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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경제, 기술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흐름을 전달합니다.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쉽게 풀어내 독자들이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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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죽음의 그림자가 일상의 흐름 속으로 불쑥 스며드는 순간은 언제나 조금 당혹스럽고 불편하다. 지인이 가족의 소천을 알리는 부고를 보내올 때, 또 한 시대를 풍미하던 어떤 인물이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우리는 잊고 있었던 삶의 유한성을 갑자기 떠올리면서 잠시나마 숙연해진다. 이렇게 가끔씩 상기되는 죽음에 대한 인식은 인류가 문학과 예술을 발전시켜 온 과정에서도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커다란 동력이 되어 왔다. 우리가 떠난 후에도 남아 있을 어떤 흔적을 만들어냄으로써 언젠가 끝나게 될 삶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그 자체로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시에 붙여진 '시성'(謚聖, The Canonization)이라는 낯선 제목은 17세기 초반 영국의 시인인 존 던(John Donne)이 쓴 시에서 유래하는데, 던의 시는 죽음을 넘어서는 문학의 힘을 종교적으로 '성인'(聖人)이 되는 의식에 비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대한 무덤이나 화려한 영구차
'100% 인공지능(AI).' 한 학생이 제출한 과제물에 대해 소프트웨어가 내린 결론이었다. 내가 이끄는 학술 프로그램의 교수 한 명이 우연히 이 사실을 발견하고 어찌해야 하냐고 물었다. 다른 교수도 이 학생의 다른 과제물에서 '100% AI'라는 같은 결과를 받아 들고 역시 의문에 빠졌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그때도 몰랐지만 지금도 모르겠다. 이 문제는 더 많은 문제들로 나뉜다. 학생이 AI를 사용했는지를 확실히 판별하는 게 가능한 건지, 과제 작성에 AI를 '사용한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다. 학생의 과제물을 판별한 소프트웨어는 다층 구조로 돼 있다. 우리가 쓰는 교육용 프로그램 캔버스(Canvas)는 인기 있는 표절 탐지 서비스 턴잇인(Turnitin)을 운영하는데 최근 새로운 AI 탐지 알고리즘을 추가했다. 대학에서 챗GPT(ChatGPT)의 원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캠퍼스는 혐의와 혼란이 뒤섞인 소용돌이 속에 있다. 지난 몇 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전·현직 대통령이 법정에 출두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 재판은 1심, 2심 등을 거치면서 대선이 있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는 이로써 언론보도의 스포트라이트를 계속 받게 될 것이고 이를 자신의 선거캠페인에 십분 활용하려 할 것입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반란죄'가 아닌 이상 확정판결로 수감중이라도 대통령선거에 나올 수 있습니다. 대통령 당선후엔 '셀프 사면'도 가능합니다.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에게 어쩌면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세계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25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의 '투자 제국'을 셋째 아들 알렉산더에게 물려주기로 했습니다. 아버지 소로스도 친민주당으로 정치자금을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아들 알렉산더는 "아버지보다 더 정치적"이라고 합니다. UC 버클리 역사학 박사인 알렉산더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성평등, 낙태권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 전날,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노르망디에서 동쪽으로 28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을 거의 80년 전에 벌어졌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빗댔다. 그는 작전의 목표가 그때와 거의 같다고 말했다. "침략국에게, 여기선 러시아죠, 부당하게 공격당한 국가를 자유롭게 하고 점령된 지역을 해방시키기 위해섭니다." 8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투는 유럽의 미래 안보질서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1944년 연합군이 갖고 있던 목표에 비해 (적어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구 국가들에겐) 훨씬 불투명하다. 나치 독일과 달리 러시아는 핵보유국이다. 러시아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가 천명한 목표는 러시아가 2014년 이후 점령한 모든 지역을 수복하고 국경을 소련 해체 직후인 1991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달성할 수 있다 할지라도(서구에서는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
2009년 제임스 노먼 매티스 대장은 '창의적 상상력'을 미국의 군사적 사고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되던 시기였다. 중동 지역에서 미군의 고전이 보여주듯, 미국의 기존 군사 개념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기존의 군사 개념인 EBO(효과 기반 작전), ONA(작전적 실체평가), SoSA(복합체계분석)은 모두 예측 가능성이 높은 비교적 안정적인 세계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매티스 장군은 21세기의 전쟁이 불확실성·변동성·혼란·혼돈으로 가득 차 있어, 더이상 이러한 개념이 전쟁의 미래를 다루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미 1년 전에 이 개념을 폐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시 그는 이렇게 썼다. "EBO, ONA, SoSA와 관련된 기본 원칙은 근본적 결함을 갖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어휘와 훈련, 작전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군을 괴롭혀온 문제의 해법도 찾아냈다. 그는 '디자인'과
'리버럴'과 '보수적'이라는 말보다 혼란스러운 말은 없다. 사람들은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각기 다른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가 어떤 뜻으로 그 단어를 사용하는지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1932년의 미 대통령선거를 기억할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민주당)와 그의 캠프는 자신들을 "리버럴"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상대편인 후버(공화당)와 그의 캠프는 아연실색하며 외쳤다. "무슨 소리, 우리가 리버럴이지!" 하비 맨스필드 같은 보수주의 지식인들은 미국 보수주의는 리버럴한 전통, 즉 미합중국 건국의 원칙과 이상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다른 (자칭) 보수주의자들은 건국을 엄청난 실수였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보수주의라는 단어를 만나면, 이런 질문이 나온다. "도대체 무엇을 보수(保守: 보호하고 지킨다)하려는 것인가?" 예전 1980년대에 우리 레이건주의자들은 "주류 언론"에게 엄청 화가 나 있었는데, 그들이 계속해서 소련의 강경파 공산주
오늘날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 게임 매커니즘을 지식전달이나 행동, 관심유도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 너머에도 적용하는 것)'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디지털 트로피를 보상으로 내세워, 1000걸음 더 걸어보라고 유혹한다. 교실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점수에 따라 상을 주고 처벌하는 앱을 사용한다. 일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우버의 드라이버와 콜센터 직원은 업무 중에 미션을 받는다. 미션을 달성하면 50달러 보너스. 실패하면, 누구나 상상하는 대가를 치른다. 사람들이 보통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는 이유는 일상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듀오링고'로 외국어를 배우거나 '좀비런'을 켜고 달리는 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선택권을 갖지 못한 영역도 게임화될 것이다. 직장의 직원 감독, 금융, 보험, 여행, 의료 등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이 은밀히 확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 '누군가 당신을 게임처럼 플레이하고 있다'에서 정부가 노동자들의 사생활과
키신저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기술 및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하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쪽에 한층 가까워지고 전쟁의 그림자가 유럽의 동쪽에 드리워져 있는 지금, 그는 인공지능에 의해 미중 경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힘의 균형과 전쟁의 기술적 기반이 너무 빠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하고 있어 국가들이 세계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확실한 원칙을 못 가지고 있다. 이런 원칙을 찾지 못한다면 무력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는 지금 1차 세계대전 직전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어느 쪽도 정치적 양보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고 한번 균형이 깨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진단한다. 키신저는 베트남전쟁에서 한 역할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호전광이라는 비난을 받았기도 했지만, 그는 사실 강대국 간의 분쟁을 막는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독일계 유태인으로서) 나치 독일의 대
기시다 일본 총리가 북한에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고, 북한은 즉각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일본은 몇 년 전 외무성에 북한 전담과를 신설할 정도로 대북교섭에 노력해왔습니다. 최근 북한 역시 탄도미사일을 일본 홋카이도 방향으로 쏘면서 일본의 관심을 끌었는데, 기시다 총리의 대화 제안 이후에는 정찰위성 "로켓"(사실상 탄도미사일)을 비록 중간에 추락했지만 일본쪽인 동해가 아닌 서해(황해) 상공으로 쏘았습니다. 북일회담을 의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양측은 몇 번 더 상대방의 '진심'을 테스트하기 위해 움직임을 보일 수 있고, '진심' 확인후에는 고위급 회담, 또는 그런 중간단계는 생략한채 기시다 총리의 '전격 방북'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보다는 일본과의 교섭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한국은 지리적, 언어적, 문화적으로 너무 가까워 북한으로서는 한국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둘째, 일본은 투자여
나는 따분하다. 당신도 따분하다. 우리 모두 따분하다. 우리의 책,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끝도 없이 단조로운 넷플릭스 플레이리스트가, 우리의 음악, 연극, 예술이 지루하다. 요즈음 문화는 격렬하게 조심스럽고 신경질적으로 공손하며, 진심 어리게 적당하고 끈덕지게 명백하며, 무엇보다도 음울할 정도로 뻔하다. 결코 이미 알려진 범위 너머를 배회할 엄두를 내지 않는다. 로버트 휴즈는 모더니즘 예술을 두고 '새로움의 충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젠 충격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새로운 것도, 무책임하고 위험한 것, 두드러지고 독창적인 것, 괴이하고 흥미로운 뇌의 산물도 없다. 적당한 건 있다. 때론 훌륭하고 잘 만들어진 것, 프로페셔널하고 시간 때우기에 좋은 것도 있다. 하지만 격렬하고 잊을 수 없는 것, 아무런 설득도 없이 우리의 삶을 바꾸길 명령하는 그런 것은? 이젠 그런 게 어떤 느낌이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듯하다. 무엇 때문일까? 물론 '워우크'(woke)가 첫째다. 정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히로시마 G7 회의에 깜짝 초대됐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서방 선진국들로 구성된 기존 G7이나 한국은 환영한 반면,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반발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이 이번 G7회의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장소로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2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결국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일정상의 이유'로 회담이 불발되었다고 했지만 브라질이 그간 지켜왔던 '중립' 때문에 양자회담을 꺼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G7은 전쟁 이야기를 하는 장소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G7에 초대된 또 다른 글로벌 사우스 대국인 인도네시아도 G7이 러시아와 중국 성토장이 된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유력지 '컴퍼스'는 '세계에서 중요성을 잃어가는 G7'이라는 제목으로 G7의 운영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자신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G7 정상회담에서 서구 지도자들을 만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가장 먼저 거론될 것이다. G7 정상회담이 열리는 곳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첫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히로시마이며 G7 회원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모두 러시아의 "무책임한 핵무기 거론"과 군사적 침략을 규탄한 바 있다. 하지만 특히 일본에게 G7은 또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가안보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의미하는 '경제안보'에 대해 논의할 기회라는 것이다. 약 50년 전 G7이 시작된 것도 경제안보를 위한 노력에서였다.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일본과 서구의 지도자들은 협력을 모색했다. 수입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일본이 오일쇼크를 맞자 주요 언론에서는 "국가의 존립 자체"가 걸렸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한때 급속도로 번영을 구가하던 일본 경제는 전력 공급 중단과 인플레이션으로 흔들렸고 일본 경제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