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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경제, 기술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흐름을 전달합니다.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쉽게 풀어내 독자들이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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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방을 해드리면 환자분이 제가 지금까지 처방한 사람 중 가장 마른 사람일 겁니다." '가장 마른' 이란 표현은 누군가 나더러 하는 것으론 익숙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뚱뚱하진 않았지만 아슬아슬했다. 키 152cm에 몸무게는 69kg, 체질량지수(BMI)는 29.7로, 의학적으로 비만으로 간주되는 30에서 약간 모자란 정도였다. 문제는 2021년 10월 담당 의사에게 메일을 보낸 그날, 내 상황은 절망적이었다는 거다. 옷이 맞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불운한 순간을 맞고 나면 사진 속 내 모습을 보기가 고통스러웠다. "살찐 돼지"라는 독자 댓글이 적잖이 보였고 애써 떨쳐내려고 해도 그 말은 내게 상처였다. 이 에세이의 슬러그는 '뚱뚱한 칼럼니스트'(fat columnist)인데 이는 이제 내가 뚱뚱했다는 사실을 쾌활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가 됐음을 뜻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나는 깡마른 아이였다. 그런데 중학교 때 가정 과목을 맡았던 휘트먼 선생님은 예지
400년도 더 전에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 미델뷔르흐에서 한 부자(父子)가 훗날 역사를 바꿀 발명품을 우연히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그저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한스 얀센과 자카리아스 얀센이 유리 렌즈를 만지작거리다가 현미경을 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의도했던 발명은 아니었다. 얀센 부자는 수익성 높은 신흥 사업이던 독서용 안경 제작의 선두주자였다. 그들은 아주 인기 있는 사치품이었던 완벽한 안경을 만들려고 고심하다가 원통형 관에 두 개의 렌즈를 정렬하면 물체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두 개의 렌즈를 결합하면 한 개의 렌즈만을 통해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확대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시야가 너무 흐릿했고, 그들의 고객에겐 너무 거추장스러운 장비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기발한 발견을 제쳐두었다. 얀센 부자의 확대경 기계는 다른 누군가 그것을 사용하기 전까지 근 백 년 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초등학교 교육을 받은 네덜란드의 직물
폐쇄적인 워싱턴DC 무역 변호사의 세계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항상 아웃사이더였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가 모두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동안 철강 수입을 막기 위한 철강 업계의 투쟁을 수십 년동안 대변하면서 부유해졌다. 그는 마치 무역 협정이 타결되고 있는 워싱턴DC에서 멀리 떨어져 "갈라파고스에 사는 거 같았죠." 한 무역 변호사의 말이다. 하지만 라이트하이저는 도널드 트럼프에게서 자신의 보호주의 사상을 공유하는 대통령을 보았다. 트럼프와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의 경제 정책을 중국에 대한 '관여'에서 '대결'로 전환했다. 2016년 이전에도 이러한 움직임에는 속도가 붙고 있었지만 누구도 트럼프처럼 미국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중국을 막대한 관세로 두드려 팰 의향은 없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전환은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유산일 것이다. 저서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에서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의 미국 무역 대표부 대표로서--사실상 3년에 걸친 무역 전쟁을 진두
'황색 비'는 마이 더 방(Mai Der Vang)이 2022년에 출간한 시집의 제목이면서 같은 시인이 2016년에 자신의 첫 시집 '그 후의 나라'(Afterland)에 발표한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황색 비'란 말을 접하면 기후 변화와 대기 오염,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적 물질의 예기치 않은 역공이 저절로 연상된다. 내리는 빗물에 잠시 닿는 것조차 두렵게 하던 산성비, 봄이면 공기를 뿌옇게 만들던 황사, 그리고 아까운 여린 생명을 여럿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이런 암울하고 어두운 기억들 때문인지 '황색 비'란 말은 우리를 저절로 긴장시킨다. 맑고 투명해야 할 비를 도대체 무엇이 황색으로 물들였으며, 그래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시를 읽기 시작하는 마음은 조마조마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사실 '황색 비'는 베트남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 소수 민족인 몽(Hmong)족에게 크나큰 불행을 안겨다 준 비극적 사건이었다. 베트남 공산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몽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참사로 사망자가 100명을 넘었고, 실종자가 여전히 1000명 이상이어서 큰 인명피해가 예상됩니다. 이번 참사는 앞으로 여러 곳에서 비슷한 대형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르몽드는 이번 하와이 산불 참사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조화, 사막화 현상과 관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건조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지는데, 그 건조화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화재가 발생하면서 나무와 풀들을 싹 태워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와이 지역의 건조화는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고 합니다. 여기에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바람이 예전보다 세졌습니다. 예컨대, 지금 멕시코만의 해수는 지난 40년간 최고 온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와이의 건조화가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허리케인의 강해진 바람과 만나면서 이번 참사를 낳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번 하와이 산불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형 산불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전쟁은 이른 새벽, 중국판 '충격과 공포' 작전에 해당하는 대규모 폭격과 함께 시작되었다. 중국의 항공기와 로켓들이 대만 해군과 공군을 파괴하는 동안, 인민해방군 육군과 해군이 100마일에 달하는 대만 해협을 가로질러 대규모 상륙 공격을 감행했다. 중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공약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므로, 인도-태평양 방면의 미군과 동맹군 공군 기지와 함정도 선제공격했다. 미국은 보다 정교한 잠수함과 B-21, B-2 스텔스 폭격기들을 중국의 방공구역 내로 침투시켜 한동안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지만, 미국은 며칠 만에 주요 무장을 소진하고 네트워크 접근도 차단당했다. 미국과 그 주요 동맹국인 일본은 수천 명의 병력과 수십 척의 함정, 수백 대의 항공기를 잃었다. 대만의 경제는 황폐화되었다. 중국의 포위망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재건 작업은 훨씬 더 느려졌다. 중국에 비해 매우 위축된 미국의 산업기반을 감안하면 함정을 교체하는 데에만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은 우리
2000년대 초, 냅스터가 기존의 음악 판매 모델을 부숴버린 이후 한 가지 아이디어가 급부상했다. 너무 많은 이가 되풀이하는 통에 일종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이 아이디어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음악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는 것보다 합법적으로 듣는 게 훨씬 쉬워야 사람들이 불법복제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현실화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기업이 바로 스포티파이(Spotify)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이용자가 5억 명이 넘고, 월 정기 구독자도 2억 명 이상 보유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유럽에서 음악 불법복제가 가장 만연했던 나라인 스웨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 납득할 만한 일이다. 추정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당시 스웨덴 인구 900만 명 중 불법복제 파일을 공유한 사람이 120만 명에 달했다. 파일 공유 서비스 중 카자(Kazaa), 뮤토렌트(μTorrent), 파이러트베이(Pirate Bay) 역시 스웨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적어도 일부 관계
세상에 전해지는 유럽 패션하우스 인수합병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으로 손꼽히는 것은 1999년 구찌가 LVMH에 인수될 뻔한 위기를 모면했던 일이다. 구찌는 1983년 형제들과 함께 회사를 경영했던 로돌포 구찌가 사망한 후 험난한 시기를 겪었다. 로돌포의 아들인 마우리치오 구찌가 구찌 지분의 50%를 상속받으면서 가문 내 내분이 수 년간 이어졌고, 최고경영자에 오른 마우리치오는 회사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다. 1993년, 한때 구찌 가문의 변호사였으며 미국에서의 사업을 주도했던 도메니코 데 솔레가 CEO로 임명되었다. 수석 디자이너 톰 포드의 활약으로 구찌의 여성복 디자인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고, 데 솔레는 구찌를 적자 기업에서 수익을 내는 그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1999년, 수년 간 고조되던 권력 다툼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말았다. 럭셔리 패션 그룹 LVMH의 창업자인 프랑스의 대부호 베르나르 아르노는 조용히 구찌 내 자신의 지분을 늘리고 있었고 지분 35% 가량을
2023년 4월,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57,000명 이상의 피난 신청자가 이미 과부하 상태인 뉴욕의 보호시설에 들어왔고, 여전히 하루에 약 200명의 피난 신청자가 도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뉴욕시는 103개의 호텔을 긴급 보호시설로 사용했다. 14,000명 이상의 이주 아동이 공립학교에 등록되어 있었다. "이 도시가 경험한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 중 하나"라고 말한 애덤스는 새로 도착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2년 동안 43억 달러로 치솟아 뉴욕시의 다른 공공 서비스 예산을 전반적으로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뉴욕시를 저버렸습니다"라고 애덤스 시장은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의 민주당 소속 시장으로서 당연히 바이든의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한 명이어야 할 그가 이렇게 나온 것이다. 금년 늦은 봄 트럼프 시대의 국경 단속 정
남미 에콰도르 조기대선에 출마한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가 선거 유세를 마치고 이동중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습니다. 에콰도르는 탄핵위기에 몰린 현 대통령이 지난 5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조기 대선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사망한 비야비센시오는 그동안 8명의 대선 후보 중 중위권에 머물고 있었는데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깜짝 2위'를 차지했습니다. 비야미센시오 후보의 '약진'과 이번 총격 테러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언론인 출신의 정치가로 과거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부패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는 또한 에콰도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콜롬비아,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에콰도르 검찰은 살해 용의자가 총격전에서 다쳐 병원에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만,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습니다. 중남미는 1980~1990년대에는 민주화의 열풍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눈에 띄게 '민주주의
50여 년 전, 윌리엄 F 버클리 2세는 자신의 어머니가 리버럴리즘에 대한 책을 쓰기 전까지 더는 리버럴리즘 관련 책은 읽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당시 리버럴리즘은 큰 인기를 얻고 있었고 버클리는 아마도 리버럴리즘 옹호자들의 승리에 도취한 어조가 짜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40년새 상황이 바뀌었다. 오늘날에는 리버럴리즘에 대한 비판을 피해서는 겨우 한 블록 거니는 것도 힘겹다. 과격한 랜드주의자, 자유지상주의자, 신고전주의 경제학자, 신(新)버크주의 보수주의자, 가톨릭 통합주의자, 비판적인종이론가, 포스트모더니스트, 그리고 물론, 마르크스주의자들까지 리버럴리즘을 비판하고 있으니. 그중 돋보이는 인물이 몇몇 있다. 마이클 샌델은 1982년 출간된 저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에서 존 롤스에 대한 학술적 비평으로 경력을 시작했으나 이후 '민주주의의 불만: 공공철학을 찾아가는 미국'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통해 미국의 공동체주의를 선도하는 대중적인
지난 수십 년간 하나의 의례였다.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인도를 방문할 때마다 인도 정치의 아름다움, 인도 사회의 다양성, (여러 미국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와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를 연결하는 공유 가치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이러한 수사는 다소 얄팍하게 들릴 수도 있고 확실히 거창하긴 하다. 그러나 미국에게는 빈말이 아니다. 미국 정책결정자들이 보기에 공통의 민주주의 원칙은 지속적인 미국-인도 관계의 토대가 될 것이며, 광범위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민주주의 국가는 비슷한 세계관과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당시 인도 독립운동의 사실상 지도자였던 모한다스 간디에게 "민주주의와 정의에 대한 우리의 공통 관심사에 따라 당신과 나의 동료시민들이 공동의 대의를 위해 공동의 적에 맞설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냉전기간 동안 역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