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를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 [PADO]

소버린 AI를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6.07.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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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AI의 성능이 점차 강력해짐에 따라 각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를 통제하리라는 것은 종종 예견된 바입니다만 지난달 미국 정부가 정말로 이를 실행에 옮기자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문제의 AI 모델인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5는 최근 서비스가 재개되었습니다만 이제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최첨단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난 것 같습니다. 중국 또한 자국의 최첨단 모델의 해외 액세스를 제한할 방침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오랜 동맹이지만 한국의 위치는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AI를 자국 안보의 하위변수로 취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소버린AI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AI의 알고리즘, 데이터, 가치관에 대한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만 빠르게 발달하는 AI 업계에서 한 국가의 자원으로 과연 프론티어(최첨단) 레벨에 근접한 AI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구글 딥마인드의 AI 모델 제미나이조차도 최근 클로드와 챗GPT에 밀려서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는 판국입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옛날 광고의 캐치프레이즈는 AI에서 더욱 가혹하게 구현됩니다. 한국 정부는 범용 프론티어 AI 대신 산업, 의료 등 전문 분야의 AI를 개발하겠다는 쪽으로 소버린 AI 전략을 세웠습니다. 일견 합리적인 전략 같지만 AI의 세계에서 '선택과 집중'이 꼭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6월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의료 전문으로 개발된 AI 도구보다 GPT나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가 임상 질문 등에서 더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정말로 성공할 수 있는 소버린 AI 프로젝트에는 어느 정도의 자원과 기간이 필요할까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AI 지정학에 대해 연구하는 안톤 라이히트는 대략 4년동안 750조 원을 투입하면 가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의 2026년도 예산이 728조 원임을 감안하면 하나의 국가 차원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스케일입니다. 필자는 유럽연합급의 대규모 연합 프로젝트만이 진정한 소버린 AI를 이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합니다. '중견국 연합'이 얼마나 실현 불가능한 판타지에 가까운지 필자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글을 실현 가능한 청사진으로 읽을지, 아니면 '그래서 불가능하다'는 귀류법으로 읽을지는 독자의 몫이라고 언질을 줍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이 글을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을 비춰보는 거울로도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6월 중순, 미국 정부는 선도적인 프론티어 AI 모델인 페이블5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미 행정부의 조치는 국내 사이버보안상의 이유 때문이었으나 이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출통제를 선택했다. 수출통제는 단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검이었다. 동맹국들에 미치는 영향—두려움, 혼란, 소외감—은 목표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전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은 2026년의 AI 정책에서 너무나 무력해 단순한 미국 국내 정책의 부수적 피해만으로도 프론티어 AI로부터 차단될 수 있다.

미 정부에 항의하거나 협상하려는 다른 국가들의 시도들은 슬픈 오해를 드러낸다. '분명 우리에게 이렇게 나쁜 일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블 사태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미국의 AI 도약은 기술에서 정책, 그리고 정치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나머지 국가들을 뒤처지게 만들고 있다. 나는 미국의 미성숙한 AI 정책의 변덕에 과잉반응하지 말라고 경고해왔으며 여전히 이를 통제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국은 영향력, 도입 효율성, 그리고 액세스 계약을 확보해 미국 AI 생태계를 상호의존성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전 세계 나머지 지역과 결박시킬 수 있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AI로 현실 세계의 풍요와 부를 만들어내는 결과가 최상이지만 모든 시나리오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진 않으리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요즈음 정치적인 목적을 띤 보안기관의 올가미가 과거 풍부하게 공급됐던 인공지능을 옥죄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AI 역량의 최전선(프론티어)은 가장 예측이 어려운 상태의 미국 행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증거는 급조되거나 혹은 정보기관 내부 깊숙한 곳에서 만들어진다. 조치는 장기적인 결과를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충성도를 바탕으로 취해진다. 결정은 즉각적인 효과와 국내 문제에 편향되어 내려진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를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는 단일 행정부로 간주하는 미국 대통령직에 의해 수행되며, 의회는 소란스러운 AI 정치와 제도적 기능 장애로 인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다. 그 어떤 상호의존성이나 합리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도 진정으로 이러한 행정부를 구속하지 못한다. 따라서 어떤 동맹국도 진정으로 미국의 프론티어 AI에 의존할 수 없다.

다음의 명제가 사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프론티어 AI는 정말 중요하고, 최고의 AI 시스템은 나머지 시스템보다 전략적이고 경제적으로 우수하며, 그 결과로 생기는 격차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프론티어 시스템은 주권 국가의 폭력 독점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해지고 그 소유자는 여느 국가만큼이나 강력해진다. 그러한 세계에서 우리는 스스로 프론티어 시스템을 소유하거나,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유하며 통제하는 이들의 자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성적인 국가라면 비용이 아무리 높더라도 자체적인 프론티어 AI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이러한 논리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 결론을 비판하는 나를 비롯한 이들은 전제에 이의를 제기한다. 프론티어 AI 시장이 이런 식으로 재편되지 않을 수 있고 그러므로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거나, 미국이 그렇게 신뢰할 수 없는 국가는 아닐 것이며 미국 정부와의 1:1 협의가 성공할 수 있다. 혹은 AI의 기술적 패러다임이 실패하고 대안적인 패러다임이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증거들이 계속 쌓이는 형편이다. 프론티어 AI는 정말로 중요한 것 같고, 미국은 정말로 변동성이 커 신뢰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러한 세계에서 통제된 의존성이나 헤지, 베팅이 아닌 주권(소버린)적인 전략을 원한다면 참가 조건은 명확하다. 우리가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는 쪽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주권을 가지고 하는 쇼에 불과하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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