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춘문예 심사평, 대상 '아버지의 여로'
예년에 비해 응모편수도 월등하게 많아졌고, 작품의 질도 월등하게 높아졌다. 특히 산문부문 중에서도 소설부문의 응모작 수도 급격히 늘었고, 작품의 질도 아주 높았다.
우선 골라낸 작품이 <아버지의 여로>와 <치킨전쟁>이었다. <아버지의 여로>는 외국과의 무역과 공사현장을 누비던 아버지의 발자취를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가 든 아들이 뒤를 따라가 본다. 젊은 시절 아버지는 중동 사막 한가운데 도로에서 우연히 현지의 귀족 처자를 만나게 되고, 기약 없이 헤어진 다음 아주 오래 시간이 흘러 업계에서 은퇴한 뒤 그 여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다시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역업에 종사하는 아들이 아버지가 현직에 있을 때 남긴 여러 권의 다이어리를 바탕으로 아버지의 여로를 따라간다. 그러면서 가장 외로운 시절의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으로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심사위원들은 공히 대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또 한편의 소설 <치킨전쟁>은 이미 제목이 암시하듯 작품 공모 이후 발 빠르게 쓴 일종의 세태소설이다. 세태소설엔 풍자와 해학이 함께 섞여야 제맛인데, 풍자도 해학도 일품이다. 특히 소설 중간에 ‘님의 침묵’을 패러디한 ‘닭은 침묵’은 이 작품이 세태소설로 가지고 있는 풍자와 해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가벼워도 그냥 가볍지만 않은 것이다. 우수상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또 한편의 가작은 동화부문에서 나왔다. <엄마카드, 아빠 담배>는 아이 앞에서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카드와 담배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것을 어린 아이 시선으로 보여준다. 이야기 중간에 아이에게 유치원에 카드 심부름시키는 모습이 걸리긴 했지만, 카드를 요술방망이처럼 여기는 아이들의 시선이 결국 어른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동화라 여겨 한군데 무리한 설정을 감안하고도 가작으로 올렸다.
시 부문에서도 예년에 비해 작품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올해도 여전히 돈, 밥, 통장, 실업 과 같은 소재로 쓴 시들이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 우울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신화적 상상력이 활달했던 권병연씨의 <돈의 족보>, 노동에 지친 아버지를 동화처럼 그려낸 강지혜씨의 <아빠의 생일>, “탱탱한 신맛”을 상큼하게 표현해낸 정영희씨의 <방울토마토>, 호흡과 구성 모두 뛰어난 이 명씨의 <울란바토르에서 새는 홑받침으로 운다>, “누군가는 날물이 되고 누군가는 들물로 스며드는 골목”과 사람들을 노래한 양우정씨의 <소금꽃>, 백수 삼촌을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반가운 까치집>과 마른 오징어로부터 생의 깊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오징어의 生> 등을 출품한 박혜란씨의 작품들이 차별적으로 돋보였다.
이 시인들은 모두 비록 시의 소재가 어둡더라도 밝고 따뜻한 시선을 통해 시적으로 승화 시키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합 중에 출품작 모두 고른 수준을 보여준 박혜란씨의 작품을 우수작으로 뽑고 다른 분들은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박혜란씨는 인간이나 사물에 대해 깊이 있는 관찰로 시적 깊이를 더할 줄 아는 시인의 눈을 갖고 있다. 정진해 훌륭한 시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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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이순원(소설가), 이희주(시인), 홍찬선(머니투데이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