깊어서다.

PEF의 첫 후보로 거론되는 동부메탈은 정반대다. 가격협상 여지는 남았지만 동부가

업계에서 우량하다고 손꼽히는 동부메탈을 큰탈없이 내놓을 수 있었던 건 산은과 오랜 우호관계가 크게 작용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A은행장은 지난달 말 제주도에 실무부장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참석차 내려가 있는 B그룹 회장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그룹은 약정대상은 아니지만 은행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통상 그룹의 고위급이 은행을 찾아오면 부행장 정도가 '만나주는' 관행을 깨고 직접 은행 사람을 보낸 것이다.

B그룹은 주채무계열 선정 때 채권규모가 비슷한 C은행 대신 A은행이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당국에 간청한 걸로 알려졌다. 그만큼 서로를 믿는다는 방증이다.

물론 은행과 거래 기업간 속사정은 그들만이 알고 있다. 동맹을 맺을지 앙숙이 될지는 업황, 채권규모, 거래실적, 심지어 비경제적 요소까지 여러 변수가 맞물려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돈이 오가는 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은 서로의 신뢰관계다. 이것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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