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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경제, 기술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흐름을 전달합니다.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쉽게 풀어내 독자들이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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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창궐부터 러시아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세계 경제는 복합적인 위기를 맞고 있으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경제 위축과 외채 상환 능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의 부채 위기와는 달리, 중국은 지난 몇 년 간 글로벌 노스의 전통적 금융기관 및 정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차관을 제공한 결과, 이제 세계적인 채권국이 됐다. 채권국으로서 중국은 채무국의 상환 위기를 해결하는 데 다자 협상보다는 양자 협상을 선호했다. 중국 당국은 파리클럽의 주요 채권국이 확립한 선례를 종종 따르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부채 위기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해결하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주권국 파트너의 부채 문제를 다룰 때 내정 불간섭 원칙을 준수해왔다. 다시 말해 어떠한 정치적 조건, 특히 채무국의 통치 원칙이나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는 식의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부채 규모가 큰 나라(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무이자 차관을 탕감해준 바
고양이 '스트로베리'를 처음 만났을 때, 16세의 스트로베리는 등을 바닥에 대고 대자로 누워 있었다. 복부의 털은 깨끗하게 깎여 있었고, 훤히 드러난 분홍빛 살갗에는 몇 인치 길이로 꿰맨 흔적이 보였다. 짙은 파란색 수술복을 입은 수의대 학생 2명이 스트로베리의 다리를 가볍게 잡고 있었고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방사선사가 스트로베리의 배에 초음파 검사용 액체를 발랐다. 마취제가 너무 강한 건지 아님 지친 건지. 어쩌면 전날 수술을 받은 터라 저항할 힘이 없는 듯 했다. 검사실의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스트로베리의 동공은 깊고 검은 웅덩이처럼 팽창했다. 스트로베리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다시 방향을 바꿔 자신을 둘러싼 의료진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해하는 듯. 스트로베리는 신장 이식을 받았다. 조지아대학 외과 의료진이 스트로베리의 긴 붉은빛 털을 깎고, 다리와 목에 카테터를 삽입했다. 마취제와 진통제, 항생제, 혈액
1990년대와 21세기 초반에는 미국의 글로벌 지배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어떤 힘의 지표를 보더라도 미국의 압도적 우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17세기 중반 근대 국제체제가 탄생한 이래 군사, 경제, 기술 영역 모두에서 동시에 이렇게까지 앞서 나간 나라는 없었다. 한편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들은 대다수의 가장 부유한 국가들이었으며, 이들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구축한 일련의 국제기구와 제도에 의해 하나로 묶여 있었다. 미국은 근대 이후 역사에서 그 어떤 강대국보다 외부의 제약을 덜 받으며 외교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다른 야심 찬 강대국들이 체제 내 지위에 불만을 품었지만 그들은 이 체제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힘은 많이 약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 사이 20년 동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값비싼 개입 실패, 파괴적인 금융위기, 국내정치의 양극화 심화, 고립주의 충동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의 유명 시사문예지 애틀랜틱(The Atlantic)의 기자 어맨다 뮬은 과거 패션 기자로 일하면서 얻게 된 독특한 '직업병'이 있습니다. 바로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핸드백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이한 현상을 눈치챘다고 하더군요. ━"패션 업계를 떠난 지도 거의 5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강박처럼 남아있는 직업병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람들의 백을 보는 것. 이게 아니면 어린 시절 추억이나 향후 병원 예약 날짜 따위나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내 머릿 속에서는 누가 어떤 백을 들고 다녔는지가 엑셀 문서처럼 정리된다. 보테가 베네타 카세트 백, 녹색 패딩 가죽, 소호(Soho) 지역, 20대 여성. 루이비통 포쉐트 메티스 백, 로고 캔버스, 호이트셔머혼 역, 40대 여성. 나는 10년간 이 데이터를 이용해 명품백 시장을 집요하고 상세하게 취재했다. 이제 이 정보들은 그저 쌓이기만 한다. 내가 알아보지 못하는 가방을 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1~2
이란의 종교지도부를 모든 위험과 불화의 근원으로 보는 사람들은 최근 몇 달 그러한 생각을 입증하는 증거를 많이 보았다. 이란 정권은 러시아에 수백대의 자살공격 드론을 공급했고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민간 목표물 폭격에 이용되었다. 또 더 많은 드론을 공급하기 위해 러시아에 공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월 초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민수용으로 보기에는 너무 순도가 높고 핵폭탄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정제된 우라늄의 흔적을 이란의 어느 시설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대중 시위에 대한 이란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은 이제 6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중국 및 러시아와 함께 남쪽 근해에서 해군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이란과 역내 라이벌 국가들 사이에는 수년 만에 가장 큰 긴장 완화가 있었다. 3월 10일 이란 정부는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7년 만에 국교를 회복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현대영미시의 다양한 목소리를 가만 살피다 보면 시의 몫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때론 누군가의 순전한 정서의 토로일 시는 어떤 장에서는 적극적인 정치발언으로 존재하고, 때로는 순전히 미학적인 실험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시의 유구한 역사를 생각해보았을 때 이런 식의 단순화는 어불성설이겠지만 그럼에도 시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시의 목소리가 시인의 외부세계와 유리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시인 뮤리얼 루카이저(Muriel Rukeyser)의 그 유명한 말, "경험을 들이쉬고 시를 내쉰다"(Breathe-in experience, breathe-out poetry)는 이러한 현대영미시의 특징을 가장 간결하고도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겠다. 시인은 언제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어떻게든 "시를 내쉰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동시대 영미시들을 살펴보면 그간 우리가 시에 대해 생각해 온 바 이상으로 정치적이거나 사회참여적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이 신호를 던지자,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란 전역의 도시들에서 대부분 전통의 검정 차도르로 몸을 감싼 여성들이 수많은 남성들과 함께 행진했다. 그들은 구호가 적힌 깃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대형 초상화, 이란 국기 등을 흔들며 1979년 이란 혁명 44주년을 축하했다. 지난 달에 벌어진 군중집회는 지난 몇 달 동안 전국적으로 전개된 저항으로 이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된 지 최대의 국내적 위협에 시달려온 현 정권 지도부에 한껏 군중의 지지를 과시할 기회가 되었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테헤란의 '자유광장'에서, 반체제 시위가 몇 달 전 휘몰아쳤던 바로 그곳에서, 그는 '공화국의 적들'을 비난하고 국민의 단합을 과시했다. "오늘 여기 모인 이 수많은 분들은 적들에게 '당신들은 가망이 없다'는 낙심천만의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이만큼 많이 모인 숫자야말로 "이슬람 혁명의 승리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러나 반체제의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이 신호를 던지자,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란 전역의 도시들에서 대부분 전통의 검정 차도르로 몸을 감싼 여성들이 수많은 남성들과 함께 행진했다. 그들은 구호가 적힌 깃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대형 초상화, 이란 국기 등을 흔들며 1979년 이란 혁명 44주년을 축하했다. 지난 달에 벌어진 군중집회는 지난 몇 달 동안 전국적으로 전개된 저항으로 이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된 지 최대의 국내적 위협에 시달려온 현 정권 지도부에 한껏 군중의 지지를 과시할 기회가 되었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테헤란의 '자유광장'에서, 반체제 시위가 몇 달 전 휘몰아쳤던 바로 그곳에서, 그는 '공화국의 적들'을 비난하고 국민의 단합을 과시했다. "오늘 여기 모인 이 수많은 분들은 적들에게 '당신들은 가망이 없다'는 낙심천만의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이만큼 많이 모인 숫자야말로 "이슬람 혁명의 승리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러나 반체제의
작년 10월의 어느 흐린 금요일, 과거 철강 도시였던 펜실베니아 브래독 소재의 실내농장 피프스시즌의 직원들은 평소처럼 출근했다. 2년 전 설립돼, 6만 평방피트(약 5600m2, 1700평) 크기의 로봇이 가득한 창고 안에서 매년 수만 파운드의 상추를 생산하는 이 실내농장은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 보였다. 피프스시즌은 자체 브랜드로 출시한 샐러드 도시락(이 도시락의 타코 버전은 실내농장에서 키운 로메인과 과카몰리, 또띠야, 치즈를 곁들였다)은 홀푸드와 크로거를 비롯한 매장 1200개에서 팔린다. 작년 초 피프스시즌은 2022년 매출이 600%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작년 10월에는 브랜딩을 새롭게 바꿨고 매장에는 새로운 패키지가 풀리고 있었다. 건물 안에는 새로운 태양광 패널과 마이크로그리드가 설치됐다. 오하이오 콜럼버스에 더 큰 농장을 설치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그날 근무는 영원히 시작되지 않았다. "대표님이 오더니 '저스틴, 우리 이야기 좀 합시다'라고 하는 거예요.
중간에 미국을 두 번이나 들른 긴 미주 순방 기간 동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일관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의 무력통일 위협 앞에서 대만은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만은 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주 뉴욕에서 말했다. "우리는 민주주의 파트너들과 함께 일할 것입니다." 그는 오는 수요일 캘리포니아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의원 17명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 점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미국의 지지를 모으고 있는 동안, 전임자인 마잉주 전 총통은 매우 다른 의제를 추진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의 마잉주는 대만의 전직 총통으로서는 최초로 중국을 방문중이다. 마잉주의 방중(訪中)이 가지는 상징성은 강렬했고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訪美)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는 지난주 1911년 청의 마지막 황제를 폐위하고 중화민국을 건국했던 쑨원의 묘소를 참배한 자리에서 외국 침략자에게 굴욕을 당했던 중국의 과거를 상기시켰다. 그의 언사는 시진핑
모래 언덕에 반짝이는 태양으로부터 눈을 가리며 에얄 나베는 이스라엘 중부의 육군 기지에 모인 신병 수백 명을 바라보았다. 아침 훈련으로 지친 18세의 신병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 느끼자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키 6피트(약 182cm)에 다부진 체격의 나베(47)는 이스라엘 최정예 특전부대 사이렛 매트칼 출신 예비역이다. 작년 1월말, 그는 예비역 군인으로서 신병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이들 중 누군가는 나중에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겠지, 그는 생각했다. 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도 50년 전 사이렛 매트칼에서 복무했다. 신병들을 교육시킬 때 나베는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곤 했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그는 심란했다. "이들이 복무하게 될 나라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점심 시간, 나베는 다른 예비역 동료 다섯과 함께 앉았다. 탁자에 놓인 신문에는 불안한 내용의 헤드라인이 걸려있었다. 네타냐후가 추진하는 사법개혁
모래 언덕에 반짝이는 태양으로부터 눈을 가리며 에얄 나베는 이스라엘 중부의 육군 기지에 모인 신병 수백 명을 바라보았다. 아침 훈련으로 지친 18세의 신병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 느끼자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키 6피트(약 182cm)에 다부진 체격의 나베(47)는 이스라엘 최정예 특전부대 사이렛 매트칼 출신 예비역이다. 작년 1월말, 그는 예비역 군인으로서 신병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이들 중 누군가는 나중에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겠지, 그는 생각했다. 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도 50년 전 사이렛 매트칼에서 복무했다. 신병들을 교육시킬 때 나베는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곤 했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그는 심란했다. "이들이 복무하게 될 나라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점심 시간, 나베는 다른 예비역 동료 다섯과 함께 앉았다. 탁자에 놓인 신문에는 불안한 내용의 헤드라인이 걸려있었다. 네타냐후가 추진하는 사법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