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 구조조정 여파, 퇴직연금서 1조원이탈 '직격탄'

[단독]기업 구조조정 여파, 퇴직연금서 1조원이탈 '직격탄'

조성훈 기자
2014.05.27 06:00

분기적립금 1조원선 붕괴 5년래 최저…퇴직연금제 취지무색, 중기가입 및 연금화시급 지적

퇴직연금 적립금 및 증가율 추이<자료=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적립금 및 증가율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지난 1분기 퇴직연금 분기 적립금이 최근 5년만에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추락했다. 중소기업의 신규가입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은데다 대기업들의 잇단 구조조정으로 퇴직자가 급증하면서 일시금 인출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부의 퇴직연금제 활성화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말 84조2996억원에 달하던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 3월말 85조2837억원으로 9841억원, 1.2% 늘어나는데 그쳤다. 퇴직연금 분기 적립액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3분기 8450억원 이래 5년여만이다. 당시에는 퇴직연금 적립 규모가 8조대에 불과해 증가율은 10%가 넘었다.

적립액 증가는 통상 추가납입이 이뤄지는 연말에 집중되지만 비수기에도 1~2조원은 꾸준히 유지돼 왔다. 이 추세라면 올해 퇴직연금 적립액 100조원 돌파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계절성을 띄는 만큼 연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적립액 규모가 커지는 만큼 증가율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절대 적립액 자체가 1조원 아래로 줄어든 것은 비정상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적립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신규가입은 적고 가입자의 이탈이 많다는 뜻이다.

손성동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는 "대기업은 대부분 퇴직연금 가입이 이뤄졌지만 300인 이하 중소기업의 신규 가입은 여전히 저조하다"며 "게다가 최근 주요 금융사와 KT 등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퇴직금 일시금 지급이 몰린 탓에 적립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1분기에만 퇴직연금에서 전분기대비 3배에 달하는 1조원 이상이 일시금으로 빠져나갔다. 퇴직급여 수령자는 5만 6000여명으로 작년 4분기 2만 7000여명의 2배가 넘는다. 그만큼 퇴직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올들어 교보생명과 삼성생명 등 보험업계, 씨티·SC 등 은행권, 르노삼성·한국GM·KT·동부그룹·현대그룹 등 제조, 건설, 해운항만, 통신서비스 분야 대표기업들의 구조조정과 부도가 잇따르면서 당분간 이같은 자금이탈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부진한 중소기업 신규가입 확대는 당국의 최대 고민거리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률은 퇴직금 추계액 176조5000억원의 48.3%수준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이 77.3%인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 도입률은 15.3%에 머문 탓이다.

퇴직급여 일시금 수령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분기에만 연금수급 요건을 갖춘 55세 이상 퇴직자 5만8000명 중 대부분인 98%(5만5226명)가 일시금으로 찾아갔다. 연금수급을 선택한 퇴직자는 불과 2%, 1000여명에 불과하다. 연금으로 수령시 세제혜택에도 불구, 자금이 묶여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인식때문이다.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근본 취지인 연금수급을 통한 안정적 노후대비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이전에 설립된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은 자유인데다 일시금 수령 역시 가입자의 자유 의사에 따른 것으로 강제할 경우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손필훈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과장은 "상당수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은 퇴직연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중소기업 대상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해 초과수익을 유도해 퇴직연금에 매력을 느끼도록 하고 근로자가 퇴직 뒤 개인퇴직연금계좌(IRP)를 유지할 경우 기간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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