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트렌드] 고단백 식품 스타트업에 국내외 VC 자금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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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확산이 글로벌 식품시장의 소비 지형을 바꾸고 있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 사용자가 식욕 감소로 식사량이 줄면서 근육량 유지를 위해 고단백 식품을 찾으면서다. 이러한 수요가 단백질바 등 간편식에서 고단백 파스타 등 일상식으로 확대되자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도 관련 식품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간식 줄이고 단백질 늘렸다…고단백 식품 투자 확대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PwC가 지난 5월 미국의 GLP-1 사용자 1063명을 조사한 결과, 포장 단백질 식품과 신선 단백질 식품의 구매를 늘렸다는 응답은 각각 35%, 34%였다. 반면 달콤한 간식과 짭짤한 간식의 구매를 줄였다는 응답은 각각 61%, 56%에 달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GLP-1 사용 가구는 미국 전체 가구의 4.5%에 불과했지만, 2024~2025년 사이 근육 건강 관련 효능을 강조한 제품의 매출 증가분 중 43%를 차지했다.
고단백 식품 수요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체중감량 과정에서의 근육량 관리 필요성이 있다. GLP-1 계열 약물은 식욕을 억제해 전체 식사량을 줄이는 만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어 근육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고단백 식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고단백 식품 브랜드 '데이비드 프로틴'(David Protein)을 운영하는 메디시 브랜드는 지난 9월 식품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인 규모인 2억5000만달러(약 336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2억5000만달러(약 3조260원)에 달한다. 주력 제품은 단백질 28g을 함유하면서도 열량을 150㎉로 낮춘 단백질바다.
투자 대상도 일상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고단백 파스타 스타트업 브라미는 지난 5월 3300만달러(약 444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탈리아에서 생산한 고단백 파스타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기업이다. 투자사 VMG파트너스는 GLP-1 사용자 증가에 따른 단백질 섭취 수요를 투자 매력 요인으로 꼽았다.
간식 분야에서도 투자가 잇따른다. 닭가슴살을 활용한 단백질 칩을 판매하는 미국 와일드 브랜즈는 지난달 S2G인베스트먼츠로부터 4000만달러를 유치했다. 미국 방송인 클로이 카다시안이 공동 설립한 고단백 팝콘 브랜드 클라우드도 올해 1500만달러의 추가 투자를 확보했다.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수석 심사역은 "GLP-1 확산 이후 소비자의 관심이 지방 감량에서 '좋은 근육'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근육이 건강한 삶과 '장수'에 중요하다는 인식도 같이 커지면서 양질의 단백질 섭취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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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품 대기업들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8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슬레는 AI(인공지능)와 영양과학을 활용해 GLP-1 사용자의 근육량 감소와 영양 섭취 부족 등에 대응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는 단백질 35g을 함유한 영양 셰이크 '부스트 어드밴스드 뉴트리션 셰이크'를 출시했고, 아시아와 호주에서는 기존 밀로 음료의 단백질 함량을 높인 '마일로 프로 하이 프로틴'을 선보였다.
국내도 고단백 식품 투자 잇따라…GLP-1 맞춤형 제품 개발 움직임

국내에서도 고단백 식품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고단백 파스타·랩·덮밥 등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프로티너' 운영사 피알티엔과 고단백 스테이크·소시지 등을 판매하는 '탄단단' 운영사 핏플은 올해 나란히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프로틴 클러스터와 두부스낵 등 고단백 간식을 선보이는 애디드바이옴도 지난 8월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GLP-1 사용자 관리와 식품 사업을 결합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비만치료제 관리 앱 '삐약' 운영사 비비드헬스는 최근 단백질 식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천예슬 비비드헬스 대표는 "초반에는 삐약 이용자들 사이에서 주사 자체에 대한 질문이 많았지만 점차 식품 성분이나 하루 단백질 섭취량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며 "시중에 제품은 많지만 어떤 제품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용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요를 확인한 비비드헬스는 GLP-1 사용자 맞춤형 고단백 식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천 대표는 "이용자들의 영양관리 수요가 커지는 것을 보면서 직접 제품을 제조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들어 사업 확대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비비드헬스는 최근 롯데벤처스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L-CAMP 미래식단'에 선정돼 롯데웰푸드와 협업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GLP-1 스코어'로 기존 식품의 영양 성분을 평가하고, 그릭요거트·아이스크림·장음료 등 제품군별로 이용자 반응과 개선점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축적된 삐약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맞춤형 제품 개발도 구상하고 있다. GLP-1 치료제 투약 초기와 투약 중, 중단 이후 등 단계별로 달라지는 단백질 및 영양 성분에 대한 수요를 제품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고단백 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곧바로 관련 스타트업의 투자 매력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수석 심사역은 "식품·음료(F&B) 산업 특성상 재무적 투자자보다 전략적 투자자의 관심이 더 클 것으로 본다"며 "제품 자체로 새로운 영역을 만드는 것보다는 단백질 식품을 만드는 밸류체인을 바꾸거나 비용을 줄이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