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베일 속 모뉴엘 경영진, 지금은 앞에 나설 때

[기자수첩]베일 속 모뉴엘 경영진, 지금은 앞에 나설 때

박계현 기자
2014.10.24 06:00
박계현 기자.
박계현 기자.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도덕적 해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통화 상대방은 불과 한 달 전에 모뉴엘을 퇴직한 직원이다. 그는 "회사가 제주로 연구개발 조직을 이동시키면서 부인이 직장을 그만두고 삶의 터전을 옮긴 맞벌이 부부도 여러 쌍 된다"며 "모뉴엘의 이런 상황이 직원들에게 전혀 공유된 적이 없다"고 했다.

모뉴엘은 지난해 매출 1조 2737억원, 영업이익 110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610억원이었고 최근 5년간 적자를 낸 적도 없었다. 지난 4월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도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금은 돌지 않았다. 모뉴엘은 최근 3년간 매출 2조5000억원을 올렸지만 정작 회사에 들어온 현금은 300억원도 채 되지 않았다. 작년 한 해에만 50억원이 넘는 돈이 이자로 나갔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온다고 알려졌을 뿐 관세청 등 관련기관도 실제로 돈이 오갔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회사 앞에서 만난 모뉴엘 직원은 "우리 회사에 특별한 영업 노하우가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협력업체 직원은 "모뉴엘에서 '매입계산서에 매출만 적어줄 수 있겠냐'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고도 했다. 수입면장, 세금계산서를 보며 매입단가를 따져야 이익인지 손실인지 알 수 있는데 영업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따지지 않았다고 했다.

불과 5년만에 매출을 약 10배 늘리며 몸집을 불린 회사는 이렇게 허점투성이 검증을 받으며 부실하게 컸다. 어찌보면 모뉴엘이 그동안 써온 벤처 신화의 몰락은 이미 오래전에 예고된 셈이다.

20일 법정관리 신청 이후 박홍석 대표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보다 모뉴엘에 인생을 걸었던 직원과 그런 그들을 믿었던 협력업체들이다.

직원들은 박홍석 대표를 가정적이고 사람 좋은 사장으로 기억한다. 모뉴엘이라는 회사명은 '나의'라는 뜻의 프랑스어 'moi'와 박 대표의 두 딸 '유리스', '앨리스'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사명이다. 회사명을 짓던 초심을 떠올리며 그가 앞에 나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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