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O
국제정세, 경제, 기술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흐름을 전달합니다.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쉽게 풀어내 독자들이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국제정세, 경제, 기술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흐름을 전달합니다.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쉽게 풀어내 독자들이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총 683 건
보병에게 좋았던 시대는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특히 비참하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양측 드론이 만들어낸 '킬존' 안에서는, 자신이 치명적인 비디오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지난 2월, 도네츠크의 도시 미르노흐라드에 아직 남아 있던 소수의 전우들과 합류하려 했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은밀히 숨어 있는 조종사들이 운용하는 러시아 드론 때문에 차량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숲을 통해 조심스럽게 잠입해야 했다. 그 과정에는 몇 주가 걸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 후유증은 수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 전선에서 돌아온 병사들은 전투지역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도 창문을 가리고 불빛을 어둡게 유지한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과잉경계와 과잉각성 상태에 갇힌 채, 드론 소리만 들어도 공포와 무력감을 느낀다. 그들은 걸어가면서도 위를 올려다본다. 미르노흐라드를 둘러싼 전투가 지리하게 이어지는 동안, 또 다른 강대국의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이란을 마음대로 폭격하고 있었다.
헬렌 마틴은 자신의 여행사 고객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며칠 밤을 보내고 말레이시아 랑카위로 향하는 2027년 초 일정의 꿈같은 신혼여행을 막 예약한 참이었다. 그리곤 이란 전쟁이 터졌다. 치솟는 항공유 비용이 업계 전반의 항공권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일정은 축소되었다. 이제 그 행복한 커플의 여행 계획은 보류 상태다. "고객분께서는 가격이 내리는지 두고보고 싶어하십니다. " 영국 소재 트래블카운슬러 소속 상담원인 마틴은 말한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호화로운 여행부터 저렴한 유럽 주말 휴가에 이르기까지, 항공권 가격 상승은 호황을 누리던 글로벌 여행 시장의 기세를 꺾을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아주 많이 들어요. " 마틴은 덧붙였다. "사람들은 기대치를 낮추거나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낮아진 상대적 비용 덕분에 과거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었던 항공 여행은 서양의 대부분 가정이 이제 1년에 최소 한 번은 휴가철 비행을 기대할 정도로 흔한 것이 되었다.
내항(內港)을 둘러싼 방어 네트가 열리자 검은 지느러미를 가진 포식자가 미끄러지듯 빠져나온다. 몇 분 뒤 열린 바다에 도달한 그것은 크게 숨을 내쉰 뒤 열대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춘다. 괌의 아프라항을 출항한 미 해군 애너폴리스 함은 바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로, 태평양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와 조용하지만 점점 격화되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군함은 시끄럽다. 트럭처럼 굉음을 내며 움직인다. 그러나 핵추진 공격잠수함은 다르다. 테슬라 차량처럼 낮게 윙윙거릴 뿐이다. 수개월 동안 애너폴리스 함 승조원 145명(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여성은 1명이었다)은 인공 조명과 재활용 공기로 가득한 초현실적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외부와 거의 단절된 채, 창문 없는 우주선처럼 숨 막히는 암흑 속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핵추진 덕분에 항해를 제한하는 주요 요소는 연료도, 공기도, 담수도 아니다. 식량이다. 이 같은 공학의 경이로움은 그래서 과적된 캠핑카처럼 출항한다. 바나나는 배관에 매달려 있고, 땅콩버터 병은 좌석 쿠션 틈 사이에 쑤셔 넣어진다.
준 잠비하는 전형적인 '악바리'였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많은 이들처럼 그는 비공식적인 기업가로서 옷을 팔았고, 2018년 그의 수입은 심하게 요동쳤다. 어느 때는 한 달에 400달러(56만 원)를 벌다가 다음 달에는 60달러(8만 원)를 버는 식이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저축하거나, 돈을 빌리거나, 다음 주 이후의 어떤 일에도 전념하기 어렵게 만들어 계획을 세우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일자리의 80% 이상이 비공식적인 케냐에서는 치열하게 닥치는대로 일하는 것이 유일한 옵션이었다. 준은 나의 회사 와소코(Wasoko)에 텔레세일즈 상담원으로 합류했다. 와소코는 소규모 상점과 대규모 제조업체를 연결하는 B2B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그의 초봉은 옷을 팔아 가장 많이 벌었던 달보다 적었지만 처음으로 예측 가능해졌다. 그는 다음 달과 그다음 달에 자신의 계좌에 얼마가 들어올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승 궤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경력이 성장할 수 있었다. 와소코에 합류한 것은 준에게 월급뿐만 아니라 경력을 주었다.
집산주의의 모범이었던 스웨덴이 거친 개인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스웨덴은 국영 병원, 학교, 요양원을 통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삶을 관리하는 고세금, 고지출 정부의 대명사였다. 더는 그렇지 않다. 인구 1100만의 북유럽 국가 스웨덴은 조용히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 오늘날 1차 의료 기관의 거의 절반이 민영이며 그중 다수는 사모펀드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3분의1이 사립인데 이는 2011년의 20%에서 증가한 수치이다. 사학법인들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스웨덴의 경험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선진국에게 좋든 나쁘든 교훈을 준다. 미국에서는 뉴욕시의 조란 맘다니 시장이 보편적 보육 및 시영市營 상점과 같은 스웨덴식 국가중심 모델의 일부를 모방하고자 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변신은 스웨덴이 최근 몇 년간 소수의 산업화 국가만이 해낸 일, 바로 국가의 규모를 줄이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정부가 세금을 대폭 인하할 수 있게 했으며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기업가 정신과 경제 성장의 급증을 촉발했다.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인구학적 대격변은 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욱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195개국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나라에서 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 수는 이민 없이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 2. 1명 아래로 떨어졌다. 66개국에서는 평균 출생아 수가 이제 2명보다 1명에 더 가까워졌다.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 한 명이 낳는 가장 일반적인 자녀 수가 0명이다. 출산율 하락의 속도와 범위 모두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유엔은 2023년 한국의 출생아 수가 3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실제 수치인 23만 명보다 50%나 과대 추정한 것이었다. 고소득국과 중간소득국들은 이미 반세기 넘게 인구 감소 문제와 씨름해 왔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 현상은 눈에 띄게 가속화됐다. 인구 기록부터 구글 검색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출산율 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최근의 급락은 기술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인민당(BJP) 사무실 밖 콜카타 거리의 보도는 당의 상징색인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지지자들은 인도에 남아 있던 마지막 야권 거점 가운데 하나를 함락한 것을 축하하며 사프란색 가루를 거리 곳곳에 뿌렸다. "이제 이것이 벵골의 색입니다. " 서벵골주에서 종교 소수자 담당 조직을 이끄는 55세의 무슬림 BJP 관계자 알리 하산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벵골 없이는 BJP도 완성되지 않았다. 이제 모디는 벵골을 '황금의 벵골'로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 지역의 과거 영광을 언급한 표현이다. 이번 선거는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 가운데 하나를 최근 이어진 BJP의 지방선거 승리 행렬에 추가했다. 이는 불과 2년 전 의회 과반을 잃었던 모디 총리와 그의 정당이 이뤄낸 놀라운 회복을 보여준다. 이제 BJP는 북부와 서부라는 전통적 기반을 넘어선 지역에서도 승리를 거두고 있으며, 모디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런던 채텀하우스의 인도 전문가 치에티그즈 바즈파이는 "2024년 선거 결과만을 보고 모디와 BJP를 퇴조했다고 평가한 것은 성급했다"고 말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2007년 영화 의 결말에서, 이제는 나이들고 크로이소스 왕보다 부유한 석유 재벌 다니엘 플레인뷰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일라이 선데이 목사(폴 다노)를 볼링핀으로 쳐죽인다. 플레인뷰가 부를 일구던 결정적 시기에 숙적으로 맞섰던 일라이는 한때 플레인뷰가 탐냈던 유전 지대를 팔기 위해 그를 찾아왔다. 그러나 플레인뷰는 이제 그 땅이 필요 없다. 플레인뷰가 현대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독백으로 설명하는데, 인근 부지에서 시추해 그 땅 아래 매장된 석유를 이미 모조리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마치 빨대로 밀크세이크를 빨아 들이키듯이. 절박한 일라이는 돈을 빌려달라고 애원하지만, 플레인뷰는 볼링장 안 여기저기로 그를 몰다 광기에 차 그를 살해한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찾아온 집사에게 플레인뷰는 "다 끝났어"라고 외친다. 나는 이 영화를 정말 여러 번 봤지만, 단 한 번도 저 말을 '이제 나는 끝장났다. ' '내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정치철학 교수인 마이클 샌델은 2025년 베르그루엔 철학문화상 수상자다. 그는 최근 노에마 편집장 네이선 가델스와 만나 리버럴리즘의 운명과 가치중립적 국가의 취약성에 대해 논의했다. 네이선 가델스: 40년 전, 저희가 여기 케임브리지에서 저명한 사회학자 대니얼 벨의 식탁에 앉아 소위 '미국의 문화 남북전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오늘날의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놀랍지요. 당시 논의는 로널드 레이건의 부상과 함께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리버럴 진영 주류가 권위를 잃어가는 것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했던 말의 대부분은 지금도 유효하죠. 교수님은 그때 레이건이 전통적 질서의 '상징과 울림'에 호소했던 반면, 민주당은 볼링클럽이나 교회와 같은 '지역적 매개 기관'들을 '편협하고 편견에 사로잡혔다'고 얕잡아 보면서 이런 것들과의 접점을 잃어버린 복지국가 정당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선견지명 있게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놓고 경쟁하는 관점들 사이에서 똑같이 공평한 권리의 틀을 제공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중립국가가 가지는 취약성'을 지적했었죠.
소피 재피가 이미 잠자리에 든 밤, 휴대폰에 새로운 영상의 알림이 뜬다. 13살 아들이 콘크리트 벽에서 백플립을 하거나 누군가의 어깨 위에 서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다. 그는 아들이 로스앤젤레스 어디에 있는지, 그의 15살짜리 형의 행방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귀가 시간까지 집에 돌아오고 그 주에 말썽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일정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컬버 시티 바로 남쪽에 사는 42세의 커플 관계 코치이자 수련회 지도자인 재피는 육아에 대한 기존의 틀을 깨는 게시물로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19만6000명을 확보했다. 그는 7살짜리 막내를 포함한 세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두 자녀가 십대가 되었기에 그들이 자신으로부터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저는 지나치게 통제받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요. " 재피는 말한다. 아이들이 도시 곳곳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게 두는 것의 위험을 모르는 게 아니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한 무리의 엔지니어들이 디트로이트 외곽에 있는 포드 자동차 트럭 공장의 텅 빈 정문을 몰래 통과했다. 그 시간 공장 라인은 멈춰 있었지만 바로 그게 핵심이었다. 이들은 회사 내에 존재하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새로운 픽업트럭의 일부를 테스트하기 위해 그곳에 있었다. 포드의 비밀 프로젝트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미국에서 만드는 방법을 찾아내겠다는 것이었다. 포드가 첫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비밀이 드러나고 있다. 이 새로운 트럭은 머스탱만큼 빠르고, 한 번 충전으로 약 480km를 주행하며, 테슬라 및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차량 내 기술을 탑재할 것이라고 한다. 포드는 2027년 출시와 도요타 캠리 가격 수준인 약 3만 달러(4400만 원)의 가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악명 높을 정도로 보수적인 자동차 제조업에서 한 세기에 걸친 제조 관행을 갈아엎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어떤 분쟁에서 완전한 패배를 당한 사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즉, 전략적 손실이 너무도 커서 복구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패배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진주만, 필리핀, 그리고 서태평양 전역에서 미국이 입은 참혹한 손실은 결국 만회됐다.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패배는 대가가 컸지만, 세계 경쟁의 주된 전장이 아니었던 만큼 미국의 전반적인 세계적 지위에 지속적인 손상을 남기지는 않았다. 이라크에서의 초기 실패 역시 전략 전환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됐고, 그 결과 이라크는 비교적 안정적이며 주변국을 위협하지 않는 국가로 남았고, 미국은 이 지역에서 지배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이란과의 대결에서의 패배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그것은 복구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더 이상 과거의 현상 유지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고, 가해진 피해를 되돌리거나 극복할 궁극적인 미국의 승리도 없을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더 이상 예전처럼 "열려 있지" 않을 것이다. 해협을 통제하게 되면서 이란은 이 지역의 핵심 행위자이자 세계의 핵심 행위자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