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안다리걸기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씨름에서 상대의 바깥다리뿐 아니라 안다리도 걸어 넘어뜨리듯 1탄에서 못다 파헤친 잘못된 우리말을 바로잡아 보자는 취지입니다. 2탄에선 1탄의 맞춤법에 이어 무심코 잘못 쓰는 어휘와 문장이 없도록! 우리말의 원리를 쉽고 흥미롭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씨름에서 상대의 바깥다리뿐 아니라 안다리도 걸어 넘어뜨리듯 1탄에서 못다 파헤친 잘못된 우리말을 바로잡아 보자는 취지입니다. 2탄에선 1탄의 맞춤법에 이어 무심코 잘못 쓰는 어휘와 문장이 없도록! 우리말의 원리를 쉽고 흥미롭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총 77 건
지난 21일 MBC '진짜사나이'의 자막 사고로 인터넷이 시끄러웠습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다현이 입소를 앞두고 신상명세서를 쓰는 장면이었는데요. 1998년생인 그의 어린 나이를 강조하려던 것일까요? 자막은 이랬습니다. '향년 19세!' 향년이란 삶을 '향'유한 나이를 뜻합니다. 사망한 사람에게 쓰는 말이죠. 위 상황이라면 '방년'(꽃다운 나이, 20세 전후를 가리킴)이 어울립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이는 우리를 참 숙연하게 합니다. 그래서 말하기도 조심스러운데요. 우리가 쓰는 말 중엔 이것과 관련해서만 쓰는 표현도 있습니다. 때론 그 뜻을 정확히 모르고 쓰다가 실수하기도 하는데요. 다음도 그러한 예입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고요. 명복을 빕니다." 명복은 저승에서 받는 복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새해 인사하듯이 산 사람에게 썼다간 큰일 나겠죠. 다음 표현들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일기(一期)는 살아 누린 기간을 말합니다. 향년은 '향년 ○○세'와 같이 쓰고, 이 말은
'애, 비견, 슬하, 오금, 부아, 초미, 구설수, 미주알'을 위에서 아래 순서대로 나열하라. 몇 해 전 한 의과대학 시험에 나온 문제입니다. 순서는 둘째 치고 각 단어가 무슨 뜻인지 이해되시나요?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위 단어들은 신체를 나타내는 말인데요. '애가 타다' '오금이 저리다'처럼 관용 표현으로 쓰이죠. 이처럼 우리말에는 신체에 비유한 관용 표현이 많은데도 뜻을 잘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어떤 표현들이 있을까요. 먼저 "애타는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처럼 쓰는 '애가 탄다'는 창자·쓸개가 탄다는 의미인데요. 속이 매우 타들어가 안타깝고 초조함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한국 제품 수준이 선진국과 비견할 만큼 높아졌다"에서 '비견'(比肩)은 실력이 비슷하다는 뜻으로 '견'은 어깨를 말하죠. 따라서 '비견하다'는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입니다. 애가 둘이라는 표현을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다"고 하는데요. 슬하(膝下)는 '무릎 아래'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최근 남북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지난 10일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했고, 북측은 우리 측 인원의 추방과 자산동결로 맞대응했습니다. 인터넷에는 여기서 '동결'이 어떤 말인지 궁금해 하는 목소리가 있는데요. 무슨 뜻일까요? 동결이란 말 자체로는 '얼어붙다', '얼어붙게 하다'를 뜻합니다. 냉장고의 반쪽인 냉동실에도 얼린다는 뜻의 '동'이 들어있고, 언 음식을 녹인다는 말인 해동도 마찬가지지요. 강추위로 손발에 손상을 입으면 동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자동차 엔진이 어는 것을 막기 위해 넣는 건 부동액이죠. '동결'이란 말은 우선 건조과일 식품이나 라면 건더기수프 등에서 볼 수 있는데요. 포장지에 보면 동결 건조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음식물을 얼린 뒤 수분을 날려 원래의 상태를 거의 유지하면서 보존 기간도 늘리는 방법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동결이란 말은 경제 분야에서도 쓰입니다. 앞서 본 자산 동결은 말 그대로는 자산을 얼어붙게 한다, 곧 자산이 이
# 일가친척이 모인 설날 아침입니다. 얼마 전 결혼한 도련님과 만난 박모씨. "도련님, 신혼생활 재밌어요?"라고 했더니 남편이 툭 치며 조용히 말합니다. "결혼했으니 이제 서방님이라고 해야지." 이건 무슨 말인가요. 나한테 서방님은 남편밖에 없는데…. # 복잡하지만 북적한 게 명절의 맛이죠. 화기애애한 저녁시간. 반찬 더 가져오라는 아버지 말씀에 부엌에 들어간 김모씨. 순간 말문이 턱 막힙니다. '아버지 남동생의 아들의 아내'가 있는 게 아닌가요. 쭈뼛거리다 "여기… 반찬 좀 더 주세요!”라고 말한 뒤 부엌을 얼른 나옵니다.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을 '호칭'. 만날 일 없는 평소에는 전혀 문제없지만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 모이는 명절만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게다가 결혼해 시댁·처가까지 생기면 더 복잡합니다. 그냥저냥 존댓말만 써서 넘어가면 다행이련만 어른들 눈치가 보일 때면 '뭐라고 불러야 하나'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할 뿐 진땀이 흐릅니다. 오늘은 '까치 까치 설날'. 헷갈리는 '
최근 개인 사정으로 연예인 정형돈이 방송을 쉬고 있는데요. 연초 한 프로그램은 그를 대신해 소녀시대 써니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써니는 방송에서 정형돈을 "(자신에게) 눈□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는데요. "떼면 또 생기고 또 생긴다"는 재치있는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가 붙은 저것은 매일같이 우리가 접하는 물질인데요. '눈곱'입니다. 발음만 생각하면 '꼽'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곱'이란 지방이 엉겨 굳은 것, 고름 모양 물질을 뜻합니다. 눈에 끼는 이것도 곱이라고 부릅니다. 자주 쓰는 말은 아니지만 손발톱에 낀 때를 가리켜 손곱, 발곱이라고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에도 같은 말이 들어 있는데요. '꼽창(×)' 아닌 '곱창'이 그것입니다. 풀어 설명하면 곱이 낀 창자입니다. 눈곱처럼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말 중엔 '눈살'도 있습니다. 눈살은 두 '눈'썹 사이에 잡히는 '살'의 주름을 뜻하는데요. 주름살을 주름쌀(×)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눈살
며칠간 제주도가 떠들썩했습니다. 32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과 최강 한파로 하늘길이 막혀버렸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옴짝달싹 못하게 된 수만명의 관광객은 공항 대기실 바닥에서 종이박스와 신문지를 깔고 지내는 등 졸지에 '공항 노숙자' 신세가 됐는데요. 어제 낮부터 비행기가 운항돼 다행이지만, 공항에서 대기 중인 승객들이 제주도를 빠져나가는 데만 사나흘 걸린다고 하니 아직 끝난 게 아니네요. 사람들이 많은 공항이나 지하철, 공원 등에서 잠자는 사람을 '노숙자'라고 하죠. 꽤 익숙하고 자주 쓰는 단어인데요. 이 단어의 '노'가 무슨 한자를 사용하는지 아시나요? 당연히 '길 로(路)!'라고 외치실 텐데요. 정답은 '이슬 로(露)'입니다. (로숙자가 아닌 노숙자인 이유는 ㄹ이 첫소리인 한자어는 ㄴ으로 발음되는 두음법칙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노숙자는 '이슬을 맞으며 잠을 자는 사람'인가 궁금해집니다. 뜻풀이만 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네요. 여기서 '로'(露)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한 야구 기사의 인기 댓글. 기사 내용과 아이디가 잘 맞아떨어져서인지 찬성 수도 많았는데요. 그 아래 달린 댓글의 댓글 내용은 좀 딴판이었습니다. 잘못 쓴 단어를 지적하고 있었는데요. 원 댓글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드디어 내 아이디가 빛을 바란다." 내용상 아이디가 빛을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니 분명 잘못 쓰이긴 했습니다. 맞게 쓰자면 '빛을 발한다'겠죠.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이런 실수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여기서 '발한다'는 내뿜는다로 바꿀 수 있는데요. '발'은 피거나, 생기거나, 쏘는 상황에서 쓰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발'이 들어간 낱말이 꽤 많습니다. 사격이나 양궁에서 많이 듣게 되는 '발사'도 그 중 하나인데요. 쏜 총알과 화살의 개수는 아예 한 '발', 두 '발' 식으로 셉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는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동시다발'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물이 마를 때엔 '증발'한다고 하지요. 액체가 기체로 되며
"유명인 ○○○가 묘령의 여인과 찍힌 사진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과년한 미혼 여성의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서울 ○○구가 나섰다." "방년 25세 나이에 미국 최연소 억만장자 CEO로 등극했다." '묘령' '방년' '과년'. 기사를 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말들인데요. 여성의 나이를 말하는 것은 아는데 정확히 몇 살을 의미할까요? 묘령(妙齡)은 묘할 묘(妙)자 때문인지 묘한 나이, 즉 나이를 알 수 없다는 뜻으로 생각되는데요. '20세 안팎의 여자 나이'를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누구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이라는 의미로 쓰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방년(芳年) 역시 '20세를 전후한 여성'을 말합니다. 꽃다울 방(芳)자가 들어간 만큼 한창 젊고 꽃다운 나이임을 알 수 있죠. 그럼 과년은 언제일까요. 사극드라마 등을 통해 "과년한 딸자식이 있습니다"라는 말 들어보셨죠? 과년(瓜年)은 결혼 적령기, 16세를 말하는데요. 요즘과는 다르지만 예전에는 16세 정
실내에 계신가요? □□이 높으면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데요. 네모에 들어갈 말은 '천장'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쓸 때마다 천장이 맞는지 천정(×)이 맞는지 헷갈리곤 하는데요. 사전에는 천장을 맞는 말로, 천정은 천장을 잘못 쓴 말로 설명합니다. 천장이란 하늘을 가리는 '장'벽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흔히 쓰는 장벽, 장애, 고장 등 낱말에도 같은 뜻을 담은 '장'이 들어 있습니다. 병명 중에도 백내장과 녹내장에 '장'이 있지요. 백내장은 눈의 수정체가 뿌옇게(단어에선 '백'색으로 표현) 변해 흐려져 보는 데 '장'애가 생긴 병을 말합니다. 녹내장은 안압 등의 이유로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에 문제가 생기는 병입니다. 단어에 녹색이 들어간 것은 고대 그리스의 표현에서 유래됐다는데요. 급성 녹내장의 영향으로 눈이 푸른 빛으로 보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어? 그런데 사전을 뒤지다보니 어색한 단어가 눈에 띕니다. 천정부지. 전셋값이나 프로야구 선수들 '몸값'
달력을 보니 올 한해도 이틀밖에 안 남았네요.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와 거리 곳곳에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만 을미년이 아쉬운 듯 절정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인 이때를 세밑, 구랍이라고들 하죠. 이맘때면 자주 듣는 말인데 '연말'이라는 것만 명확할 뿐 구분을 하자니 애매합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세밑의 '세'(歲)는 한자로 해를 뜻합니다. 나이를 셀 때 40세, 50세라고 하는 걸 떠올리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밑'은 물체의 아래나 아래쪽을 말하는 순우리말입니다. 따라서 세밑은 '한 해의 밑, 한 해의 마지막, 한 해의 끝'이란 뜻으로 연말을 의미합니다. 같은 뜻으로 '세모'(歲暮)도 있는데요. '해(歲)가 저문다(暮)'는 뜻으로, 해가 끝날 무렵이나 설을 앞둔 섣달그믐(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일컫습니다. 하지만 세모는 일본식 한자여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세밑으로 순화해 쓸 것을 권장합니다. 그럼 구랍(舊臘)은 언제일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구랍의 '구
강아지와 함께 사는 분들은 익숙한 말일 텐데요. 심장사상충. 개의 심장·폐동맥 등에 살 수 있는 기생충인데요. 생명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예방약을 먹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상충'은 말뜻이 뭘까요? 풀어서 보면 '실 모양 벌레'가 되는데요. 사상충을 실벌레라고도 합니다. 기다란 모양을 보니 이름이 이해가 가네요. 오늘은 실과 관련된 낱말들을 모아 봤습니다. 한자 중 실을 뜻하는 '사(絲)'가 들어간 말들인데요. 우선 익숙한 말 '철사'가 있습니다. 저도 별 생각 없이 썼지만 뜻을 풀자면 '쇠로 된 실'이 됩니다. 아마 이것에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이 실처럼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나사'에도 같은 말이 들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뜻을 옮기면 '소라 껍데기처럼 생긴 실'이 되는데요. 나사의 모양을 생각해 보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조금은 이해됩니다. 참고로 소라 껍데기처럼 빙빙 감아 돌듯이 솟은 모양을 '나'선형이라고 합니다. 요즈음 베개를
"와~ 함박눈이닷!!" 정신없이 바쁜 출근길,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아침부터 웬 함박눈이야. 조금만 더 늦게 오지." 한가할 때 오는 눈이야 낭만적이라지만, 갈 길 바쁜데 느닷없이 내리는 눈은 낭패입니다. 눈길을 어떻게 걸어가나, 택시를 탈까 고민 중인데 아이는 마냥 신났습니다. "엄마엄마~ 함박눈 오니까 너무 좋다. 나 함박스테이크 먹고 싶어졌어." 짜증이 밀려오려던 찰나, 아이의 생뚱맞은 말에 웃음이 터집니다. "함박눈이랑 함박스테이크랑 둘 다 함박이 들어갔잖아. 같은 말이지? 동글동글 통통하고…" 둘 다 '함박'이 들어가서 아이는 같은 말로 느껴졌나 봅니다. 하긴 '동글동글 통통'은 그럴 듯도 하네요. 하지만 글자가 같다고 뜻도 같은 건 아니죠. '함박'의 어원 알아볼까요? '함박'은 함지박과 같은 말로, 통나무 속을 파서 큰 바가지같이 만든 그릇을 말하는데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함박은 '벌어진 입이 매우 크다'는 뜻으로 함박꽃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굵고 탐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