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흡연자를 범법자 만들 바에 아예 담배 없애라

[기고] 흡연자를 범법자 만들 바에 아예 담배 없애라

강성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2015.05.07 07:53

1만8000명.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서만 담배꽁초 무단투기 행위로 적발된 인원수다. 이들에게 거둬들인 과태료만 9억원에 달한다. 담뱃값 인상 후 흡연자들이 담배로 내는 세금이 연간 10조원가량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흡연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해쳐가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기여하는 ‘기부천사’ 같다.

물론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국가가 흡연자들을 거리 구석으로 내몰면서 범법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88서울올림픽 이후 부쩍 깨끗해진 거리가 다시 더러워지고 있다. 높아진 경제발전도와 교육수준을 고려하면 이상한 일이다. 각종 홍보전단지 말고도 담배꽁초가 주범이다. 유흥업소 밀집지역과 뒷골목은 물론 웬만한 건물 주변이나 인근 하수구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담배꽁초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만 고달프다. 이 모든 원인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금연구역을 조성하면서 흡연자들은 건물 뒤편이나 후미진 골목이 아니고는 마음 놓고 담배 피울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하다가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가서 담배를 피우고 헐레벌떡 사무실로 들어가는 회사원의 모습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흡연구역 인프라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다보니 흡연자들의 사회적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데 담뱃값까지 올라 죽을 지경이다. “다음 선거에서 두고 보자”고 이를 가는 흡연자들도 주변에서 많이 봤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규제와 단속으로 일관하고 지자체는 흡연구역을 설치하는데 눈치를 본다. 반면 금연구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혐연권과 함께 흡연권도 헌법으로부터 보장되는 권리라고 인정했음에도 흡연자들은 합법적 기호품인 담배 소비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는 고사하고 잠재적 범법자로 내몰리는 셈이다.

공공지역과 길거리 흡연을 강력히 규제하는 선진국의 경우 흡연자를 위한 권리보장에도 적극적이다. 거리마다 흡연공간을 만들어서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추진한다. 담뱃세로 많은 세금을 거두면서도 흡연자를 위한 인프라 제공은 외면하고 규제와 단속으로 범법자를 양산하는 한국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담뱃세가 껑충 뛰면서 정부와 지자체로 유입되는 세수가 늘어났음에도 흡연구역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최근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지자체가 금연정책을 강제하는 정부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으로 흡연공간을 확보하는 데 인색하다. 오히려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으로 거둬들이는 과태료를 흡연공간 설치에 재투자하는 최소한의 공공적 의무조차 외면한다.

단속과 처벌 위주 금연정책을 탈피해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는 지혜로운 길을 찾는데 신경써야 한다. 단속과 처벌 위주 금연정책 만으로는 금연캠페인을 성공할 수도 흡연문화를 개선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국가는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법을 어기게 되는 ‘범법을 강요하는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고 싶다면 아예 담배를 대마초나 마약처럼 금지하든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