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를 부실판매한 책임을 물어 은행 임직원들을 무더기 징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키코 논란과 관련, 은행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소기업과 은행 간 민사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키코를 판매한 신한·우리·하나·외환·한국씨티·SC제일·산업·대구·부산은행 등 9개 은행과 소속 임직원 72명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감봉'이 4명, '견책' 14명, '주의' 54명 등이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약정한 구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이득을 보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기업이 손실을 보는 구조의 환 헤지 상품이다. 일부 수출기업은 지난 2008년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키코에 가입했다. 그런데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예상과 달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적잖은 손실을 봤다. 심지어 건실했던 일부 기업이 흑자부도를 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금감원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14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통화옵션상품 판매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9개 은행에서 계약 기업의 연간 수출액을 초과해 거래계약을 맺는 등의 문제를 적발했다.
이후 해당 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하다 지난해 9월 제재 심의를 보류했다. 은행과 중소기업 간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중도에 재판부가 변경돼 소송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지자 지난 7월 10개월 만에 심의를 재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염없이 소송결과를 기다릴 수는 없다는 현실적 판단 아래 이날 제재를 결정했다"며 "내부통제를 받지 않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것에 대해 징계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번 제재가 현재 계류 중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키코 피해 기업들이 은행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은 총 118건. 지난 2월 본안 소송 첫 판결에서는 재판부가 은행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이후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변경돼 후속 판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금감원은 은행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과정에 내부통제를 제대로 지켰는지를 본 것"이라며 "키코 상품의 문제 여부나 계약의 유효성을 따지는 소송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