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업계 "누가 뽑혀도 어려운 내년"

[기자수첩]카드업계 "누가 뽑혀도 어려운 내년"

진달래 기자
2012.12.17 05:25

"현수막 주인은 다른데 내용은 같더라고요. 카드 수수료 낮춘다고. 또 낮추는가 싶어 막막합니다."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묻는 질문에 대한 한 카드사 직원의 답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투표일. 카드업계에 유리한 특정 후보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하나였다. '누가 되도 어렵다.'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카드수수료를 포함한 금융권의 각종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카드업계에서는 또 수수료 인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오는 22일이면 1년 가까이 논의된 신 카드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번 체계 개편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상한선이 4.5%에서 2.7%까지 낮아진다. 또 전체 가맹점 242만 개의 88%인 213만 개의 수수료가 인하될 예정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민을 위한 금융지원 등 후보들 이야기는 맞는 말"이라면서도 "하지만 카드 수수료는 올해 인하하는데 공약에 또 나오니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카드업계의 하소연을 이기주의적 발상으로만 치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시기상 문제가 크다. 영세가맹점 대상 수수료 인하를 포함한 개편안이 시행되기 직전이다. 이때 또 다시 수수료 인하를 해보겠다는 약속은 듣기에만 좋은 정책일 수 있다.

내년에 무엇보다 신경써야할 점은 추가 수수료 인하가 아니다. 이번 개편안이 제대로 현실에서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때다. 사실 신(新) 가맹점 수수료 체계의 시행일은 22일이지만 여전히 마무리되지 못한 일이 많다. 이른바 '문턱효과'(연매출 2억원을 기점으로 수수료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현상)의 피해를 본 일부 중소가맹점 8만 곳은 인상이 유예됐다. 대형가맹점과 협상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도 불투명하다.

개편안대로 시행된 후에도 시장 상황을 감독할 시간이 필요하다. 수수료 인하로 영세, 중소가맹점들의 부담은 줄었는지 혹은 소비자들로 그 부담이 옮겨가진 않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공약을 내놓고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기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인가를 한 번 더 점검하는 일도 필요하다.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만드는 과정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만큼 시행 초기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미 정부가 다양한 규제책을 쏟아내면서 카드사 순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추가 수수료 인하'란 공약이 정책이 혼란만 더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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