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춘문예 당선작
가족, 일상, 세대 간의 이해와 갈등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경제적·정서적 이야기를 신춘문예 당선작을 통해 조명합니다.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따뜻함과 고민, 그리고 성장의 순간들을 감동적으로 전합니다.
가족, 일상, 세대 간의 이해와 갈등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경제적·정서적 이야기를 신춘문예 당선작을 통해 조명합니다.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따뜻함과 고민, 그리고 성장의 순간들을 감동적으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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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거 곰돌이요. 사줘요. 카드로 슉슉 해서.” 지우는 엄마가 카드를 들고 계산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우와 신기해. 카드로 슉슉하면 드르륵하고 종이가 나왔어요. 엄마는 볼펜으로 뭔가를 적어줬어요. 우와 신기해. 지우는 곰돌이가 생기는 법이 간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지우, 엄마가 곰돌이 사줬으니까 유치원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돼.” 지우는 곰돌이를 품에 안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오늘은 숙제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우가 싱글벙글하자 엄마는 안심했어요. 엄마는 지우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향했어요. “여보, 집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떡해요. 정말 이럴 거예요? 얼른 밖에서 펴요!” 아빠는 베란다에서 급하게 나왔어요. 아빠가 집에 있는 날에는 담배냄새가 났어요. 엄마는 눈을 질끈 감았어요. 아빠는 지우를 안아주려 다가왔어요. “아빠. 엄마가 곰돌이 사줬어요. 얘 예쁘게 생겼죠?” “어, 예쁜 곰돌이네. 근데 당신, 또 카드 쓴 거야? 카드 값이 많이 나왔던데.” “지우가
오징어의 生 바다를 향해 수 만개의 발들이 말라가고 있다. 한 때 저 흡판들은 바다를 물어뜯던 폭력이었을 것이다. 새벽 출항, 집어등에 속아서 배를 가르고 꼬챙이에 꿰어져 내장도 제 속내도 다 내어주었던 것. 오징어는 온몸으로 햇빛을 투과시키며 온순해졌을 것이다. 바다에서 빠져나온 질량만큼, 다시 바다를 향해 몸에 깃든 물을 풀어주면서 늘 젖어 살았던 몸들이 있는 힘껏 가벼워지고 있다 어부들의 이른 잠과 밤바다를 낮에 엮어 가는 여인들의 노고까지 내일의 파도를 염려하며 축 늘어진 발은 다 알고 있는 듯 축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적당한 염분들은 투명한 몸에서 갈변되고 바람에 쉬이- 하고 사라지는 영혼들은 천천히 몸을 잊고 있다 아무리 바다를 캐내도 통장의 잔고는 뱃고동을 울리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몸들은 부력보다는 중력이 먼저다 이제 바다를 향해 뻗어갈 듯 저 수 만개의 발들을 보라! 오징어는 바다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으려고 눈에 가시 같은 뼈를 품고 있었다
혼전에 혼전을 더해가는 대한읍의 치킨사태에 이제까지 손 놓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대한읍장이 드디어 한마디를 던졌다. 그 한마디는 대한읍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읍장이 대한읍 긴급회의에서 꺼냈다는 그 한마디는 바로 ‘나도 2주에 한번 정도는 치킨을 먹는데 좀 비싸더라.’였다. 간결했지만 너무도 강력한 메시지였다. 정무면 면장의 발언 후 그동안 읍장의 마음이 자신들 쪽에 서 있다고 굳게 믿었던 영세치킨업자와 치킨전문점들의 심장에는 불안의 화살이 꽂힌 듯 두려움이 찾아왔다. 여론은 여론대로 다시 휘청거렸고, 마침내 그동안의 치킨 값은 폭리를 바탕으로 취해진 가격이었다는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었다. 노가네는 어느새 대한읍의 서민들을 배려하는 책임있는 업체로, 진정한 소비자시대를 연 개혁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물론 읍장의 발언을 두고 대한읍 민주서민협의회 대표가 비장한 목소리로‘치킨을 팔아 생계를 연명하는 대한읍네 치킨상인들의 자녀를 생각해보라’ 면서 질타를 던지는 등 반격
대한읍은 이제 어디를 가나 ‘닭’이야기로 술렁거렸다. 그야말로 느닷없이 닭이 세상의 중심이라도 된 것 같았다. 대한읍 사람들이 치킨에 매달렸던 때는 대부분 축구경기가 벌어지는 날이었다. 오죽하면 치킨 집 사장들의 소원이‘매일같이 TV에서 축구경기를 생중계 해주는 것’이었을까. 그런데 지금은 축구경기가 없는데도 죄다 닭 이야기를 꺼낸다. 닭이 울면 온 마을이 깨어나던 옛날에도 이렇게까지 닭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세상을 끌고간 적은 없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강렬한 메시지가 유효했던 암흑의 시절에도 이렇게까지 닭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닭’은 바야흐로 대한읍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처럼 노가네덕에 싸고 양좋은 치킨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환호하는 이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손주들을 보면서 박의 확신은 더 강해졌다. 어렵게 사 온 프라이드 치킨과 마주한 손주들은 흡사 아귀 같았다.
라니아와 헤어진 이후 수 개 월간, 아버지는 북예멘 정부와의 대형 군장비 계약을 성사시켰고, 계약체결 이후 카이로 지사로 발령을 받았다. 일기에 보면 아버지는 어머니를 불러들인 카이로에서의 생활 중에서도 라니아를 잊지 못했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저절로 라니아가 생각난다고 했다. "불과 서너 시간을 같이 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일생을 두고 그리워하는 사이가 될 수 있는지. 저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부인께서는 이해가 되시는지요.” 나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여자도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마주 보았다. “흔한 일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드문 일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나도 이런 기억이 있어요. 16살 때였어요. 어머니를 따라 어느 결혼식장에 갔다가 어떤 젊은 남자와 얼굴을 마주 쳤는데 갑자기 온몸이 전기에 감전 된 듯했어요. 서로 얼굴을 다른 데로 돌리지 못하고 빤히 쳐다만 보면서 어머니 손에 끌려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남자의 눈빛을 나는
한 3-4분 쯤 걸었을까. 역시 하얀 2층의 벽돌 건물에 있는 아치형의 예쁘장한 철창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름 모를 관엽식물이 잘 손질된 널찍한 정원이 나왔다. 중앙의 분수에서 물이 높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여자가 현관을 향하여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안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렸다. 곧 검은 바탕에 붉은 장미가 수놓아진 화려한 홈드레스를 걸치고 머리에는 금실과 초록실의 아라베스크 문양이 수놓아져 있는 히잡을 쓴 여자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새카맣고 깊은 눈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섰다. 하얀 얼굴에 살짝 살이 오른 중년의 미인. 내 눈은 단숨에 그 여자의 모습 전체를 훑었다. 새카만 깊은 눈동자와 긴 속눈썹이 어딘지 우수를 띄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용한 모습이었다. 여자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로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나를 데리고 온 여자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나를 데
겨울이라 차창 밖 풍경은 메마르고 황량했다. 옅은 황토빛 들판과 그 들판에 열을 서듯 정렬해 있는 올리브 나무들이 끝도 없이 지나갔다. 호텔에서 늦게 일어나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허둥대며 코르도바행 특급열자를 탔을 때만 해도 마음이 어수선하고 편치 않았다. 그러나 쾌적하고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한 열차 속에서 마음은 점차 안정되어갔다. 열차 안에는 다정한 부부로 보이는 두 쌍의 나이든 관광객도 타고 있었다. 나는 눈이 자꾸만 그쪽으로 향했다. 아내와 나 사이에 서로 애정이 없어졌다고 생각된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지금은 그저 세상이 정한 도덕적 기준에 맞추어 타성적으로 살고 있을 뿐이었다. 아내의 입장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차창 밖으로 올리브 나무가 드문드문 스쳐 지나갔다. 옅은 적갈색 들판은 아라비아의 사막을 연상시켰다. 천 년의 때가 끼어 있는 중세의 성문을 들어서자 좁은 길들이 여기저기 미로처럼 갈라져 있었고, 어두컴컴한 상점 안에는 알
밤새 달려가던 기차는 아직 새벽의 푸른빛이 채 가시지 않은 마드리드의 체마르틴역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밤을 새운 부수수한 얼굴로 짐을 챙기며 서둘러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찌뿌드드한 몸을 추스르며 차창 밖으로 승객들이 밀려나가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날씨가 추운지 사람들은 몸을 움츠리며 외투의 깃을 목 위까지 잔뜩 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입과 코에서 나오는 하얀 김이 찬 공기 속에서 옅게 흩어졌다. 중절모에 두터운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마중 나온 아내와 두 딸을 각각 양팔로 포옹을 했다. 빨간 머플러를 두른 너덧 살쯤 되는 작은딸은 달랑 아빠 품에 안겨 양팔로 아빠의 목을 감고, 예닐곱 살 먹어 보이는 큰딸은 아빠의 허리를 감고 그곳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포옹이 끝나자 두 자매는 손을 잡고 앞쪽에서 깡충깡충 뛰듯이 걸었고, 중년의 부부는 짐을 나누어 들고 즐거운 듯이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도 하며 역 출구로 나란히 걸어갔다. 나는 그들이 나가는 뒷모습이 승객들 속에
예년에 비해 응모편수도 월등하게 많아졌고, 작품의 질도 월등하게 높아졌다. 특히 산문부문 중에서도 소설부문의 응모작 수도 급격히 늘었고, 작품의 질도 아주 높았다. 우선 골라낸 작품이 와 이었다. 는 외국과의 무역과 공사현장을 누비던 아버지의 발자취를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가 든 아들이 뒤를 따라가 본다. 젊은 시절 아버지는 중동 사막 한가운데 도로에서 우연히 현지의 귀족 처자를 만나게 되고, 기약 없이 헤어진 다음 아주 오래 시간이 흘러 업계에서 은퇴한 뒤 그 여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다시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역업에 종사하는 아들이 아버지가 현직에 있을 때 남긴 여러 권의 다이어리를 바탕으로 아버지의 여로를 따라간다. 그러면서 가장 외로운 시절의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으로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심사위원들은 공히 대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또 한편의 소설 은 이미 제목이 암시하듯 작품 공모 이후 발 빠르게 쓴 일종의 세태소설이다.
머니투데이가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 후원, 신한은행 협찬으로 실시된 '제6회 대한민국 경제올림피아드' 공모전 당선작을 아래와 같이 선정했습니다. 금융경시대회와 경제신춘문예의 대상 당선자에게는 각각 금융위원장상과 상금 700만원이 수여됩니다. 우수상에는 상금 200만원, 가작에는 상금 100만원이 각각 지급됩니다. 당선작은 2011년 1월1일 머니투데이 신문과 홈페이지에 게재됩니다. 시상식은 2011년 1월17일(월)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열립니다. 당선자께서 시상식에 참석해 상장과 상금을 수상하시기 바랍니다. 응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내년 12월에 제7회 경제올림피아드 공모가 이뤄질 예정이니 내년에도 많은 성원과 응모 부탁드립니다. 2010 경제올림피아드 심사결과 ◇경제신춘문예 △대상=아버지의 여로(임성간, 단편소설) △우수상2편=반가운 까치집 외 1편(박혜란, 시), 치킨전쟁(최재민, 단편소설) △가작=엄마 카드, 아빠 담배(이준
이제 막 해가 떠올랐다. 오늘도 대한읍 노가네 본점 앞에는 꽤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다. 노가네가 프라이드 치킨을 한 마리당 5천원에 판매한다고 붙여둔 광고전단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조기축구를 끝내고 지나가던 한 무리의 사내들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다 한마디씩 던졌다. “저거 말이여. 대통치킨, 저거 5천원이라고 하던 디. 저거 하나 사겠다고 이른 댓바람부터 줄서있는 거보면 참 놀라워.” “맞구먼. 하여튼 대한읍 사람들 참말 대단들혀. 닭 한 마리 사겠다고 저리들 공을 들이니.” “그나저나 노가네가 저렇게 닭을 싸게 팔면 우리 대한읍 닭장사들은 다 어찌 되는 겨. 다 망하는 거 아닌 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노가네가 온 마을에 다 있는 것도 아니고, 배달도 안 해준다고 하던데. 뭐 며칠 반짝하다 말겠지.” “그렇게 생각할 건 아니구만유. 만약에 말이유. 싸다면 무조건 달려드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다 노가네서 닭을 사먹어버리면 지금 대한읍에서 닭집 하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