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전날까지도 '투자적격'… 신평사의 '직무유기'

회생절차 전날까지도 '투자적격'… 신평사의 '직무유기'

김경렬 기자
2026.04.30 04:09

주가 최고점 대비 83% 급락에도, 신용등급 조정 안해
'회색 코뿔소식' 늑장대응에 사태 확산, 투자자들 원성
상업용 부동산 침체, 자산매각 해도 회수 가능성 의문

상장리츠 신용등급 현황/그래픽=이지혜
상장리츠 신용등급 현황/그래픽=이지혜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제이알글로벌리츠(이하 제이알리츠)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 하루 전까지 제이알리츠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으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회색 코뿔소'식 늑장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제이알리츠의 주가가 최고점 대비 6분의1 토막 난 상황에서도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등급으로 유지돼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산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7일 제이알리츠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했다. 일반적으로 BB+는 투기 등급으로 분류한다. 한신평은 제이알리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C로 한 차례 더 낮췄다. 제이알리츠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서둘러 등급을 내렸다.

한신평과 한국기업평가가 등급을 내릴 수 있다며 경고 차원의 메시지를 전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한신평은 지난달 3일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고 한기평은 지난 17일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부정적 의견은 6개월 내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기평을 기준으로 등급전망 하향조정 가능성이 언급된 지 11일 만에 정상채권으로 분류되던 A- 상품이 D로 평가받은 것이다.

회사는 주기적으로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계속됐다. 상업용 부동산 침체로 불경기 상태가 이어졌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제이알리츠가 자금조달을 위해 리츠 내 또다른 자산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건물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모든 투자금을 회수할 수는 없다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이알리츠의 주권거래는 회생절차 개시와 함께 정지된 상태다. 지난 17일 제이알리츠 주가는 1098원까지 내리면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최고점을 기록한 2022년 4월 6007원에서 4년 만에 6분의1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채권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가 제이알리츠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제이알리츠는 지난해 하반기 공모사채를 발행하면서 수수료 0.60%를 제시했다. 당시 신용등급은 A-로 채권자본시장(DCM)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고 봤다. A- 등급의 채권금리는 보통 0.3~0.4%, 미매각 이슈가 있는 경우에나 2배가량의 수수료를 매긴다. 그럼에도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은 요지부동이었다.

제이알리츠는 2021년 공모사채 데뷔 전부터 부진했다. 당시 제이알리츠는 계획발행 규모의 절반가량인 7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특히 별도의 수요예측 없이 채권가격을 특정 금리로 설정해 세일즈하는 '확정가 지정방법'으로 사채를 발행했다. 리츠업계에서 공모사채를 발행할 때 주로 활용하던 자산을 담보로 잡는 방식을 활용하지 않고 무보증 방식을 택하면서 석연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제이알리츠의 재무악화와 부동산시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했을 텐데 회생절차 직전까지 투자적격 등급이 유지된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경렬 기자

안녕하세요. 증권부 김경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