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가는 루센트블록…"혁신정책 신뢰 가늠할 시험대" 업계 주목

국감가는 루센트블록…"혁신정책 신뢰 가늠할 시험대" 업계 주목

최태범 기자
2026.10.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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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지난 2월 조각투자(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한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을 놓고 절차적 공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7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8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허 대표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과정과 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업자의 제도권 진입 문제 등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할 예정이다.

최근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박용진 부위원장이 루센트블록에 재도전 기회를 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한 데 이어 국감에서도 관련 문제가 다뤄진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업계는 이번 국감이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시장 검증했지만 제도화 문턱서 탈락

2018년 설립된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2021년 비수도권 벤처기업 중 처음으로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뒤 규제샌드박스 안에서 조각투자 상품의 발행과 유통 구조를 실증해왔다.

루센트블록은 신탁사와 예탁결제원, 계좌관리기관을 분리한 전자등록 수익증권 구조를 구축했다. 소유의 누적 회원은 약 50만명, 누적 투자금액은 300억원 규모다. 루센트블록은 4년간 유통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지난 2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사업자로 한국거래소·코스콤이 참여한 KDX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가 주도한 NXT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함께 신청한 루센트블록은 탈락했다.

업계에서는 조각투자 유통 서비스를 운영해 온 사업자가 사업계획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을 두고 심사 기준과 평가 과정이 충분히 설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위가 제도 도입 과정에서 이번 인가를 '기존 샌드박스 사업의 제도화'라고 설명해 놓고, 실제 심사에서는 신규 사업자와 기존 실증 사업자를 사실상 같은 출발선에 세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용진 "샌드박스 뛰게 해놓고 벤치 앉혀선 안 돼"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23일 천안시 충남북부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메가특구 추진현황 및 규제합리화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23일 천안시 충남북부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메가특구 추진현황 및 규제합리화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예비인가 결과 발표 이후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예비인가 사업자들의 본인가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되 루센트블록 등이 추가 예비인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재도전 기회를 열어달라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박용진 부위원장은 지난 8월 대전에서 허 대표를 만나 관련 애로사항을 들은 뒤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그는 "수년간 실증하고 시장을 만들며 가능성을 입증한 기업이라면 제도화 이후의 본게임에서도 다시 한번 경쟁해 볼 기회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라는 운동장을 열어 혁신기업에 마음껏 뛰어보라고 했다"며 "본게임이 시작되자 벤치에 앉히는 것이 규제혁신의 결론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감은 박 부위원장의 문제 제기 이후 루센트블록 사안이 다시 공론화되는 무대다. 허 대표가 직접 국회에 출석하는 만큼 예비인가 사업자 수를 2곳으로 제한한 근거와 평가 기준, 샌드박스 실증 실적의 반영 여부 등이 주요 질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정부 규제 샌드박스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

유동수 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통과시키고 있다. /사진=뉴스1
유동수 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통과시키고 있다. /사진=뉴스1

스타트업 업계가 루센트블록 사안을 주목하는 것은 이번 논란이 특정 기업의 인허가 탈락을 넘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규제 샌드박스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신산업 분야에서 기업이 먼저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제도다. 기업은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며 시장을 검증하고, 정부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제도를 설계한다.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루센트블록 사례의 경우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위험성이 큰 초기 시장을 개척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성이 확인된 뒤에는 대형 금융기관이 성과를 가져가는 선례이자 시작점으로서 기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조각투자 시장에서는 1세대 사업자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부동산 조각투자 1호 사업자인 카사는 지난 8월 서비스를 종료했고, 펀블은 이에 앞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일부 혁신금융사업자는 서비스 출시조차 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루센트블록에 대한 추가 예비인가 여부가 다른 규제 산업 스타트업들에도 중요한 신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무위 국감에서 추가 예비인가 일정이나 샌드박스 사업자의 재도전 절차 등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여야 모두 루센트블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시장을 개척한 혁신기업이 공정하게 다시 경쟁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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