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의 그 나라
세계 각국의 정치, 사회, 문화 이슈를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시리아 내전, 북유럽의 차별, 아시아 민주주의, 국제적 오해 등 다양한 시각으로 글로벌 현안을 분석해 독자에게 새로운 통찰을 전합니다.
세계 각국의 정치, 사회, 문화 이슈를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시리아 내전, 북유럽의 차별, 아시아 민주주의, 국제적 오해 등 다양한 시각으로 글로벌 현안을 분석해 독자에게 새로운 통찰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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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말했다. "중동은 다양한 민족, 종교, 종파로 구성돼있다"고. 그리고 그는 "그 가운데서도 시리아에는 그러한 다양성이 특히 높다"며 "시리아는 중동 세계의 활성단층"이라고 설명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어 "당신이 이것을 갖고 놀고자 한다면,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시리아에서는 모든 게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그를 전복하고자하거나 그를 타깃으로 삼고자 한다면, 아사드 대통령이 아니라 시리아와 그 주변 지역 사회의 구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였다. 2011년 12월, 아사드 대통령이 미국 ABC TV와의 인터뷰에서 한 이 같은 발언은 이후 시리아에서 복잡하게 전개된 일련의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2011년 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아랍의 봄'이라는 바람이 불어왔다. 튀니지를 시작으로 알제리·이집트·요르단·바레인·예멘·쿠웨이트·이라크·수단 등에서 연달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SNS(사회연
"앗살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السلام عليكم)" "دمشق (시리아)·دِمَشقُ (다마스쿠스)·مملكة تدمر (팔미라)…" 한창 아랍어를 열심히 공부하던 때의 이야기다. 대학수학능력평가 제2외국어 영역에서 아랍어를 선택한 뒤 기쁜 마음으로 공부에 임했다. 명목상은 높은 표준점수를 얻기 위해서였지만, 머리 아픈 수리 영역 공부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 나아가 아랍어 공부는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이란 상상의 나래를 펼칠 기회를 줬다. '이제 곧 대학생이 된다… 배낭여행으로 아랍어권 국가 중 어디를 가볼까?' 하
핀란드인 친구와 함께 강이 보이는 바에 앉아 휴식하던 중,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휴대폰으로 뉴스를 봤다. ''취업 성차별' 여전…여성 구직자 10명 중 7명, 구직시 불이익 경험'이란 제목의 기사가 보였다. 문득 옆에 앉아있던 친구에게 "너네 나라에서도 이런 기사 본 적 있어?"라고 묻자 그는 "아니"라고 답하며 웃었다.(☞"가진 건 언 땅 뿐"… 맨손으로 선진국 된 나라 [이재은의 그 나라, 핀란드 그리고 차별 ①] 참고) 문득 '어이없는 걸 물었나' 싶었다. 그런데 내가 "그래, 핀란드는 성평등 국가니까"라고 말하자 그가 "성차별 없는 나라가 어디있냐"면서 "핀란드에도 성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 세계 성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17)에 따르면 핀란드는 세계 3위(성 격차 지수 0.823)로, 1위 아이슬랜드(0.878), 2위 노르웨이(0.830) 등 북유럽 이웃 국가들과 함께 최상위권인데 이
"진짜 대단하다." 서울 을지로 근처에서 만나 함께 막걸리를 마시러 가던 길, 친구가 입을 열었다. 핀란드인인 친구는 내내 빌딩으로 가득한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어떻게 이렇게 야경이 멋지지. 진짜 대단한 나라야." 그가 한국의 발전상에 감명받아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지 딱 일주일 됐을 때였다. 그가 한국을 오기 전부터 우리의 대화 주제는 언제나 '한국과 핀란드 중 어느 나라가 더 대단한가'였다. 한국인인 나는 "교육 강국, 복지국가 핀란드가 최고다"라고 치켜세웠고, 그럴 때면 그는 "핀란드의 이미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홍보됐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고 답해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곤 했다. 물론 그 뒤에 자국에 대한 자아비판(내가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높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1위다"라고 말하면 그는 "핀란드의 청년 실업률이 최고다" "핀란드의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 1위다"라는 식)도 뒤따라왔지만. 내가 아무리 핀란드를 추켜세워도 그는 절대로
내가 볼 때 나의 페루비안(Peruvian·페루인) 친구는 전형적인 리무진 진보주의자(limousine liberals·한국식으로는 '강남좌파')였다. 그는 집이 유복해 미국 명문대에서 유학중이었는데 그럼에도 빈민·소수인종·여성 등 비주류세력의 권익 증진에 관심이 많았고 본인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그는 권위주의적 독재 정권을 증오하는 반(反) 후지모리주의자(후지모리 지지자)였다. (☞ 페루에는 예언자가 산다… "박근혜, 대통령 된다" [이재은의 그 나라, 페루 그리고 박근혜 ①] 참고) 친구는 게이코 후지모리가 끝내 페루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게이코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피와 사상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반여성주의자야. 뭐, 그래서 지지자가 많긴 하니까 대통령은 되겠지… 게이코가 당선되면 페루 민주주의와 여성인권은 크게 후퇴할 걸." 친구와 대화를 한창 나눈 2012년 9월은 우리나라도 제18대 대선
"이번 대선(제 18대 대통령 선거·선거일 2012년 12월19일)에서 누가 뽑힐 것 같아?" 2012년 9월, 아직은 더운 날이었다. 페루비안(Peruvian·페루인) 친구가 함께 비빔밥을 먹던 내게 질문을 던졌다. 페루를 떠나 미국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던 친구였기 때문에 '이런 이슈에 꽤 관심이 있구나' 싶었다. 친절하게 "지금 박빙의 두 후보가 있어.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랑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 근소하게 박 후보가 지지율이 높은 것 같긴 한데, 뚜껑은 열어 봐야 알지"라고 설명해줬다. 그런데 그 뒤 이어진 말들은 예상을 깨는 이야기었다. 친구는 환히 웃으며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거야. 장담할 수 있어"라고 답했다. '한국 근대사를 잘 모를 수 있겠군'하는 생각이 들어 반박했다. "물론 박 후보가 될 수는 있는데… 박 후보에 대해선 과거사 공격이 끊이질 않아. 아버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인데, 독재자란 비판을 받고 있고 박 후보도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수차례 한 적 있거
싱가포르를 비롯 동남아권 친구들은 약속이 있으면 본인 친구나 친구의 친구를 데리고 오는 일이 잦았다. 함께 쇼핑이나 식사, 혹은 페스티벌을 가기로 한 약속이 있으면 세 명에 불과했던 당초의 약속인원은 금세 10명이 넘는 대인원으로 늘곤 했다. '내 친구가 곧 너의 친구'이며 '여러 명이 함께 하면 더 즐겁다'는 인식 때문이었는데 덕택에 많은 수의 싱가포르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중국계였는데, 간혹 말레이계 친구나 인도계 친구가 올 때는 습관처럼 이들이 먹지 않는 재료(돼지고기·소고기 등)를 빼고 식사를 주문했다. 싱가포르가 중국계 74.3% 말레이계 13.3% 인도계 9.1% 기타 3.3%로 구성된 다인종국가인 만큼, 다문화에 익숙한 듯 보였다. 그만큼 치킨 라이스는 좋은 선택지였다.(☞싱가포르판 '김치 논쟁'?… "치킨라이스는 내거야" [이재은의 그 나라, 싱가포르 그리고 치킨라이스 ①] 참고) 그런데 중국계 싱가포르인 친구들은
여유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언제나 음식이다. 떡볶이, 알탕, 제육볶음, 김치찌개…. 문턱이 닳도록 한식당을 찾아다니던 내게 싱가포르인 친구들은 한식에만 국한하지 말고 음식 저변을 좀 넓혀보라며 자국 음식 '치킨 라이스'를 파는 곳으로 데려갔다. 치킨라이스는 하얗게 삶아낸 닭고기에 데친 숙주, 밥, 그리고 국물이 나오는 일종의 정식이다. 평범한 겉모습처럼 맛도 그저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한 입 먹자마자 의심은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육즙이 가득한 닭고기에 데친 숙주를 올리고 알싸한 고추소스와 간장을 찍어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았다. 닭고기 식감이 사라지기 전 서둘러 판단잎·생강 향이 가득한 밥을 입에 밀어 넣고, 거기에 삼계탕 국물처럼 걸죽한 닭국물까지 머금으니 맛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이후 우울할 때마다 싱가포르인 친구들이 알려준 '파파리치'(치킨라이스 전문 프랜차이즈, 동남아시아·호주·뉴질랜드 등지에 여러 지점이 있다)를 찾았고, 타국 친구들을 만날
대만인 친구들은 대개 친절했고 우호적이었으며 마음이 따뜻했다. 이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또 한 차례 의문을 품게된 일이 생겼다.(☞[이재은의 그 나라, 대만 그리고 반한감정 ①] 참고) 대만인을 남자친구로 둔 홍콩계 캐나다인 친구와 밤을 새며 놀던 중, 그가 갑자기 내게 한 질문 때문이다. 친구는 내게 "늘 궁금한 게 있었는데… 정말 한국인들은 공자(孔子)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내가 아는 유교 사상가 공자가 아닌가 싶어 몇번을 되물었으나, 그 공자를 가리키는 게 맞았다. 내가 "한국인 중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더니, 이번에는 "그럼 한자(漢子)도 한국인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냐"면서 "(대만인) 남자친구가 한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설명해줬다"는 것이다. 설마 다른 대만인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싶어 친구들과 놀 때 이야기를 꺼내봤다. 그런데 내가 "혹시 이런 얘기 들어봤어? 진짜 황당해서…"라고 입을 떼니, 친구들이
몇 년 전 호주에 있었을 때 대만(臺灣)인 친구들과는 유독 친해지기 쉬웠다. 아무래도 같은 아시안끼리 공유하는 정서가 유사한 데다, 친구들이 한류 덕택인지 K-Pop가수나 드라마를 많이 알고 있어 말도 잘 통했기 때문이다. 몇몇 친구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도 했다. 매일 같이 대만인 친구들과 가라오케(노래방), 한국 음식점, 대만 디저트점 등을 다니며 즐겁게 보냈다. 이때 친구들과 그래스젤리, 타로 떡 등이 들어간 대만식 바오빙을 자주 먹었는데, 그 매력에 빠져 지금도 가끔 찾아다니곤 한다. 그런데 웃음 가득한 대화를 나누다가도, 순간순간 친구들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이것이다. 하루는 한국식 분식집을 갔는데, 함께 김밥을 먹다가 "일본에도 김밥과 유사한 음식이 있다" "원조는 어디 것일까"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대만인 친구 세 명이 내게 "너는 어떻게 생각해" 묻기에 내가 "김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것 같아. 일본 노리마끼에서 유래됐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먼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무슬림 난민·이민자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연일 사회면에 '예멘 난민' 문제가 보도됐고, '제주 예멘 난민 수용 반대' 국민청원에는 총 71만4875명이 동의해 역대 가장 많은 참여 인원을 기록했다. 청와대도 공식 답변했다. 답변자로 나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청원에 나타난 국민들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국제적 위상과 국익에 미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또 "허위난민을 막기 위해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 심사를 강화할 것이며, 난민으로 인정될 경우 우리 법질서와 문화에 대한 사회통합 교육을 의무화해 정착을 지원·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곧바로 인권 단체들은 난민신청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며 '인종주의적'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문제를 차치하고, 가장 우려스런 대목은 '사회통합 교육'이다. 이슬람 국가인
수년 전 여름, 한창 멋 부리기에 관심 많던 때의 이야기다. SPA 브랜드 숍에서 산 예수 성화 팔찌를 왼팔에 끼고, 오른팔엔 불교식 염주를 찼다. 그때나 지금이나 특정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그냥 예뻐서 구입했고, 예뻐서 착용했다. 젤네일도 받고 양 팔에 찬 팔찌까지 예뻐서 맘에 들던 찰나, 친하게 지내던 프랑스인 친구가 내 심기를 건드렸다. "한국에선 이런 팔찌를 다들 차나? 종교 국가인가? 아무튼 특이하네"라는 것이다. 당황한 내가 "음, 무교인데 그냥 예뻐서 찼어"라고 답하자 그는 깜짝 놀라면서 "굳이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한다고? 새롭네"라고 답했다. 이 일은 내 뇌리에 한참 남았다. '뭐가 특이하지? 착용할 의무가 없는데 '굳이' (사회적 편견 감내하며) 착용한다는 식의 발언은 왜 나온 거지? 프랑스도 가톨릭 성향이 강한 나라 아니었나' 등의 생각을 하며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프랑스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2011년 4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이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