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윤태호 "게임중독법, 편파적 '문제아' 만들기"

'미생' 윤태호 "게임중독법, 편파적 '문제아' 만들기"

김하늬 기자
2013.11.25 13:14

[인터뷰]윤태호 "게임과 같은 문화현상을 제재할 순 없어"

"게임과 만화는 대중문화의 '현상'들 중 하나일 뿐인데 이를 제재하겠다는 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겁니다. 정치인들이 대중문화를 제재하기 위해 쏟는 노력을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시민의식 치유를 위해 써야 합니다."

↑윤태호 작가
↑윤태호 작가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일명 '게임중독법'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윤 작가는 이 법안이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를 4대 중독질환으로 규정하는 건 "대중의 시선을 빼앗기 위해 문제 상황을 기만하는 것과 같다"며 "청소년들이 인성과 사회성을 다질 수 있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윤 작가가 '게임중독법 사태'를 문화계 공통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이번 사태가 지난해 2월 만화가들이 길거리에 뛰쳐나왔던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방적으로 웹툰을 검열한 뒤 23개 웹툰에 대해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만화작가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목동 방통심의위 앞에서 '검열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윤 작가는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윤 작가는 당시를 떠올리며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일부 문화콘텐츠를 '문제아'로 만드는 논리적 구조가 지극히 단순하고 편파적이었기 때문.

윤 작가는 "정부가 만화계와 논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심의 결과를 통보하는 등 문화 콘텐츠를 잘못 바라보고 있었다"며 "학교 폭력의 원인을 만화계로 돌리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이번 게임중독법 사태도 결국 청소년보호를 명목으로 대중문화를 규제하려는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정치인들이 만화와 게임에 대해 '위험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절차와 과정을 살펴보면 정작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과 이를 향유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작가는 이어 "대중들은 만화와 게임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누군가는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현재에 만족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정부와 법이 문화콘텐츠를 대하는 태도"라며 "무조건 제도적으로 제재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문화콘텐츠의 다양성을 감내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둔 채 제도적 '보완'을 하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만화와 게임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뒤섞여 살아갈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공간으로서만 존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웹툰 규제 사태는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해 4월, 방심위와 만화계가 자율규제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만화계는 창작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해외사례도 찾아가며 합의점을 찾고 있다.

하지만 한 숨 돌리던 만화계도 이번 게임중독법이 '인터넷 및 미디어콘텐츠'로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작가는 "대중문화 중에도 상대적으로 '약한' 매체들이 주로 '제재의 방망이'를 맞곤 했다"며 "드라마와 영화로 발전하고 있는 만화와 '수출 효자'로 군림해 온 게임이 제재 우선순위라니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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