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나캐피탈 사건과 지배구조법

[기자수첩]하나캐피탈 사건과 지배구조법

박종진 기자
2014.04.07 05:30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 등장하는 유명한 카피처럼 금융당국은 절박했다.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사건, 지휘체계상 잘못을 한 사람이 빤히 보이는 듯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심증은 넘치지만 물증이 없었다. 결정적 증거를 찾아 해를 넘겨 추적했고 추가 검사까지 실시했다. 그러나 상대가 빼도 박도 못할 그 무엇을 찾아내는데 실패했다.

오는 17일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을 앞둔 하나캐피탈 투자손실 건 얘기다.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했으나 약 60억원의 손해를 봤는데, 투자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지시로 무리수를 뒀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당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었던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과 하나캐피탈 사장이던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당국의 타깃이었다. 해당 회사 CEO였던 김 행장에게는 중징계인 문책경고가 예정돼 있다. 그런데 김 이사장이 문제다. 당시 하나금융의 회장이었지만 경징계(주의적경고) 밖에 내리지 못할 처지다.

'미래저축은행이 보유한 국공채를 담보로 대출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는 김 이사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은 당국의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후 하나캐피탈의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일어난 부당행위도 김 이사장이 상당부분 알고 있었다는 정황 역시 곳곳에서 포착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직접 부당행위를 지시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사실 금융지주사 회장은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아니 남길 필요도 의무도 없다. 회장이 구두로 한마디 하면 밑에서 알아서 받드는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도록 문서화하지 않은 결과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속히 처리돼야하는 이유다.

당국의 징계 방침에 억울해 하고 있는 김 이사장이나 김 행장의 입장에서도 지배구조법이 있었다면 보다 명확한 소명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회장과 자회사 경영진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기록돼 있었다면 '무죄'를 증명하기 수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바로잡아 '제2, 제3의 징계를 피한 회장 또는 억울한 회장'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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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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