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허인 KB국민은행장 "대출자산 감소하지 않을 것…유가증권·해외자산 증가할 것"

“KB국민은행을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이용하는 은행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어린 자녀에게 국민은행 통장을 만들어주면 그 자녀가 20~30대가 됐을 때 본인의 의지로 국민은행의 액티브 고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업체들이 은행의 젊은 고객을 흡수하면서 기존 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어렸을 때 접했던 은행에 대해선 어떻게든 충성도가 생긴다고 본다”며 “아동수당을 받는 통장, 학생증 체크카드, 부모님이 자녀에게 만들어주는 각종 적금통장도 국민은행과 거래하도록 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허 행장은 올해 전략 방향을 ‘고객과 직원 중심의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디지털 은행’으로 정하고 디지털로의 전환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디지털 전략은 단순히 온라인과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인력, 프로세스, 문화 등 조직 전체에 걸쳐서 진행된다. 다음달 취임 1주년을 맞는 허 행장을 만나 젊은 은행, 디지털 은행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국민은행 스토리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 20~30대들은 은행 모바일뱅킹보다 토스나 카카오페이를 쓴다. 젊은 고객이 은행에서 이탈하는 것은 아닌가.
-간편 앱(App) 기준으로는 토스의 트래픽이 20대에서 압도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토스를 제외하고는 MAU(월간 이용자수)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20대 트래픽이 가장 높다. 간편 앱에 투자를 많이 하고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국민은행을 이용해온 젊은 고객들에게 친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노출된 브랜드에 로얄티(충성심)가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릴 때 국민은행을 접한 적이 있는 20~30대에게 재선택되는 것이다. 국내 은행 고객들은 여러 은행을 함께 이용하는데 이런 점까지 고려해 유스(젊은층) 고객에게 국민은행이 선택받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기존의 여러 앱을 모아 통합앱을 출시하는 추세인데 국민은행은 앱 통합 움직임이 없다.
-국민은행은 고객이 각자 원하는 앱을 선택하도록 여러 앱을 유지할 방침이다. 모든 은행 거래가 가능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스타뱅킹’ 앱이 필요한 고객도 있고 환전, 간편송금 등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단품인 ‘리브’(Liiv) 앱이나 부동산 정보만 볼 수 있는 ‘리브 온’(Liiv ON) 앱을 원하는 고객도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12개 앱이 있는데 고객이 필요에 따라 선택해 쓰고 자유롭게 지웠다 다시 깔고 하면 된다고 본다. 중국 최대의 민영 금융그룹인 핑안그룹은 앱이 200개가 넘는다.
문제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여러 앱을 깔라고 권유하는 등 앱을 전달하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은행이 직원을 평가할 때 쓰는 핵심성과지표(KPI)에 앱 설치 실적을 넣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고객이 필요한 앱만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앱 다운 실적을 KPI에 반영하지 않는다. 앱은 또 필요에 따라 쉽게 설치했다 지웠다 할 수 있는 것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환전은 매일 하는 것이 아니니 필요할 때 환전 앱을 깔았다 지울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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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더 케이(The K)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있나.
-기존에 다른 은행들은 전산시스템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이른바 ‘빅뱅’ 방식을 택했는데 ‘더 케이 프로젝트’는 전산시스템을 5부분으로 나눠 점진적으로 바꿔 나가는 방식이다. IBM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기를 유지한 채 나머지는 다섯 부분은 리눅스 계열로 바꿔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호환성을 높이려 한다. 클라우드를 활용한 시스템도 지금은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가능한 확대해 적용하려 한다. 클라우드 활용은 한 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단위별로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더 케이 프로젝트’를 통해 KB금융 전체 시스템과 유기적 일관성을 높이고 유연성과 개방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올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가계대출 규제로 앞으로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 3분기 말까지 1조원 정도 줄었고 앞으로도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대출 규모는 전세자금대출과 자영업자대출, 중소법인 대출 등이 증가하며 지난해보다 조금 더 늘었다. 가계대출은 늘리는데 제한이 있지만 생산분야 기업에 대한 대출은 더 늘릴 수 있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출자산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내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중동 지역의 정전 불안,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과정 중에 불거질 수 있는 잡음 등 대외 이슈가 부정적인데다 대내적으로도 올해보다 좋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불확실성이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위험관리를 잘해야 하지만 은행 실적은 적절한 수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예컨대 국내에서 대출자산 성장이 어려우면 유가증권자산이나 해외자산을 늘릴 수 있다.
▶국내 대출자산 외에 어떤 식의 성장을 구상하는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 수도 있고 투자를 통해 해외자산을 늘려 실적 성장을 꾀할 수도 있다.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해외 지점이 적지만 해외 거점을 통해 IB(투자은행)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에 IB 데스크를 만들었고 뉴욕 IB 데스크도 곧 인력이 충원돼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내년에 런던 IB 데스크까지 만들면 전세계 주요 IB 거래를 아우를 수 있게 된다. IB 투자에서는 국민은행이 국내에서 KDB산업은행과 수위를 다툴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또 그동안은 대출 재원이 부족해 유가증권 운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 국내 은행은 대출자산 비중이 85% 수준인데 선진국 은행은 50~60% 수준이다. 국내 은행들도 채권, 주식, 펀드 등 유가증권 자산에 대한 운용 능력과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본다. 올해 국민은행과 KB증권의 자본시장 업무 담당 부서를 한곳에 배치하는 ‘스마트 딜링룸’을 설치했는데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한층 더 깊이 있는 통찰력과 운용역량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은행은 소매영업 분야에서는 최강이지만 기관영업 분야에선 고전하는 느낌을 받는다.
-기관영업을 크게 키우려 한다기보다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소매영업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존재감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과도한 출연금을 약속하는 등 무리하게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유지할 생각은 없지만 국민은행도 기관영업을 한다는 평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올해 서울시와 인천시 등 주요 시금고 유치전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2개 자치구의 1금고를 유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국민은행이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가진 지자체에서 국민은행이 1금고를 맡기는 처음이다. 광주시 자치구 2곳에서 1금고를 유치한 것도 성과다. 무리하지 않고 노력해준 직원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