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당국 '저주받은 운명' 받아들여야

[기고]금융당국 '저주받은 운명' 받아들여야

우제창 민주당 의원
2011.04.29 07:41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영국 금융감독당국(FSA)을 일컬어 '저주받은 운명(Watch Dog's Curse)'이라고 표현했었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 할수록 금융시장으로부터는 원성을 듣는 반면 시장에 대한 적절한 개입에 실패할 경우 정부와 국회로부터 강한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고충을 일컬은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금융당국은 저주받은 운명이 아니라 금융시장으로부터 환대를 받고 있다. 2006~2010년 저축은행 감사로 옮긴 금융감독원 출신은 19명이다. 은행·증권·보험·카드까지 합하면 103명에 이른다. 2009년 퇴직한 금감원 간부 38명의 재취업 기간은 평균 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아가 '퇴직 전 3년 이내,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공직자윤리법 17조'를 피하기 위해 퇴직 대상자들에게 취직하려는 기업과 무관한 업무를 맡겨주는 이른바 보직세탁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금감원 현직 직원이 로비에 연루돼 검찰 압수수색을 받더니 며칠 전에는 5명의 전·현직 직원들이 뇌물 수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기업의 대출 알선과 유상증자를 도와주며 뒷돈을 받고, 심지어 자신이 조사하던 금융기관의 변호를 맡은 대형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려다 논란이 일자 그만두는 일도 있었다. 영업정지 당한 저축은행으로부터 정기검사 무마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사례도 있다. 이것이 현재 한국의 금융을 감독·감시하고 있는 금감원의 윤리수준이다.

단순히 일부 직원들의 개인비리라면 금융당국 자체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산저축은행 특혜인출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당국의 비리가 이미 개인을 넘어 조직비리 차원으로 전염되어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인 지난 2월16일 특혜인출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했으나 사실상 방관했으며 이 범죄사실을 두 달 동안 숨기고 있었다. 또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 임직원이 무단으로 예금인출 청구서를 작성한 것을 발견하고 인출되지 않도록 전표를 취소 조치했다. 당시 전표 취소 조치가 내려진 액수는 8억3000만 원이라고 한다.

2월16일 오후 8시50분,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에 '고객이 내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이 고객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해 고객 계좌로 송금하고 있으니 이런 행위를 금지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금감원이 사전 인출 사태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지금에서야 문제가 되자 관련 검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금감원의 감시·감독 능력은 수준 이하다. 자기개혁에 대한 의지도 없다. 강도 높은 개혁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내부 구조를 바꿔 나가야 한다.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는 임직원 가족에게까지 취업과 증권투자를 제한하고 있고 미국통화감독청(OCC)은 퇴임 후 관련 분야 재취업을 금지하는 규정을 설립 때부터 명시하고 있다. 영국의 금융감독당국(FSA)은 윤리담당임원(Ethic Officer)을 별도로 두고 윤리기준을 강화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의 독립성이다. 한국은행과 같은 수준의 독립성을 추구해야 한다. 이것은 국회나 정부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저주받은 운명(Watch Dog's Curse)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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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안녕하세요. 편집국 김익태 편집담당 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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